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미래를 바꾸는 베껴 쓰기… ‘필사’
당신의 미래를 바꾸는 베껴 쓰기… ‘필사’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5.2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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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필사(筆寫)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필사란 말 그대로 글을 베껴 쓰는 것인데, 그저 글을 베껴 쓰는 이 행위에는 다양한 효용이 있다. 

우선, 필사는 가장 훌륭한 글쓰기 훈련법이다. 위대한 작가들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 가령 『모비딕』을 쓴 허먼 멜빌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250번이나 베껴 썼다. 『인간의 굴레』와 『달과 6펜스』의 저자 서머싯 몸은 자신의 글쓰기 비결에 대해 “나중에 써먹을 요량으로 깊은 인상을 준 문구들을 베끼고, 또 기이하거나 아름다운 단어들의 목록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존경하는 작가의 문체를 배우기 위해 문장을 베끼고 암기한 후 그 기억에 의존해 문장을 다시 써보기도 했다. 『거장처럼 써라』의 저자 윌리엄 케인도 아리스토텔레스와 키케로 등 위대한 작가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필사를 훌륭한 글쓰기 학습법이라고 설명한다.       

필사는 또한 좋은 독서 훈련법이기도 하다. 권정희·전은경·정지선 숭례문학당 강사는 『청소년을 위한 필사 가이드』에서 “필사는 가장 느린 독서법”이라며 “한 줄 한 줄 옮겨 적으며 그 문장의 의미와 전후 맥락을 짚어보고, 쉼표 하나에 생기는 미묘한 의미까지 파악하게 해주는 독서법이 필사다. 한 줄 한 줄 천천히 읽어나가는 힘은 자연히 긴 글을 읽는 인내심을 길러준다”고 말한다. 글쓰기 강사 김민영은 『필사 문장력 특강』에서 “필사 이전의 읽기와 이후의 읽기가 다르다는 사람도 많았다”며 “내용만 파악하고 넘어갔던 읽기에서 문맥이 보이는 읽기로 나아갔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필사는 또한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이들에게 자신감을 쥐여 준다. 『청소년을 위한 필사 가이드』의 저자들은 “좋은 글을 따라 쓴 뒤 모방해 작문하는 과정은 설령 내가 글을 잘 못 써도 제법 잘 쓴다고 느끼게 해준다”며 “좋은 글이라 검증받은 글을 읽고, 따라 쓰고, 그것을 모방해 작문까지 하다 보면 학생들은 희망을 발견한다. ‘아 나도 잘 쓸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은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10년 넘게 필사를 취미로 이어오다가 결국 필사에 관한 책까지 펴낸 책방지기 조경국에 따르면 필사는 고요한 행복이다. 그는 『필사의 기초』에서 “필사의 매력 중 첫 번째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필사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나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것에서 독립할 수 있다. 따져 보면 혼자 무엇인가 하는 시간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서 극히 일부”라고 말한다. 

대작가 조정래에 따르면 필사는 인생 공부이기도 하다. 그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베껴 쓰게 한 이유에 대해 2013년 <경기일보>와 인터뷰에서 “매일매일 성실하게 꾸준히 하는 노력이 얼마나 큰 성과를 이루는지 직접 체험케 하려는 것이었다”며 “『태백산맥』 베끼기를 통해 아들과 며느리가 인생이란 스스로 한 발, 한 발 걸어야 하는 천릿길이란 것을 깨우쳐주고 싶었다. 인생이란 지치지 않는 줄기찬 노력이 피워내는 꽃이라는 것을 체득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렇다면 필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청소년을 위한 필사 가이드』의 저자들에 따르면, 하루 다섯 줄만 필사하자는 마음가짐이 부담감을 던다. 또한, 필사를 할 때는 필사하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며 옮겨 적는 것이 좋다. 

필사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고 싶다면, 필사한 문장의 원문 형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소재만 바꿔서 다시 써본다. 가령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 속 문장 “식탁 위에는 아침 식사 때 식기들이 비좁을 정도로 가득 놓여 있었다. 아버지에게는 아침 식사가 하루 세끼 중 가장 중요한 식사였기 때문이다”를 “급식실 식탁 위에는 점심때 나눠줄 반찬들이 잔뜩 놓여 있었다. 교장 선생님에게는 점심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로 바꾸는 식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렇게 함으로써 필사를 통해서 창의력까지 향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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