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영화관 vs 넷플릭스, 당신은 어디서 영화를 보시겠습니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영화관 vs 넷플릭스, 당신은 어디서 영화를 보시겠습니까?”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6.11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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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주요 OTT(over the top :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곳은 바로 ‘넷플릭스’이다.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던 지난 4월, 넷플릭스 유료결제액은 무려 439억원에 달했다. 유료사용자는 328만명으로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치다. 반면 같은 기간 영화관은 ‘고난의 행군’을 겪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에 영화관을 방문한 관객수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저인 97만명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신작 개봉이 연기되고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라라랜드> <봄날은 간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이상 재개봉순) 등 재개봉 상영편수가 크게 증가했다. 재개봉한 영화의 면면을 살펴보면, 극장만의 강점을 살린 아이맥스(IMAX : 초대형 스크린 방식을 이용한 촬영과 영사 시스템), 4D 등 특수상영 비중이 특히 높았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객이 해당 영화들을 관람했다.

이처럼 극장에서의 체험을 중시하는 소위 ‘시네필’(Cinephile : 영화광)들은 꾸준히 영화관을 찾고 있다. 특히 사운드와 이미지의 힘이 뛰어난 영화들은 극장에서의 체험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난 2월 개봉한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전쟁터 한복판을 누비는 이 영화를 가령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으로 감상한다면 영화의 재미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1917>이 발산하는 장르적 재미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선 극장에서의 관람이 필수적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역시 마찬가지인데, 타노스는 자고로 ‘타노스의 크기’로 봐야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2018)는 일반적인 상업영화의 호흡과는 많이 달라 OTT 플랫폼으로 감상할 경우 자칫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오프닝 시퀀스에서 감독은 주인공이 바닥을 청소하는 모습을 롱 테이크(long take : 길게 찍기)로 포착하는데, 이 순간을 못 참고 ‘스킵’(skip : 건너뛰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로마>라는 영화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 경우이다.

그렇다. 당연한 결론이지만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재미있다. 아무리 재미없는 영화도 극장에서 보면 조금 더 재미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는 다른 논점으로 OTT 플랫폼과 극장에서의 영화 체험을 분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극장에 걸리지 않는 영화를 과연 ‘영화’로 부를 수 있냐는 것.

이는 넷플릭스의 제작 지원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가 제70회 칸영화제에서 홀대를 받은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가 수상하는 건 모순이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유일한 해법은 새 플랫폼이 기존의 룰을 수용하고 준수하는 것뿐”이라며 <옥자>의 수상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일축했다. 이러한 기류의 근저에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음반 시장이 거의 소멸한 것처럼, 영화 시장 자체가 몽땅 OTT 플랫폼으로 넘어갈 것에 대한 극장주와 배급사의 우려가 작용한 탓도 있다.

영화 감상의 플랫폼이 다변화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앞서 극장 관람의 이점을 구구절절 나열했지만, 여러 상황적 조건으로 인해 극장에 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OTT는 영화 관람 체험을 선사해주는 소중한 플랫폼이다. 즉 선택은 소비자의 몫에 달려있다.

책 『GV 빌런 고태경』의 주인공 고태경은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극장 관람은 물론 영화관의 마스킹 상태까지 꼼꼼히 살핀다. 마스킹이란 영화관 스크린 비율과 영화의 화면 비율이 일치 하지 않아서 생긴 여백을 가리는 것을 뜻하는데, 마스킹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영화 고유의 색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

이런 까다로운 고객이 있는 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극장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여러 OTT 스트리밍 서비스 역시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더욱 다변화할 것이다. 극장이냐 집이냐. 결국 시장 논리다. 시장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소비자는 자신의 욕구를 보다 잘 충족해주는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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