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리 ‘얼굴’을 둘러싼 사유의 모험 『얼굴을 그리다』
[리뷰] 우리 ‘얼굴’을 둘러싼 사유의 모험 『얼굴을 그리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6.24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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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우리가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하는 것. 바로 자신의 얼굴이다. 나는 나를 오롯이 볼 수 없다. 거울, 그림, 사진, 영상 등에서 나는 나에게 불완전하게 포착된다. 나를 보려는 인간의 욕망과 그것의 역사가 『얼굴을 그리다』에 담겼다.

하이퍼리얼리즘 초상화가로 불리는 정중원은 “자기 모습에 대한 호기심과 불확신, 기대와 불안은 계속됐고, 지금 이순간까지도 인간은 스스로의 복제상을 끝없이 생산하고 조작하며 공허한 환호와 절망을 반복하고 있다”며 “‘너 자신을 알라’라는 유명한 말은 ‘내가 나를 가장 모른다’라는 명제를 전제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이 단순한 잠언이 수천 년에 걸쳐서 공명하는 까닭은, 이 말이 우리에게 ‘나 자신’의 불가지성을 적나라하게 상기시키기 때문”이라며 “볼 수 없는 것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오래되고 고리타분한 철학적 고민도 결국에는 내가 나를 바라볼 수 없다는 단순한 역설에서 시작됐을지 모른다”고 설명한다.

저자가 제기한 물음은 사진과 영상이 고도로 발전한 시대에 얼굴을 하이퍼리얼리즘, 그러니까 ‘극사실주의’로 그리는 행위가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를 상기시킨다. 저자에 따르면 하이퍼리얼리즘은 “원본과 복제, 실재와 가상의 전복된 위계”를 보여준다.

즉 하이퍼리얼리즘의 미학은 그림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정교하게 그렸느냐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과 그림의 관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는 행위와 그것을 본 사람들이 일순간 사진과 그림의 경계를 잊어버리도록 하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카메라가 있는데 왜 그림으로 그리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역설적으로,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가 된다”고 말한다.

얼굴과 이미지에 관한 저자의 폭넓은 사유와 통찰을 통해 ‘나 자신’의 불가해성과 불가지성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

『얼굴을 그리다』
정중원 지음│민음사 펴냄│436쪽│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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