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다중이들, ‘유산슬· 김다비 ·조지나’ 멀티 페르소나의 진화
사랑받는 다중이들, ‘유산슬· 김다비 ·조지나’ 멀티 페르소나의 진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6.08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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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의 멀티 페르소나 유산슬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해 10월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0』은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소비 트렌드로 ‘멀티 페르소나’를 꼽았다. 멀티 페르소나는 가면이라는 의미의 페르소나(persona)와 ‘다채로운’ ‘다색의’라는 의미의 멀티(multi)의 합성어로 현대 소비자가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는 뜻이다. 

가령 현대인들은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평소와 덕질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며, 일상에서와 SNS를 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다. SNS에서도 그것이 카카오톡이냐, 유튜브냐, 트위터냐, 인스타그램이냐에 따라 각기 다른 정체성으로 소통을 하고 심지어 하나의 SNS에서조차도 동시에 여러 계정으로 소통한다. 

그런데 올해의 뚜껑을 열어보니, 이러한 다중의 정체성은 소비자의 것만이 아니었다. 콘텐츠 제작자라고 할 수 있는 연예인들은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냈고, 소비자는 이를 열렬히 환영했다. 예를 들어 개그맨 유재석은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분해 기자 간담회에 나섰고, 멜론 가요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트로트 열풍의 서막을 열었다. 개그우먼 김신영은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 태어난 사연 있는 둘째 이모” 김다비로 분해 ‘아침마당’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노래 ‘주라주라’의 유행을 만들었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만든 조지나라는 캐릭터로 올리브TV ‘밥 블레스 유 시즌 2’에 고정 출연해 활약했다. 

김신영의 멀티 페르소나 김다비 [사진= 연합뉴스]

코미디언만이 아니었다. 지난 4월 종영한 드라마 <하이에나>의 배우 김혜수는 극 중 주인공 정금자의 SNS를 직접 운영해 주목받았으며,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의 배우 문가영 역시 극 중 주인공 여하진의 이름으로 SNS를 개설했다. 

바야흐로 ‘다중이’(다중인격자를 귀엽게 지칭하는 말) 연예인들이 사랑받는 세상이 됐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런 현상은 드물었다. 한 연예인이 다른 인격으로 활동하는 것은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다. 그 가능성이 엿보인 적은 있었다. 멀티 페르소나 캐릭터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첫 사례는 래퍼 매드클라운이 만든 캐릭터 마미손이다. 지난 2018년 매드클라운은 Mnet의 ‘쇼미더머니 777’에 분홍 복면을 쓰고 출연해 자신을 마미손이라 지칭했다. 그는 마미손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새로운 콘셉트의 노래를 대중에게 선보이며 전성기를 맞았다.   

한편, 멀티 페르소나는 개인의 자발적인 의지의 산물만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대중은 누군가에게, 혹은 특정 콘텐츠에 색다른 정체성을 부여하는 놀이를 벌이고 있다. 대중은 지난해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환(배우 김영철)이 “사딸라!”를 외치는 진지한 신에 코믹한 정체성을 부여했다. 그 덕에 김영철은 ‘사딸라 아저씨’로 재탄생했다. 배우 김응수 역시 영화 <타짜>에서 연기한 곽철용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으며 “묻고 더블로 가!”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가수 비(정지훈) [사진= 연합뉴스]

최근 화제가 된 가수 비(정지훈)의 노래 ‘깡’ 열풍은 멀티 페르소나 만들기 놀이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깡 열풍은 대중이 깡의 뮤직비디오와 깡을 열창하는 비의 무대에 수백 가지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며 탄생했다. 가령 비의 멋진 춤은 ‘베놈 댄스’ ‘응꼬스키 춤’ ‘팔척귀신 춤’으로 변했고, 무대 위 비의 표정은 ‘꾸러기 표정’ ‘자아도취 표정’으로 변했다. 독보적인 멋을 만들어왔던 비의 무대는 대중에 의해 해체되고 코미디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대중이 깡에 부여한 새로운 정체성에 가만히 있던 비는 강제 소환됐고, 이제 그는 전과는 다른 정체성(진지함 가득했던 프로 가수에서 코믹함을 만들어내는 엔터테이너)으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멀티 페르소나. 누가 어떤 캐릭터로 변신할까? 대중은 또 어떤 정체성을 만들어낼까? 대중의 놀이터가 될 콘텐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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