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전도사’ 백영옥 작가가 전하는 ‘낙관의 힘’... “행복과 불행 사이엔 ‘다행’ 존재”
‘앤 전도사’ 백영옥 작가가 전하는 ‘낙관의 힘’... “행복과 불행 사이엔 ‘다행’ 존재”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6.22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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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서출판 아르테]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 주제곡 중

다섯 가지 수식어 중에 부정적 묘사가 무려 네 가지다. 피부가 깨끗하지도, 몸매가 아름답지도 않고, 튀는 빨강머리에 예쁘지 않은 여자아이. 이뿐만이 아니다. 부모를 잃고 고아로 남겨져 힘겨운 삶의 무게를 경험해야 했던 어린 소녀. 다만 존재 자체에 스민 사랑스러움이 모든 부정을 상쇄하고 남아 무한 긍정의 매력을 내뿜는 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떡해서든 긍정을 끌어내고야 마는 앤의 고집스러운 긍정의 힘은 많은 명언으로 남아 위로와 용기를 널리 전파한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지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무한 긍정의 앤이라고 해서 슬픔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조애너 아주머니의 집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주는 금발의 엘리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앤의 곁을 떠나갈 때처럼 슬픔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존재다. 다만 이별의 슬픔 앞에서도 앤은 ‘늘, 언제라도 기쁨을 찾아보자’라는 태도로 아픔을 이겨내는데, 사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친구가 됐든, 연인이 됐든 이별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니까. 백영옥 작가는 책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에서 그런 슬픔을 이겨내는 법을 전하는데 “하루를 24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막막하고 괴롭잖아, 근데 그 하루를 1시간 30분, 아니 5분으로 쪼개면 그나마 (이별의 아픔이) 괜찮게 느껴져. 5분을 견디면 5분 후의 삶이 조금 나아진다고 믿는 거지. 그리고 5분을 견딘 나를 칭찬하는 거야”라며 옛 선배의 충고를 빌려 극복 노하우를 전한다.

행복을 대단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것도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앤에게 행복은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합쳐져 이뤄낸 선물이었으니까. 백 작가 역시 “행복과 불행 사이에 ‘다행’도 있다는 사실을, 행복을 다행이라 바꿔 말한다고 삶이 무너지진 않는다는 걸, 이제 나도 행복을 ‘괴로움이 없는 상태’라 조금씩 바꿔 부를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관점의 전환을 강조한 대목인데, 이를 인간관계에 접목해 “그 사람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한 사람. 그 사람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바뀔 것이고, 바뀌는 동안 쓴 그간의 노력이 아쉬워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은 역설적으로 더 깊어질 것”이라며 “최고의 사랑은 좋은 상대를 만나 사랑하는 게 아니다. 서로가 좋은 상대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비로소 사랑은 완성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진=밀리의 서재]
[사진=밀리의 서재]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빨강 머리 앤이 전하는 교훈 중 하나다. 행복은 적정선을 넘으면 더이상 행복의 강도가 세지지 않기 때문에 큰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작은 행복을 자주 맛보는 편이 더 낫다는 ‘행복의 평균값’의 교훈. 앤처럼 고아 소녀인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 역시 이런 이유에서 “아저씨! 저는 행복의 비밀을 알아냈어요. 그것은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지금 이 시간을 최대한 즐겁게 사는 거예요. 저는 작은 행복을 많이 쌓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사실 아무리 좋은 말도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내 것이 될 수 있다. 김옥림 작가가 책 『명언의 탄생』에서 “명언에는 그 말을 남긴 이의 철학과 사상,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담겨 있어 마음에 새기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상황과 처지에 맞는 말은 지난날의 반성과 앞날의 혜안을 가져다준다. 한마디 말이 인생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킨다”면서 “머리로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긴다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마음에만 새기고 행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의지를 발휘해 행동하는 데 묘안은 없다. 김연수 소설가가 “매일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매일 같은 시간에 밖으로 나가는 습관을 만드는 것뿐이다. 달리는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 신발 끈을 묶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했듯, 긍정의 행복을 누리는데 묘수는 없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무작정 적용하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사람이 바뀌는 게 어디 그리 쉽겠냐’고 부정의 말을 쏟아낼 수 있다. 단정 짓기 조심스럽지만, 변화는 찰나적 깨달음의 순간에 찾아오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멀리 보리수 아래서 석가모니가 그러했고, 가까이 김웅 국회의원이 그러했다. 김 의원은 검사 시절 펴낸 책 『검사내전』(부키)에서 젊은 시절 대인기피증에서 벗어난 일화를 전했는데, 길동도사(친하게 지냈던 노숙자)의 권유로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대학교 도서관 앞 통로에 신문지를 깔고 앉은 그는 “얼굴이 달아올라 머리카락부터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며 “(극도의 부끄러움에) ‘미쳤나 봐’라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속말”을 듣기도 했지만, 오래지 않아 “아무리 부끄러워도 사람의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는) 섬광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술회한다. 이런 찰나의 깨달음은 긍정의 인식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무한 선택이 자아낸 압박과 불안 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견뎌내고 있다면 이젠 자신을 위로하며 무한 긍정의 의지를 발휘해보자. 빨강머리 앤은 “지금 이 세상 누군가에게 행복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언젠가 나(당신)에게도 행복이 찾아올 거예요”라고 위로를 전한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아르테)에 이어 최근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밀리 오리지널)을 펴낸 ‘앤 전도사’ 백영옥 작가 역시 밀리의 서재 ‘챗북’ 인터뷰를 통해 “낙천성은 운 좋게 타고나는 것이지만, 낙관성은 훈련으로 키울 수 있다. 애초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낙천성이 아니라, 스트레스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낙관성, 우리가 평생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은 그것”이라고 강조한다. 긍정은 타고나지 않아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당신도 앤이 될 수 있다는 위로가 따스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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