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쏟아지는 트럼프 비판서... 『그 일이 일어났던 방』
연이어 쏟아지는 트럼프 비판서... 『그 일이 일어났던 방』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6.2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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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촬영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표지. [사진=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촬영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표지.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트럼프 “휴식 시간에 무슨 얘기를 했냐”

김정은 “전임자들이 논의했던 그 무엇에도 비할 바 없는 제안을 갖고 하노이까지 먼 길을 왔는데도 트럼프가 만족하지 않다니 기분이 좋지 않다”

트럼프 “계획된 만찬을 취소하고 북한까지 비행기로 데려다 주겠다”

김정은 “그럴 수 없다”

트럼프 “(그러기만 한다면) 대단한 그림이 될 것이다”

지난해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에서 오간 대화다. 당시 이뤄진 협상은 별다른 소득 없이 결렬돼 그 이유와 당시 상황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낳았는데,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을 통해 그 내막이 공개됐다.

볼턴의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회담이 결렬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판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비리를 폭로한 옛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 방송을 밤새워 보느라 매우 짜증이 난 상태에서 ‘스몰딜을 타결하는 것과 (협상을 결렬시키고) 걸어 나가는 것 중에서 어떤 게 (청문회 관련 뉴스보다) 더 큰 기사가 될지’에 관해 물었다고 기술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경제제재 완화를 대가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내밀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조치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는데, 그 내막에 자신을 향한 미국 내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판단이 자리했다는 주장이다.

회고록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관한 부분도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6월 말 이뤄진 ‘판문점 회동’에서 북한과 미국이 양자 간 정상회담을 희망했으나 문 대통령이 참여를 고집하면서 삼자 회담의 모습을 연출하려 했다는 내용.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함께 만나 필요 없이) 나를 서울에서 DMZ로 배웅하고 (헤어진 뒤) 회담 후 오산공군기지에서 다시 만나도 된다”고 했으나 문 대통령이 “DMZ 내 관측 초소까지 동행한 다음 결정하자”는 주장을 고수했다고 기술했다. 문 대통령이 양자 회담에 무리하게 끼어들어 생색을 내려 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대목인지라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과 관련해 한미 양국 정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는 “회고록이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지 않고,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했다”고 비판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볼턴 전 보좌관을 겨냥해 “무능한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의 발언에 따르면 해당 회고록은 사실관계에 어긋난 주관적 관점이 담긴 책이라는 건데, 정말 그럴까? 우선 신뢰성이 일부 의심받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에 대한 비판은 전무한 채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잘못 꼬집기’에 집중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은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했는데, <워싱턴포스트> 역시 “볼턴의 회고록은 자기비판이 부족하다는 것이 여러 중대한 결점 중 하나”라며 “거의 모든 결정 과정에서 자신이 옳고, 잘 안될 줄 알았으니 죄가 없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런 비난이 회고록의 사실성을 부인한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 실제로 앞서 백악관이 볼턴 전 보좌관에게 수정을 권고한 내용을 보면 사실관계보다 뉘앙스 수정 요구가 다수다. 이를테면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와 다른 어젠다를 갖고 있다”는 문장 뒤에 “어느 정부도 자기 국익을 우선시하는 것처럼”이란 문구를 추가하고, “북한이 정보를 숨기고 있다”를 “북한이 핵심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수정하는 식. 녹음파일을 그대로 옮기지 않는 이상 글에는 개인의 주관적 견해가 담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과 오해가 섞였을 수 있지만, 백악관이 기밀 누설 혐의로 출판금지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그 내용을 거짓으로 간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일 미국 법원은 회고록이 기밀 공개로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회고록이 이미 언론사 등에 퍼졌다는 이유를 들어 미 법무부의 출간금지 요청을 기각한 바 있다. 현재 해당 회고록은 PDF 형태로 온라인에 유출된 상태다.

“4년마다 다가오는 중요한 정치적 결정의 맥락(미국 대선)을 앞두고 회고록을 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볼턴 전 보좌관 발언)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저지를 회고록 출간의 주요한 이유로 내세우는 상황. 회고록 출간을 자신을 해고한 트럼프에 대한 앙갚음이란 해석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회고록의 사료(史料)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호주 총리와의 통화에서 “(난민 수용 요청에) 미래의 폭탄 테러범들을 받으란 말이냐”라고 말한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사건을 계기로 외국 정상과의 대화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는데, 이와 같은 대통령에 걸맞지 않은 언행이 기록되고 알려질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전·현직 관계자 200여명을 인터뷰해 백악관의 비밀스러운 내막을 폭로한 『화염과 분노』(은행나무/2018), 백악관 참모들이 바라본 트럼프 대통령의 일상과 비판을 담아 폭로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딥인사이드/2019)에 이어 세 번째로 등장한 『그 일이 일어났던 방』. 기록을 꺼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면면을 기록해 폭로하려는 주변인의 시도가 오는 11월 3일 열릴 미국 재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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