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 적고 비판 많은 ‘인국공’ 사태... “공정하지 않다”
만족 적고 비판 많은 ‘인국공’ 사태... “공정하지 않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6.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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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이 땅에 비정규직이 처음 등장한 건 1996년 무렵. 당시 김영삼 정부가 노동 유연성 제고란 명분을 내세워 비정규직 관련 법을 통과시키면서 ‘단기 계약직 근로’(비정규직)의 법적 토대가 마련되면서부터다. 고용주는 근무 인력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고, 노동자는 원하는 기간만큼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노동방식으로 소개됐지만, 노동계는 ‘손쉬운 해고’ 수단에 불과하다며 크게 반발했다. 찬반 의견이 격돌하면서 2년 유예(1999년 시행) 결정이 내려지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1998년(김대중 정부) IMF가 권고하면서 본격 시행되기 시작했다.

원하는 시간만큼만 일할 수 있는 비정규직은 언뜻 다양한 근로 형태를 보장하는 듯 보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각은 달랐다. ‘시간 여유’보다 ‘돈’을 필요로 하는 노동자가 많았고, 그런 이유에서 대다수 비정규직은 오래 근무할 수 있는 ‘고용 안정’을 희망했다. 회사에 ‘직접 고용’되지 않은 비정규직은 하청 업체에 소속돼 파견직 신분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인천공항공사에서 이런 형태로 일하는 비정규직은 1만여명으로 전체 직원(1만2,000명)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이유에서 그간 승객이 공항을 들어서 비행기에 탑승하는 동안 정규직 직원을 한명도 못 만날 수 있다는 과장 섞인 비판이 나왔던 것이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인천공항공사 같은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3년 만에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근로자 9,785명의 정규직화가 이뤄지게 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환영하는 일이지만, 문제는 그 과정의 공정성 여부다. 이번 정규직화와 관련해서 공정하지 못한 정규직화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선 건 ‘보안검색 노동자 1,902명’이다. 애초 정부는 법적 문제로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비정규직 1만여명을 인천공항공사의 자회사 정직원으로 고용한 뒤 점증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했지만, 최근 정부가 ‘보안검색 노동자 1,902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직접 고용되지 못하고 자회사 정직원으로 채용되는 비정규직들은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고, 기존 정규직(1,400명)은 수가 많은 신규 정직원(1,902명)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갈등은 정규직 전환을 앞둔 보안검색 노동자들 내부에도 존재한다. 정부가 2017년 5월(문 대통령의 정규직화 발표) 이전 입사자들은 별다른 조건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지만, 이후 입사자들 대상으로는 공개채용(필기시험·면접)을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외부에서는 이번 정규직화로 인해 인천공항공사 입사를 준비하던 취업준비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안팎으로 논란에 휩싸인 모습이다.

논란이 증폭되자 지난 24일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지금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자리는 취업준비생들이 준비하던 정규직이 아니라, 기존 보안검색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처로 정규직 신규채용이 감소할 것이란 지적과 관련해선) 우리 정부 들어와서 공공기관의 정규직 일자리가 거의 50% 이상 늘었다.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올해 인천공항공사는 3,2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취업준비생의 피해가 없다고 낙관하는 자세는 과도한 긍정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는 2018년 3월 무기계약직 1,285명을 신규채용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는데, 이후 신규채용 인원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재환 철도공사 노동조합(산별노조) 위원장은 언론인터뷰를 통해 “(정규직 전환 이후) 2018년 철도공사 사무영업 직렬의 모집인원은 450명이었는데, 2019년 40명으로 줄었다. (사측이) 취업준비생의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사회학을 연구하는 장귀연 박사는 책 『비정규직』에서 “고용의 안정이란 삶의 안정을 의미한다. 계속 직장에 다닐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면 삶의 계획도 세울 수 없고 마음이 항상 불안할 것이다. 비정규직이 바로 이런 상태다, 고용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는 비정규직은 계약 기간이 끝날 때마다 주기적으로 실직을 하게 된다. 재계약이 돼 계속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항상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삶의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고 말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자체를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그 과정이 세심하지 않으면 노사·노노 갈등은 물론 외부에서조차 공정성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정규직 전환을 한다면 기존 인력과 외부 취준생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며 “청년들의 사회적 공정에 대한 요구와 분노를 철없는 밥그릇 투정이라고 매도하는 세력이야말로 공정사회의 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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