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사는 그책] 김수현 작가가 조금 변했다 “너도 문제지만 나 역시 문제”
[니가 사는 그책] 김수현 작가가 조금 변했다 “너도 문제지만 나 역시 문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6.17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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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다(buy)는 말에 어쩐지 산다(live)는 말이 떠오른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책을 사면서 그 책에 들어가 살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영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존 버거가 “이야기 한 편을 읽을 때 우리는 그것을 살아보는 게 된다”고 말했듯 말이다.
책을 산다는 행위가 그저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선다면 우리는 그 구매 행위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니가 사는 그책. 어느 가수의 유행가 제목을 닮은 이 기획은 최근 몇 주간 유행했던 책과 그 책을 사는 사람들을 더듬어본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김수현 작가가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후속작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를 펴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2016년 11월 1쇄 이후 지난 3월 100만 부 기념 클래식 에디션을 찍어냈으며, 교보문고에서 2010년대 누적 베스트셀러 순위 9위를 기록한 책이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와 구성이나 디자인이 굉장히 비슷하다. 에피소드만 최신으로 바꿨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부분 그 중심내용이 유사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나의 마음’에 중심을 뒀다면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타인의 입장’에 대한 비중을 늘렸다는 것이다.  

전작에서 많은 부분 타인만을 탓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나’를 돌아본다. 가령 작가는 전작의 수록글 「모든 이에게 이해받으려 애쓰지 않을 것」에서 자신들과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를 잘못된 사람으로 판단하는 이들을 비판하며 “누군가 이차방정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이차방정식이 아닌 그 사람의 이해력 부족에 있듯이 누군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이해력 문제일지 모른다. 그러니 그들에게 쩔쩔맬 필요도 없고 우리를 증명하려 애쓸 필요도 없다. 우리는 편협한 이들에게 이해받으려 사는 게 아니며, 당신의 삶은 당신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후속작의 「상대의 마음을 안다는 착각」에서는 나 역시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상대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착각은 거절이나 불쾌감을 예방할 수 있을 거라는 안도감을 줄 수도 있지만, 실재하지 않았던 갈등을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이라며 “머릿속에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해도 그 목소리에 사로잡히지는 말자. 그건 상대가 아닌, 당신이 만든 허상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내가 받는 상처와 마찬가지로 내가 주는 상처 역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강연에서 “지금까지 나에게 크게 상처를 준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많은 사람이 어렵지 않게 대답했지만 “지금까지 당신 때문에 크게 상처받은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면 대답이 없었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상처를 받은 사람만 있고 준 사람은 없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아마 우리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는 증거가 아닐까”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상대의 실수에 조금은 눈감아 주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상대의 행동에 의도를 찾지 않는 둔감함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사과의 중요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작가는 한 학생에게 조금 늦게 사과를 받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누군가 내 마음을 염려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감과 따뜻함이 느껴졌다”며 “물론 사과를 받아줄지 받아주지 않을지는 상대의 몫이고, 사과하더라도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진심이 담긴 사과에 손해는 없다”고 말한다. 

작가는 유해졌다고 해도 될 정도로 전작과 달리 타인에게 관대하다. 전작의 「생활 기스와 완전 파손을 구분할 것」에서는 관계에 있어서 서운함이나 문제 등 흠집이 생기면 그것이 ‘생활 기스’인지, 우정 혹은 사랑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완전 파손’인지 구분해 인간관계를 끊어 내거나 이어가야 한다는 데서 그쳤다. 

그러나 후속작에서는 관계 정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관계를 끊어내지 않고 잠시 거리를 두며 기다린다면 관계를 잃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할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러니 시간을 두고 관계의 변화를 바라보자. 당장 원하는 답은 아닐지라도, 지킬 수 있는 관계는 지키는 게 좋다.”(「적어도 쓰리아웃은 하고 체인지합시다」 中) 전작과 많은 부분 비슷하지만, 이렇게 달라진 점을 찾으며 작가의 변화를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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