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오늘도 쾌변』
[리뷰] 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오늘도 쾌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6.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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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1982년생으로 내일 모레 마흔을 바라보는 저자는 365일 시끄러운 서초동 주변을 맴도는 9년차 변호사다. 변호사라고 해서 가만히 앉아서 돈을 쓸어 모으는, 먹고사니즘을 걱정하지 않는 천운의 사내는 아니다. 누군가는 '사(士)'자 들어간 철밥통 직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사가 안 되면 접어야 하는 자영업자에 가깝다. 2020년 4월 1일 기준(대한변호사협회 통계)으로 이 땅의 변호사는 2만7,880명. 수임 경쟁과 불황 속에 수임료는 10년 새 반 토막이 났고, 변호사 도움 없이 진행하는 '셀프 소송' 수도 적지 않다. 

30년 전에는 이름 석 자 커다랗게 적은 간판을 걸어놓은 채 그저 사무실에서 고상하게 난이나 닦고 있어도 세상 억울한 사람들이 줄지어 찾아왔을지 모르지만 요즘 같은 때에 개업 변호사가 그러고 있다면? 그는 30일 뒤 자기가 키운 난처럼 빼빼 마른 채 사무실 바닥을 기어 다니게 될 거다. 

그렇다고 고객이 많으면 마냥 좋으나? 그것도 아니다. 카리스마 여사님과 퇴임을 앞둔 공무원, 노동자 유족에서부터 약쟁이와 사기꾼, 동네 불량배, 추방 위기의 불법체류자까지 다양한 고객이 찾아오는데, "뭐 저런 인간을 변호하냐"는 맹비난에 휩싸이기도 하고, 때로는 수임자로부터 "한 것도 없으면서 돈돈거리는 변호사 놈"으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그는 쥐방울만 한 회의실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책상을 탕탕 치더니 "그럼 대체 할 수 있는게 뭐예요?"라거나 "그렇게 얘기할 거 같으면 제가 변호사 안 샀죠. 안 되는 걸 되게 해주는 게 변호사 아니에요?"라며 내 역할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럼 변호의 과정에서 얻는 성취와 보람이 크냐? 그렇지만도 않다. 드라마 속 변호사는 화려한 언변으로 상대측과 논박을 벌이지만, 현실 재판은 "10분 안에 끝나는 노잼"이기 때문이다. 

나름의 유쾌함과 해학으로 매일을 버텨내는, 생계 유지가 제 1목표인 생계형 변호사의 이야기다.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작. 

『오늘도 쾌변』
박준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260쪽│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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