매운맛 열풍의 근원에는 코로나19가 있다
매운맛 열풍의 근원에는 코로나19가 있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6.30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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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와 SNS에서 유행하는 '불마왕라면' 먹기 도전 영상 [사진= 유튜브]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불닭볶음면’ ‘원칩’ ‘송주불냉면’ ‘디진다 돈까스’ ‘고스트페퍼 라면’ ‘하바네로’ ‘불마왕 라면’…

최근 불고 있는 매운맛 열풍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와 각종 SNS에서는 ‘파이어 누들 챌린지’를 비롯한 매운 음식 먹기 도전이 이어지고 있고, 기업들은 ‘극강의 매운맛’을 강조한 상품을 연일 출시한다. 

‘매운 음식 먹기 도전’이라는 콘텐츠 장르가 생겼다고 해도 될 정도로, 인플루언서들은 끊임없이 더욱더 매운 음식을 찾아 도전하고, 시청자는 그들이 매운 음식을 먹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즐기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저 더 매운맛을 만들면 알아서 상품 홍보가 되는 셈이다.

최근 매운맛 열풍의 최대 수혜주는 삼양식품이었다. 국내외 SNS 등에서 붉닭볶음면을 소재로 한 ‘파이어 누들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불닭볶음면이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며 실적을 견인한 것이다. 

농심, 오뚜기 등 주요 라면업체들도 올해 초 매운맛을 강조한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농심은 지난 1월 기존 ‘너구리’보다 세 배 더 매운 ‘앵그리 너구리’를 선보였고, 오뚜기는 매운맛을 강조한 ‘진비빔면’과 ‘진진짜라’를 출시했다. 삼양은 ‘도전! 불닭비빔면’과 ‘불타는 고추비빔면’을 내놨다. 2004년 국내 최초로 캡사이신 소스를 개발해 매운맛 열풍을 주도한 청우식품 은 최근 캡사이신 소스의 판매 증가세에 맞춰, 간편하게 가지고 다니면서 매운맛을 조절할 수 있는 4g 용량의 ‘캡사이신매운맛소스 미니’를 내놨다.      

2004년 국내 최초로 캡사이신 소스를 개발해 매운맛 열풍을 연 청우식품이 본사 직영 온라인 스토어 '첫맛'에서 선보인  ‘캡사이신매운맛소스 미니’ [사진= 청우식품 본사 직영 온라인 스토어 '첫맛']

아무리 매운 음식 챌린지가 유행한다고 해도 전에 없던 매운맛 열풍이다. 그 이유가 뭘까? 17년 동안 캡사이신 소스를 개발해 업체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해온 우재성 청우식품 대표는 “매운맛은 주로 소비자들이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할 때 찾는다”며 “코로나19 팬데믹과 그로 인한 경기 악화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최근 매운맛 열풍의 이면에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숨어있다고 말한다.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매운맛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매운맛은 미각이 아닌 통각에 의해 인지되는 고통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고통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행복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매운맛이 주는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뇌하수체 전엽에서 반사적으로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런데 이 엔도르핀의 통증 억제 효과는 마약인 모르핀보다 강하다.  
  
경기가 어려워지는 등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심해질 때 매운맛이 유행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인과관계가 있다. 전도근 전 아주대 교수는 책 『고추는 나의 힘』에서 우리나라 음식이 급격히 매워지게 된 시기가 1960년대 경제개발기였다고 설명한다. 급격한 경제 성장기에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시간이 없던 서민들이 식사시간에나마 매운맛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했다는 것이다.      

한편, 매운맛은 스트레스 해소만이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 매운 소스를 만드는 대표 재료인 고추는 비타민C가 일반 과일보다 많으며, 지방과 당을 연소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은 항산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생장을 방해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물론, 과도하게 섭취하면 위장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있으니, 적당히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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