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독교인 『천종호 판사의 선, 정의, 법』
[리뷰] 기독교인 『천종호 판사의 선, 정의, 법』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6.09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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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호통판사로 잘 알려진 천종호 판사. 소년범들의 대부라 불리는 그는 소년범 처벌 강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 이후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 관점에서 그는 선(善)을 강조한다. 

기독교인인 저자가 생각하는 선은 '하나님의 형상'이다. 신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은 신에게 '좋다'(선)는 평가를 받았기에 인간이 선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 그는 "'좋음'은 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 특히 인간에게 삶의 궁극적 의미와 목적이 된다. 그러므로 인간은 좋은 삶을 지향할 수밖에 없고, 지향해야만 하며, 아울러 인간이 만들어 가는 공동체도 선(공동선)을 지향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선을 지향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저자는 제도 정비도 중요하겠지만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성품이 구성원 개개인에게 함양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사회에 도덕 윤리가 아닌 도덕 논리가 만연한 것 같아 안타깝다. 당파성에 휩싸여 도덕 논리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이 없는 것에 위기감마저 느낀다. 도덕 논리로 개인은 당장의 위기에서 벗어날지는 모르나 공동체는 악영향을 입게 된다"며 "선진 사회로 진입하려면 법과 제도를 정치하게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덕적 성품을 제대로 갖춘 사람들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덕성의 회복은 선의 회복이고, 선의 회복은 정의로운 신의 귀환"이라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선을 실천함에 있어 주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단정짓기 어렵지만 저자는 '존중'과 '배려'를 강조한다. 이에 관해 그는 "인간을 그 능력이나 역량에 관계없이 그 존엄함을 인정하"는 한편 "인간마다 능력과 역량에서 차이를 보이므로 능력과 역량의 부족이나 결여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그와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배려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 실현에 부족함이 없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선의 개념은 가해자에 응징을 포함하지만 그보다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에 더 가깝다. 가해자를 응징해도 피해자의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징벌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 그는 "시정적 정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피해자들의 회복이 오히려 더 강조돼야 한다"며 "이런 점에 착안해 최근 사법 영역에서는 회복적 정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리스도인들은 '정의의 공동체'에 발을 붙이고 '사랑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다. 정의의 공동체를 무시한 채 사랑의 공동체를 지향할 수는 없다"며 "그리스도인들도 호혜성을 넘어 연대성을 지향하는 정의를 실현해야만 한다. 우리가 발 붙인 곳에서 공의와 정의를 세우며 사랑으로 충만한 공동체, 다시 말해 '하나님 나라'의 선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권면한다. 

선, 정의, 법의 관계를 철학적, 신학적 관점에서 면밀히 해부한 책이다. 


『천종호 판사의 선, 정의, 법』
천종호 지음 | 두란노서원 펴냄│292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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