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보는 위치마다 달라요"... 아름다운 한국 정원 감상법
[포토인북] "보는 위치마다 달라요"... 아름다운 한국 정원 감상법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5.31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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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세상 곳곳의 아름다운 동천과 명승, 건축물 등을 글과 사진에 담아온 인문여행가 김종길이 쓴 정원 기행이다. 저자는 "중국, 일본만 가도 정원 관련 책들과 연구가 활발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연구서도 많지 않지만 그마저도 일반인이 보기 어려운 학술서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문제의식을 지적한 만큼 이번 책은 학술서가 아닌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문학적 시각에 맞게 구성됐다. 정원을 만든 사람과 당시 시대 상황, 정원가의 사상의 변화, 후손들이 정원을 어떻게 유지했는지, 정원 감상법 등을 쉽고 자세하게 소개한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 오랑제리 저원. [사진=도서출판 미래의창]
프랑스 베르사유 궁 오랑제리 저원. [사진=도서출판 미래의창]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정원'이라는 용어를 풀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한자 '원園'을 보면 '큰 입 구口'자 안에 '흙 토土'자와 '작은 입 구口'자와 '옷 의衣'자로 구성돼 있다. 큰 입 구口는 정원을 둘러싼 울타리, 즉 담장을 뜻하며 서구의 'gan'과 같다. 토土는 흙을 의미하고, 작은 구口는 연못을 뜻한다. 의衣는 옷을 뜻하지만 여기선 여러 가지 식물을 가리킨다. 즉, 정원은 울타리 안에 흘과 물, 여러 식물이 어우러진 공간을 의미한다. <13~14쪽>

남간정사. [사진=도서출판 미래의창]
남간정사. [사진=도서출판 미래의창]

중국 원림에서는 원림에 설치된 유랑遊廊 등의 교묘한 장치를 통해 넌지시 '암시'하고 경치가 있는 곳으로 '인도'한다. 일본식 정원은 '순로順路'라는 것을 설정해 감상 경로를 둔다. 그럼, 한국 정원의 관상 방법은 어떠할까. 중국처럼 의도된 장면이나 일본처럼 관상 순로를 별도로 두지 않는다. 정해진 길이 아니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다양한 위치와 시점으로 봐야 한국 정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자유로이 거닐며 각장의 방식으로 보면 그만이다. 일본 정원은 정적으로 관조하고, 중국 정원은 동적으로 관람하고, 한국 정원은 관조와 관람의 정중동靜中動을 함께한다. <27쪽> 

초간정. [사진=도서출판 미래의창]
초간정. [사진=도서출판 미래의창]

초간정은 어느 것이 자연이고 어느 것이 인공인지 분간할 수 없는 우리 원림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 자체로 독립되고 완결된 공간이지만 주변 산수와 조화를 이뤄 모든 게 자연스러운 곳, 이곳에선 자연의 바위와 인공의 정자는 진즉 한몸이 됐다. 바라보면 한 폭의 동양화이고, 내다보면 한 편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곳, 초간정에선 회화적이면서 심미적이고, 상징적이면서 추상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94~95쪽> 

괴산 화양구곡 암서재. [사진=도서출판 미래의창]
괴산 화양구곡 암서재. [사진=도서출판 미래의창]

우암 송시열은 중국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받아 화양천 3킬로미터에 걸쳐 있는 아홉 군데의 승경을 골라 화양구곡이라 했다. 암서재는 그중 경치가 가장 빼어난 제 4곡 금사담에 있다. 우암은 이곳에 은거해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며 학문을 위한 집을 짓고 암서재라 했다. 암서재에서 보면 멀리 산 능선과 계곡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누구든 자연 속의 주인이 된다. 주변 바위에는 '충효절의忠孝絶義', '비례부동非禮不動' 등의 바위 글씨가 특별한 경관을 연출한다. 충남 괴산군 청천면에 있다. <287쪽> 

『한국 정원 기행』
김종길 지음 | 미래의창 펴냄│328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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