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다은의 독사② 밀알독서회
소설가 김다은의 독사② 밀알독서회
  • 관리자
  • 승인 2006.05.2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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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독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막상 책을 읽고 싶은데, 책 선정에서부터 독서과정 자체가 캄캄한 경우가 있다. 김다은의 독사는 이미 책 읽는 재미와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다양한 독서모임을 소개하여, 새로운 독서문화의 길잡이가 되고자 만들어진 칼럼이다. 

 

                   밀알 독서회

▲ 이희진 회장


‘밀알 독서회’의 탄생
  영등포구 평생 학습관 안에는 주부 독서 모임인 ‘밀알 독서회’가 있다. 1996년 영등포 시립도서관으로 불리던 그곳에 밀알 독서회가 만들진 과정은 특이하다. 그 당시 주부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혹은 혼자서 1주일이면 두 세권의 책을 빌려다 읽었다. 책을 빌리거나 반납하러 오는 과정에서 얼굴을 마주치거나 서로 눈인사를 건넨 주부들이 책을 매개로 조금씩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 챈 도서관 측에서 독서모임을 주선하기에 이르렀고,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밀알 독서회’를 만들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드디어 도서 대출실 벽에 회원을 모집하는 공고가 작게 나붙게 되었다. 모집 공고를 보고 주부들이 지원서를 내는 신나는 장면이 연출되었고, 독서회에 관심을 갖고 있던 도서관 직원들이 손수 나서서 독서회 방뿐만 아니라 다과까지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도서관에 자주 들르던 작가 유현숙씨에게 독서모임의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는 마침 일을 쉬고 글 쓰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어 시간을 낼 수 있으니 지도를 맡아 주겠다고 했다. 또한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상담을 해 오던 주부들이 있으므로 그들을 합류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독서회 인원은 23명으로 규모가 꽤 커졌다. 제일 연장자이며 전직 교사출신의 이혜자 씨가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첫모임과 활동의 시작
  1996년 3월 드디어 첫 모임이 있었다. 학교나 직장을 떠난 지 오래 된 주부들은 첫 등교하는 아이들처럼 설레는 가슴을 안고 독서회 방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들의 나이는 30대 초반부터 50대 중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이었다. 전직도 회사원, 교사, 무용가, 그림을 그리던 사람, 아마추어 작가, 문학소녀였던 주부도 있었다. 다양한 계층은 물론, 미혼과 기혼이 섞여 있었다.
  첫 모임에서 각자 자기소개가 있었다. 모임에 익숙치 못한 주부들은 모기만한 소리로 자기 이름 세 글자를 이야기하기도 힘들어했다. 이름은 쑥스러워 말을 못하고 00엄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너무 떨려서 자리에서 못 일어나겠다며 노트에 자기 이름을 써서 보여주는 사람도 있었다. 자기소개도 부끄러워 못하는 사람들과 독서토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선적으로 ‘마음의 문을 여는 연습’이 필요했다.
 첫 모임 때 모아진 중지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은 후 자유롭게 이야기하되, 미리 독후감을 준비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다음 모임에서 당장 문제가 나타났다. 한 회원은 자신의 얘기로 30분을 넘게 시간을 빼앗는가하면 다른 회원은 멀뚱멀뚱 바라보는 수준이었다. 또 한편에서는 독후감을 어떻게 쓰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 모임에서부터는 글의 문장연습을 거쳐 독후감쓰기, 시 쓰기, 수필쓰기, 동화쓰기 같은 장르를 차례대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움츠리고 있던 주부들이 자신의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것들을 밖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부 갈등, 부부갈등, 입양한 아이와의 문제, 아이 교육 문제 등을 솔직히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주부들은 글과 대화와 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이러다보니 한 가족처럼 서로를 가깝게 느끼며, 아이들이 다 읽고난 좋은 책들이나 학습 자료까지 서로 물려주는 단계에 이르렀다.
 

▲ 밀알독서회 회원들이 선정된 책에 대해 토론하는 장면


동인지 ‘비상’ 출간하기도
 책 읽기와 글쓰기를 시작한 지 만 1년만인 1997년에는 전국주부 백일장에서 회장이었던 이혜자 씨와 총무인 황종미 씨가 상을 받고, 이어서 경방백화점 백일장에서 3명의 회원이 시상대에 올랐다. 같은 해 영등포 문예 백일장에는 무려 5명의 회원이 산문과 운문에서 상을 받았다. 그 후에도 여러 문예공모전 백일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영등포구 시 낭송대회에서 이 희진 씨는 자작시를 낭송해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자 회원들은 무조건 베스트셀러만 읽던 습관에서 벗어나 작가를 선택해서 작가 탐구에 들어가거나 장르별로 자신에게 맞는 책을 읽는 단계에 이르렀다. 1998년에는 회원들이 쓴 글들을 모아서 엮은 동인지 ‘비상’ 이 출간되기도 했다. 그동안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회장 자리를 잘 지켜오던 이혜자 씨가 갑자기 세상을 뜨고, 지도를 맡아오던 작가 유현숙씨도 의욕을 잃고 한때 모임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2006년은 신임 회장 이희진 씨를 중심으로 새로운 출발의 해가 되었다. 과거 회원들이 대부분 이사를 가거나 은퇴했으나, 새로운 회원들이 들어오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된 것이다. 현재 회원들은 30대와 40대가 주류이고, 글쓰기 선생 유현숙, 총무 최지영, 일반 회원 김은실, 김은자, 신향선, 양승주, 유은숙, 이준자, 이지수, 이향란, 이희진, 임현정, 조정옥, 최지영, 홍명진, 황종미 씨 등이 참석하고 있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독서회
  최근 밀알 독서회는 오전 10시30분에 모여 한 시간 동안 글쓰기 기초를 배우고, 한 시간 동안 선정한 책에 대한 토론을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2006년 3월 모임에서는 김서령 씨의 『시앗』을, 5월에는 소설가 김다은 씨의 『이상한 연애편지』가 선정되어 작가와의 대화가 있었다. 6월에는 김훈의 『강산무진』을 읽을 예정이다. 『시앗』은 인터넷 소설로 대중소설이라는 점에서, 『이상한 연애편지』는 실험적이고 문학성에 도전하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강산무진』은 그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선정되었다.
  가령, 지난 3월에 읽은 『시앗』은 남편의 여자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주부 독서모임의 회원들은 다른 때보다 적극적으로 의견들을 쏟아냈다. 숨겨져 있던 남편의 여자가 25년 만에 나타난 것에 대한 충격에서부터,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내와 엄마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마음을 키워내야겠다(최지영)”는 의견이나, “시앗을 참고 살며 봐주는 것 같지만 작가가 스스로 즐긴 측면도 있는 것 같다(이희진)”는 뜻밖의 관점도 신선했고, “작가가 이렇게 글로 한풀이를 한 것 같다(신향선)”는 삶과 글의 관계에 대한 의견도 있었고, “남편에게 그 책을 보여주니 도리어 화를 내길래 그 책으로 대화의 장을 마련했던 점이 좋았다(이준자)” 등의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밀알 독서회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계획 중에 있지만 주부로써 컴퓨터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난점을 극복해야한다고 말했다. 밀알 독서회는 모임 시간은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1시까지이며, 회원 자격은 영등포구 구민 중 여성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하지만 타 구 주민에게도 문을 열어 두고 있다고 하니 같이 책 읽을 친구를 찾는 주부들은 망설이지 말기 바란다. 특히 주부 모임의 독서 노하우를 배우고자 하는 다른 구의 주부들도 회장 이희진 씨(02-2636-2818)에게 연락하면 된다.

▲ 김다은(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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