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축복은 성경적 판단?... 교단 재판 회부된 개신교 목사
동성애자 축복은 성경적 판단?... 교단 재판 회부된 개신교 목사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6.2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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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해 8월 31일 인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게 꽃잎을 뿌리며 축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어떤 남자가 여자와 성관계를 맺듯이 남자와 성관계를 맺었다면 그들 모두 가증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들은 죽어야 하며 그들의 죽음의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 - 『성경』 레위기 20장 13절

“하나님께서는 이 때문에 그들을 수치스러운 정욕에 내버려 두셨습니다. 여자들은 남자와의 정상적인 관계를 비정상적인 관계로 바꾸고 남자들도 마찬가지로 여자와의 정상적인 관계를 버리고 서로 정욕으로 불타올랐습니다. 그들은 같은 남자끼리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고 이런 타락한 행위로 인해 그들 자신이 마땅한 징벌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하찮게 여기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타락한 마음대로 내버려 두셔서 합당치 못한 일을 하게 하셨습니다.” - 『성경』 로마서 1장 26~28절

기독교에서 성경(聖經)은 신(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된 삶의 지침서로 여겨진다. 기독교인은 기원전 1,000년 경부터 기원후 2세기에 이르는 동안 작성된 성경을 바탕으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켜가며 신앙인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중 동성애는 하지 말아야 할, 하면 죽어 마땅한 부도덕한 행위로 간주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어느 목사가 동성애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교회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는 수원영광제일교회의 이동환 목사. 해당 교회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에 따르면 이 목사는 지난해 8월 31일 인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성 소수자 축복식’의 집례자로 나선 혐의로 지난 17일 재판위원회에 기소됐다. 당시 이 목사는 성 소수자를 축복하는 뜻에서 행사 참여자들에게 꽃잎을 뿌렸다.

우선 교단법에 따르면 이 목사에 대해 중징계가 예상된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재판법(『교리와 장정』)에서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범죄로 간주하고 있고, 위반할 경우 정직이나 면직, 출교(교회에서 내보냄) 등의 중징계 처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향후 2개월 이내에 나올 1심 판결에 따라 목회자 직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인데, 이 목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언론인터뷰에서 “(교단 재판에 회부된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기독교의 본질은 사랑이며, 그 사랑으로 누군가를 축복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성 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재판까지 받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이니 성 소수자 역시 축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인데, 그렇다면 이 목사는 동성애를 죄로 규정한 성경 내용을 부정하는 것일까? 성경에 동성애가 죄로 규정된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경은 수천 년 전에 기록된 것으로 현재의 사회·문화 상황과 달라 문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 목사의 주장. 그는 “문자 그대로 보면 (동성애가 죄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성경은 4000~5000년 전에 쓰여졌다. (동성애 관련 내용은) 그 당시 사회·문화적 제약 안에서 쓰였기 때문에 오늘날의 사회문화와 맞게 재해석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성경을 원어적으로 풀어보면 동성애(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폭력적이고 탐욕적인 동성 성행위를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경의 ‘문자주의적 해석’(문자 그대로 받아들임)을 조심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편이다. 예를 들면 성경에 적힌 “돌로 사람을 쳐서 그 사람이 죽게 됐다면 그는 살인자다. 그 살인자는 죽임을 당해야 한다(현대에는 고의 살인이라도 정상참작에 따른 감형이 가능)”던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숨기고 혼인했을 경우) 그 여자를 자기 아버지 집 문으로 데려가 거기서 그 성의 남자들이 돌로 쳐 죽여라(현대에 이르러 여성의 성적 순결 중시 풍조가 과거보다 옅어짐)” 등의 대목은 오늘날의 정의와 다소 어긋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부 구절을 문화적 맥락에 맞게 재해석할 필요는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의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 누리꾼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건 위험한 행동이지만, 그 뜻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 또한 피해야 할 태도다. 예를 들어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증오의 마음을 버리고 그가 올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기도하라는 말이지, 그 안에 담긴 악까지 축복하라는 게 아니다. 죄와 사람을 분리해서 포용하라는 것”이라며 “누군가에게 북한의 김정은은 철천지원수인데, 원수라는 이유로 그의 반인륜적 행위를 용인하고 축복해야 하나? 오히려 그런 축복이 문자주의적 해석의 오류를 내포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문자주의적 해석의 오류와 더불어 동성애의 선천성 여부도 주요 논쟁거리다. 한쪽에선 “동성애는 타고나는 성적 취향”이라며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행동은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탄압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선 “신은 최초에 남자와 여자가 짝을 맺도록 인간을 창조했다”며 동성애와 같은 인본주의적 발상을 강요하는 것은 기독교 교리를 부정하는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얼핏 동성애의 선천성 여부만 과학적으로 입증하면 갈등이 봉합될 것 같지만, 사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동성애가 선천성이라면 같은 유전자를 지닌 일란성 쌍둥이에게서 동일하게 동성애 기질이 엿보여야 한다는 가설하에 지금껏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실제로 동성애와 유전자는 연관성이 적다는 결과가 다수 도출됐지만, 그 과정에서 고려돼야 할 예외 사항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켄들러 실험’(미국에서 1,512명 대상)에서 일란성 쌍둥이의 동성애 일치 비율이 18.8%, 2000년 ‘베일러 실험’(호주 3,782명)에서 남성 11.1%, 여성 13.6%, 2010년 ‘랑스트롬 실험’(스웨덴 7,652명)에서 남성 9.9%, 여성 12.1%로 집계돼, 동성애를 타고날 가능성이 10% 안팎으로 낮게 조사됐다. 동성애가 선천적이지 않다는 주장에 부합한 결과이지만 일란성 쌍둥이라도 취미와 특기, 음식·의복 취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일란성 쌍둥이에게서 동일하게 동성애 기질이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 설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존재해 해당 조사 결과가 동성애의 선천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힘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동성애가 후천성임을 입증하는 증언은 다수 존재한다. 2015년에 개봉한 김광진 감독의 다큐멘터리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닙니다>에 따르면 딘 히쳐는 4살 때, 어머니로부터 성 학대를 당한 후 동성애 포르노를 보며 공허감을 달래다가 동성애에 심취했다. 하지만 자신의 자의식에 오류가 있었음을 깨닫고 동성애 생활을 그만둔 그는 “가정환경과 왜곡된 성 경험으로 인해 자기도 모르게 동성애적 성향이 있다고 오해하게 됐다”며 ‘동성애를 성중독’으로 규정했다. 정신적 사랑보다는 육체적 사랑이 동성애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 같은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국내 1호 트랜스젠더 김유복씨 역시 “(동성애는) 사랑이 아니다. 육체적인 즐거움을 잠깐 느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몰랐다”며 “동성애는 핍박의 대상이 아니라 치유의 대상”이라고 증언했다. 동성애는 ‘잘못’이지만 이를 혐오하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장. 반대로 결혼해서 자녀를 둔 사람이 뒤늦게 동성애에 빠지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이 역시 성 정체성의 변화가 일었다는 점에서 동성애의 후천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여겨진다.

찬반 양측의 주장만 있을 뿐 여전히 명확한 과학적 입증이 이뤄지지 않은 동성애 관련 논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견해차로 인해 성 소수자 혐오를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도 난항을 겪는 중에 개신교 목사의 동성애 옹호 관련 재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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