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불편하지만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음 장애인은 아닙니다』
[리뷰] 불편하지만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음 장애인은 아닙니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6.2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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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뇌성마비입니다." 

1975년 음력 7월 10일 오후 3시, 전라북도 전주의 작은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저자. 이후 걸어야 할 나이가 됐음에도 걷지 못해 찾아간 병원에서 뇌성마비 진단이 내려졌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마땅한 치료법을 찾지 못했고 오히려 가슴 아픈 말들만 들려왔다.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영영 고칠 수 없습니다." 

저자는 신께 수도 없이 되물었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쉽사리 답을 듣을 수 없었으나, 시간이 흘러 마음 속에 원망이 사그라들자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몸에 장애를 입고 태어났지만 비장애인에게 마음만은 장애가 아님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인내와 끈기를 무기로 좌절하지 않고 세상과 마주섰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방송통신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사법시험을 준비했으나 "점수가 나오지 않(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모의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OMR 답안 마킹에 어려움을 겪어 실전에서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OMR 대리마킹을 허용해달라는 건의가 행정안전부에서 받아들였지만, 그땐 이미 공무원시험을 포기한 이후였다. 비정규직 신분으로 몇몇 회사를 다녔지만, 근속 연수는 평균 2~3년정도에 불과했다. 지인 소개로 들어간 한 회사와 관련해서는 "업무 실수가 잦았습니다. 부서 직원들은 저의 실수를 자기들이 수습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다시 하겠다고 해도 자기들이 하겠다고 했습니다. 업무상 실수만 없었다면 아직도 일하고 있을 것"이라며 "아쉬움이 남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의 삶이 어려움의 연속이었던 것 만은 아니다. 녹록지 않은 삶의 여정 속에서도 소소한 성공을 맛볼 수 있었다. 경기도장애인체전에 출전해 원반과 투포환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 대표적인 사례.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선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종목을 바꿔 맹훈련에 돌입했던 것이 주효했다. 사실 저자는 이런 계기가 아니더라도 매일매일 작은 성공을 맛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있습니다. 10분 운동, 발음 연습, 독서입니다. 그 속에서 매일 작은 성공을 맛보고 있습니다. 매일 조금씩 하다 보면 무엇인가 이룬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라고 말한다. 

그런 노력은 개인적인 만족감에 그치지 않는다. 책 관련 포럼에 참여해 15분 스피치를 하는 등 외부강의를 하고 '감사마스터'란 개인브랜드를 기반으로 감사 콘서트를 개최했다. 또 책 『감사마스터 이진행의 ThamQ』를 포함해 벌써 두권의 책을 출간했고, 단편 영화 <배리어프리>가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아울러 꽃판매업체 '이진행플라워'의 대표도 맡고 있다. 

그는 말한다. "장애는 저를 움직이게 합니다. 걷기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안 움직인 적이 없습니다. 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작게나마 매일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 행복의 배후에는 도전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도전하니 행복합니다. 작가도, 영화감독도 도전이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하니 이뤄집니다. 장애를 부끄러워하고 중도에 삶을 포기했다면 지금의 저는 없을 것 입니다. 제게 장애는 돌파해야 할 대상입니다. 어떤 고난과 두려움이 다가온다 할지라도 당당히 뚫고 나가려 합니다. 장애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마음 장애인은 아닙니다』
이진행 지음 | 가갸날 펴냄│222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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