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0주년 기획] 정권에 따라 ‘분단영화’도 변한다?
[6.25전쟁 70주년 기획] 정권에 따라 ‘분단영화’도 변한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6.25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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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 감독, 영화 <고지전> 스틸컷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6.25전쟁은 그야말로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이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한 6.25전쟁은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으며 이로 인해 한민족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 70년의 세월을 대결하고 반목했다.

6.25전쟁은 한국영화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는데, ‘분단영화’라는 장르가 바로 그 영향의 주요 산물이다. 분단영화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영화 장르로, 대개 ‘반공영화’ 혹은 ‘전쟁영화’와 이음동의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분단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반공 이데올로기와 6.25전쟁의 과정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분단영화의 보다 정확한 정의는 ‘한반도의 분단 상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룬 영화’일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분단영화가 정권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다는 점이다. 논문 「<쉬리> 이후 분단영화에 나타난 핍진성과 장르변주의 상호텍스트적 관계 연구」의 저자 최은진은 “분단영화는 남북 관계 묘사 및 캐릭터 구축에 있어 실제 남북 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특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대북 유화정책을 펼쳤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분단영화가 대개 ‘코미디’(comedy)와 ‘멜로드라마’(melodrama)로, 대북 강경정책을 펼쳤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주로 ‘액션영화’(action film)와 ‘전쟁영화’(war film)로 발현됐다.

저자는 “진보정권 10년 동안 분단영화도 햇볕정책과 평화번영 정책의 영향을 받아, 반공영화 일색이던 분단영화를 탈피해 상업영화시장에서 자생력을 갖춘 장르로 변화한다”며 “이 시기에는 남북 간의 관계를 멜로, 코미디, 전쟁 등의 장르로 풀어내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다”고 말한다.

저자의 논의처럼, 1998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시행되자 남한 남성과 북한 여성의 절절한 사랑을 그린 <쉬리>가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와 <웰컴 투 동막골>이 차례로 개봉하면서 남과 북이 친밀한 교감을 나누며, 함께 이상적인 공간을 꿈꾸는 영화가 등장한다. 저자는 “진보정권 10년의 남북관계가 멜로장르를 통해 재현되는 것도, 분단영화에 코미디 장르가 다수 제작되는 것도 이 시기”라고 밝히는데, 2002년에 개봉한 <이중간첩>과 <휘파람 공주>를 시작으로 <남남북녀> <그녀를 모르면 간첩> <국경의 남쪽> <만남의 광장> 모두 위와 같은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반면에 대북 강경정책을 펼쳤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가족 이데올로기’와 ‘보수적 가치’가 분단영화에 틈입하게 된다. 이러한 양상은 2013년에 개봉한 <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용의자>를 필두로, <포화속으로> <연평해전> <인천상륙작전>까지 이어진다. 위 영화들은 모두 전쟁과 액션을 주된 장르로 삼으며 남과 북의 대결 구도를 뚜렷하게 드러낸다는 특징이 있다.

저자는 “보수정권 9년 4개월 동안 남북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분단영화도 이전의 진보정권에 비해 보수적 가치를 내세우는 영화들이 많아진다”며 “특히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액션영화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멜로장르로 남북 간의 관계를 풀어내던 영화들이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이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감동 코드를 가진 영화가 많아지는 경향이 생긴다. 액션장르로 풀어낸 분단영화가 늘어나고 흥행에도 성공한다”며 “그리고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반공영화가 귀환하는데, 이것은 정치적 헤게모니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러 매체에서 보도되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개봉한 분단영화가 각각 ‘멜로드라마’와 ‘액션’이라는 장르를 근간으로 삼았다면, 2017년 이후 문재인 정부 시기 개봉한 분단영화는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전 시기에 비해 소재와 장르적인 측면에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며 “<공조>의 위조지폐, <V.I.P>의 기획 귀순과 사이코패스, <강철비>의 북한 쿠데타 가능성과 핵문제 등 이전과 다른 소재에 눈을 돌리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또한 <공조>는 액션·코미디, <V.I.P>는 범죄·느와르, <강철비>는 액션·드라마로 장르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분단영화는 정권의 대북정책과 그에 따른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고 있다. 앞으로 개봉하는 분단영화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담아낼까? 한국영화사, 특히 분단영화를 깊이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흥미로운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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