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이 책은 이 세상에 단 두권밖에 없는 저의 첫 작품집입니다. 직접 시를 쓰고, 색종이 몇 장으로 모양을 냈습니다.”
단 두권만 존재하던 권정생의 동시집이 반세기 만에 세상에 나왔다. 1972년 청년 권정생은 이 동시집을 단 두권만 만들어서 하나는 본인이 소장하고, 다른 하나는 오소운 목사에게 건넸다. 본인이 소장하던 책은 행방이 묘연하고, 오소운 목사가 간직하고 있던 다른 한권을 이번 달 창비에서 출간한 것이다.
이 동시집에는 권정생의 청년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결핵에 걸려 몇 년 동안 투병했던 권정생은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에 회복된다. 하지만 권정생이 회복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작고한다. 그 스트레스로 겨우 회복된 결핵균이 다시 온몸에 번지고, 수술을 거듭해 겨우 살아난다. 이러한 상처와 아픔이 시에 담겨 있다.
“어머니가 아프셔요/누워 계셔요//내 아플 때/어머니는 머리 짚어 주셨죠//어머니/나도 머리 짚어 드릴까요?//어머니가 빙그레/나를 보셔요//이렇게 두 손 펴고/살포시 얹지요//눈을 꼭 감으셔요/ 그리고 주무셔요//나도 눈 감고/기도드려요.” (「어머니」)
“엄마 별이/돌아가셨나 봐//주룩주룩 밤비가/구슬피 내리네.//일곱 형제 아기 별들/울고 있나 봐//하얀 꽃상여/떠나가는데//수많은 별님들이/모두 불을 끄고//조용히 조용히/울고 있나 봐//주룩주룩/밤비가 내리네.” (「밤비」)
이 동시집에 실린 시는 모두 25편이다. 그중 어머니를 주제로 한 시는 모두 아홉 편이며, 이외에 하나님에 관한 시, 자연과 인간에 관한 시 등 청년 권정생의 내면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 담겨 있다.
『산비둘기』
권정생 지음│창비 펴냄│96쪽│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