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코로나19 대구 의료진의 기록 
[책 속 명문장] 코로나19 대구 의료진의 기록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6.18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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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나면 2시간 동안은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한다. 평소에는 2시간 동안 화장실을 안 갈 수도 있고, 물을 안 마실 수도 있는데 못 한다고 하니까 더 힘들어진다. 레벨D 방호복을 입으면 땀이 계속 흘러 갈증이 심해진다. 그래서 레벨D 방호복을 벗고 나면 시원한 물을 많이 마셔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또 혹시라도 다음 방호복을 입을 때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 봐 휴게시간에도 물을 적게 마시고, 방호복을 입기 전 마지막까지 화장실을 억지로라도 간다. 근무를 얼마 하지 않았지만 마치 한 달 이상은 근무한 느낌이다. 온몸이 쑤셨고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두통까지 온다. 레벨D 방호복이 일체형이라서 모자까지 쓰면 목이 저절로 앞으로 숙여져서 목, 어깨까지 많이 아프다. <39~40쪽> 

2020년 3월 16일. 11번째 사망 환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환자이기 때문에 임종 과정을 가족들이 옆에서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은 언제나 안타깝다. 이미 보호자들이 생명이 멎을 순간에 심폐소생술이나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 했지만, 옆에서 보는 간호사의 입장에선 더 이상 무엇도 해드릴 것 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에 대해 설명한 후 하고 싶은 말씀을 전달하라며 환자 귀에다 핸드폰을 대줬다. 의식이 없고 맥이 없어진 환자는 이미 아무 말도 들을 수 없다. 그러나 아내인 할머니가 그 환자가 들리도록 외치는 통화 내용이 내 귀에도 울려 퍼지니, 마음이 아팠고 눈물이 흐른다. 이 상황이 50년 이상을 같이한 노부부의 마지막 이별 의식이기 때문이다. <61~62쪽> 

의사회 사무실에 연락해보니 하루 사이 60명이 넘는 의사들이 자원봉사 참여 의사를 밝혀왔고 현재도 계속 연락이 온다고 해 조금 안심은 됐다. 자원봉사 신청한 분들을 의료 인력이 필요한 현장에 배치하는 업무도 지시하고 책임자도 임명했다. 때마치 메르스 사태때 강남구 보건소장이었던 대학동기도 달려오고 신경외과 원장 한 분도 자기 병원 문을 닫고 와서 두 분에게 어디에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현장조사와 봉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해 나와 의사회의 봉사가 시작됐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의사는 대구에만 327명 전국에서 45명 도합 372명이 봉사에 참여해 한 푼의 보수도 받지 않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의사회에 등록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다 파악하지도 못했다. <106쪽>  

『그곳에 희망을 심었네』
이재태 (엮음) 지음 | 학이사 펴냄│352쪽│1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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