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자의 집에서 한 소녀가 테이블 위에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다. 얼마 뒤 뜨거운 냄비에서 막 나온 금속 기구가 뱀처럼 고개를 든다. 그리고 그렇게 불법 낙태가 자행된다. "빅토르 위고도, 페기도, 이런 상황을 위한 글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스무 살에 자신이 받은 불법 낙태 수술에서 출발해 어린 시절과 사춘기에 겪었던 상처, 가족에게 느끼는 수치심, 자신의 뿌리를 잊기 위한 노력과 부르주아층 남자에게 버림받은 일들을 풀어놓는다.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분리되는 단절을… 2019년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소설 『세월』을 쓴 저자 아니 에르노의 1974년 데뷔작이다.
■ 빈 옷장
아니 에르노 지음 | 신유진 옮김 | 1984BOOKS 펴냄│224쪽│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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