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너와 함께 다시 부를 수 있다면 『한 줄도 좋다, 그 동요』
[책 속 명문장] 너와 함께 다시 부를 수 있다면 『한 줄도 좋다, 그 동요』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6.1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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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나는 다시 한번 확연히 알게 됐다. 우리들의 동요 중 많은 곡들이 가장 배고프고 가장 치욕적인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뒤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그리고 놀랍게도 사람들은 고픈 배를 물로 채우면서도 동요를 불렀다. 아이들은 일 나간 엄마 아빠를 기다리느라 울면서도 동요를 불렀다. 무자비한 일본 순사들의 칼날 사이로 아이들의 동요가 바람처럼 흘러 들어갔다. 전쟁 뒤의 피폐한 거리와 골목에서도 아이들은 구멍 난 신발을 신고 달리면서 노래를 불렀다. 춤을 추지 않아도 얼마든지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세상 모든 것이 아이들의 노래가 됐다. <7쪽>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글달 어디어디 떳나 남산 위에 떳지 - '달' 윤석중 작가, 권길상 작곡 

윤석중은 말 그대로 뿌린 대로 거둔 사람일 것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빛도 이름도 없이 쓸쓸히 자기의 길을 가는데, 윤석중은 자신의 음악에 대한 보상을 넉넉히 받았다. 그것은 상으로 증명되는데, 3·1문화상을 시작으로 문화훈장 국민장, 대한민국문학상, 대한민국예술원상, KBS동요대상, 심지어는 리몬 막사이사이상까지 품었다. 이 외에도 여러 상을 받았다. 열세 살 때에 <신소년>이란 잡이에 동요 '봄'이 입선되고 다음 해인 1925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에에 동화극 「올빼미의 눈」이 뽑혔다. 이뿐 아니라 같은 해에 동요 '오뚝이'가 입선되고, 그 이후로 계속 작품이 인정받으면서 천재 소년예술가로 불렸다. 하지만 게으름 없이 평생 동안 동요의 창작과 보급에 힘쓰고, 새싹회를 창립해 지금도 우리들을 노래 부르게 하고 있다. <70쪽>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 '새신' 윤석중 작사, 손대업 작곡

지혜로운 사람은 고난을 기회의 시간으로 만들고,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가 보다. 우리가 어릴 적 불렀던 수많은 동요들 대부분이 일제강점기 때나 해방 뒤 어수선하고 한 끼 먹고살기도 힘든 시절에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지금 모든 것이 풍요로워져서 배도 안 고픈데, 어린이를 위한 노래도 활발하게 만들어지지 않고, 아이들도 부르지 않는다. 동요를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것 같다. 작곡자인 손대업은 1950년대 이후 대한민국 동요 창작에 있어 문학적 색채가 섞은 짙은 음악성을 표현해 동요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125쪽>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작곡, 김광수 작곡

1922년 <개벽> 1월호에 발표된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는 1925년에 발간된 그의 시집 『진달래 꽃』에 수록됐다. 평안북도 구성에서 태어난 그의 이름은 보통 사내아이들 이름인 김정식이다. 그러나 스스로 소월( 하얀 달)이라 필명을 지은걸 보면 그의 시에 담긴 한과 정서가 절로 이해된다. 그는 아버지와 누이의 죽음, 그리고 맺지 못한 사랑, 질병과 지독한 가난으로 겨우 32세에 그토록 원하던 강변의 집으로 갔다. 「진달래꽃」 「산유화」 「먼 후일」 「초혼」 등 그의 시는 대부분 우리들이 노래로 부르고 있다. 평생 시 한 편 안 읽은 사람이라도 그의 시를 노래하고 있을 것이다. <150쪽> 

『한 줄도 좋다, 그 동요』
노경실 지음 | 테오리아 펴냄│192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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