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이 책의 저자는 미술작품 속에 투영된 현대사회의 일그러진 단면과 모순들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독자들과 함께 찾고자 한다. 공정과 평등에 관한 문제를 비롯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줄 ‘미술학적 성찰’의 방법론을 담은 책.
이 그림은 인상주의 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두아르 마네의 ‘롱샹의 경마’라는 그림입니다. (중략) 대체로 말 그림들은 말의 위용을 뽐내거나 멋지게 달리는 장면을 담아낸 것이 많습니다. (중략) 하지만 마네의 이 그림은 다릅니다. 일단 정면을 묘사했죠. 게다가 자세히 보면 말이 달리면서 일으키는 흙먼지에 가려 뒤편 말들의 다리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중략) 삭막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은 이 그림에서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스스로 그림 속의 말이나 기수가 돼 숨을 헐떡이며 경주로를 달리는 기분에 사로잡히는 거죠.<15~16쪽>
인상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인 에드가 드가의 ‘발레 수업’은 어딘가에서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법한 유명한 작품입니다. (중략) 당시 유럽에서 10대 초중반의 많은 소녀가 발레리나를 꿈꾸며 발레학교로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중략) 하지만 당시 유럽에서 발레리나들은 가족과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 발레를 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가 많았습니다. 파리오페라극장을 비롯해 유럽 극장들의 무희는 빈곤층 가정 출신이 대부분이었죠. 오늘날에도 여성에 대해서는 유리천장과 같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 제약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하지만, 당시에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매우 낮은 편이었습니다.<61~63쪽>
독일 화가 막스 베크만의 작품 ‘밤’은 마치 폭력의 전시장을 보는 듯 소름 끼치는 잔인함을 안겨줍니다. 이 그림은 세 명의 흉악무도한 침입자에 의해 일가족이 처참하게 희생된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왼편으로 남편의 목을 줄로 매달아 조르고 있는데, 그 와중에 또 한 명의 악당이 손을 비틀고 있습니다. (중략) 베크만이 겪은 20세기 초와 백 년이 지난 현재의 시대적 상황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폭력이 일상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145~146쪽>
『방구석에서 읽는 수상한 미술 이야기』
박홍순 지음│맘에드림 펴냄│220쪽│14,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