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서울·무한간식·4.5일근무·직원할인’... 출판사 복지, 어디까지 아니?
‘in서울·무한간식·4.5일근무·직원할인’... 출판사 복지, 어디까지 아니?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5.2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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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국내 출판사 수는 대략 6만 개. 그중 출판사 등록만 해놓고 책을 내지 않는 허수를 제하면 실제 수는 3,000개가량. 각 출판사에서 책을 짓는 편집자는 약 6,500명, 거기에 경영지원 인력과 홍보/마케터를 더하면 편집자의 두세 배에 달하는 인원이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궁금증. 출판사 직원들은 어떤 복지를 누리고 있을까? 갈수록 책 읽는 인구가 줄어드는 탓에 형편이 넉넉지 않지만, 그럼에도 각 출판사는 나름의 복지를 통해 직원 독려에 힘쓰고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정수기 위에 놓인 ‘스틱 커피’가 복지의 전부인 곳이 대다수지만, 근로 의욕을 북돋는 매력적인 복지를 시행 중인 출판사도 적지 않다. 각 출판사는 어떤 복지로 직원을 독려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그 복지를 누리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약간의 입사 팁을 소개한다.

[사진=민음사 홈페이지]
[사진=민음사 홈페이지]

1966년 설립돼 사람으로 치면 ‘지천명’(知天命/50세)을 넘긴 민음사는 채용 기회가 적어 입사 자체가 쉽지 않다. 민음사 홈페이지에 공지된 채용공고에 따르면 채용은 일 년에 많아야 한두 번. 보통 누군가가 퇴사해야 채용이 이뤄지는 탓에 입사 기회를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민음사TV 콘텐츠에 따르면 민음사 마케팅팀은 최근 몇 년간 인력변동이 없어, 현재 경력 5년 차 마케터가 막내를 맡고 있다.

대다수 출판사가 그렇듯 민음사의 채용 절차는 서류전형-(편집자의 경우) 필기시험-실무면접-임원면접으로 이뤄진다. 마케터의 경우 민음사 도서 한권을 정해 마케팅 플랜(굿즈 판매/SNS프로모션/SWOT분석 등)을 제출해야 하고, 편집자는 교열/교정·한자·번역·윤문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민음사는 학벌을 많이 봐 명문대 출신만 채용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 현직자들은 “(자신이 채용될 당시) 학벌, 전공, 학점 등을 중시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출판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을 뿐 어문계열을 우선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학벌을 본다는 소문에) 걱정을 했는데 채용 과정에서나 채용 후에 학교를 드러낼 일이 거의 없었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민음사에 입사할 수 있을까? 예비 민음인을 위한 조언을 묻는 말에 한 마케터는 “많은 행사(사인회, 도서전, 저자 강연)를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중요하다. (면접 당시 자신은) 역경을 극복하는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고 전했고, 어느 편집자는 “편집자가 혼자 일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저자와 역자, 유관부서와 협업해야 하기 때문에 소통능력과 예의가 필수다. 또 『편집 매뉴얼』 『편집자 되는 법』 등의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민음사의 신입 초봉은 3,000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근속 연차에 따라 유급 휴가와 휴가비가 지원되고, 매월 4만원의 문화생활비가 지급된다. 출판사로는 이례적으로 파주출판도시가 아닌 서울 강남에 사무실이 있는데, 어느 현직자는 이 점을 ‘복지’로 간주하기도 했다.

[사진=문학동네 홈페이지]
[사진=문학동네 홈페이지]

다음은 문학동네. 역시 주로 결원이 생길 때마다 채용하기 때문에 채용공고가 자주 나오지 않는다. 많아야 일 년에 두 차례 정도, 가끔은 채용하지 않는 해도 있다. 채용공고가 나온다 해도 수많은 관문이 자리한다. 문학동네는 입사지원서 항목이 상세하기로 악명(?) 높기 때문. 자기소개와 입사 동기 항목 외 질문만 스물다섯 개가 넘는다. 자신의 장단점 분석뿐만 아니라 베스트셀러 도서의 성공 원인 분석, 원작 소설을 잘 살린 영화나 드라마 등에 관한 질문 등이 다수 포함됐고, 문학동네 책을 포함한 리뷰 세 편과 독서량과 독서 취향을 파악하기 위한 ‘독서 이력서’도 제출해야 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책에 애정 있는 사람들을 추리기 위해 질문을 세분화해 관심사를 파악하고 있다”며 “(입사 팁을 전하자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책을 많이 읽고 글 쓰는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케터든 편집자든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조언을 전했다.

복지와 관련해 문학동네는 직원들에게 출간 1년 내 신간 도서를 정가의 30%(1년 넘은 도서는 60%) 가격에 제공하고, 3년 근속하면 5일, 5년 근무하면 25일의 휴가를 제공한다. 연봉 수준은 출판계 최고 수준으로 신입 초봉은 3,000만원에 가깝다. 생일에는 5만원권 쿠폰을 지급하고, 일정 요건에 부합할 경우 자기계발비도 제공한다. 출판사 중 이례적으로 파주출판도시와 서울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해 직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산북스 사옥 내 자리한 사내카페 '북적북적'. [사진=다산북스]
다산북스 사옥 내 자리한 사내카페 '북적북적'. [사진=다산북스]

다산북스는 잘 먹이고 잘 쉬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주에 자리한 다산북스 건물 2층에는 ‘북적북적’(book적 book적)이란 사내 카페가 있는데, 간식이 풍성하기로 출판가에 명성이 자자하다. 컵라면부터 각종 과자와 십여 종이 넘는 음료수에 끼니 대용 핫도그까지 다채로운 먹거리가 마련돼 있다. 다산북스 관계자는 “보통 2~3주에 한 번씩 새로운 먹거리가 들어온다. 여름엔 아이스크림, 겨울엔 찐빵도 맛볼 수 있다”며 “대표님이 복지 차원에서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 근무시간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직원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징검다리 휴일도 잘 챙기는 편이다. 매년 ‘봄 휴가’라고 해서 3~5일 정도 추가 유급 휴가를 제공하는데, 지난해 5월에는 어린이날(5일)과 대체휴일(6일)에 이어 추가로 이틀(7, 8일) 유급 휴가가 주어졌고, 올해 역시 이틀 유급 휴가를 더해 지난 4월 30일(부처님 오신 날)부터 5월 6일까지 긴 연휴를 보냈다. 이 외에도 성과에 따라 전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우수사원에 한해서는 표창/포상금을 지급한다. 또 매월 문화비 5만원, 생일에는 축하 상품권 10만원, 마케터에게는 통신비를 지원한다. 이런 혜택을 갖춘 다산북스에 입사하기 위한 팁을 묻는 말에 다산북스 관계자는 “대부분의 출판사가 그렇듯, 책에 대한 애정이 있는 분들이면 언제든 환영”이라며 “그중에서도 ‘소통’ 능력이 뛰어나신 분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라고 답했다.

[사진=김영사]
[사진=김영사]

김영사는 매주 금요일에 4시간만 근무하는 4.5일 근무제로 유명하다. 직원들이 파주출판도시로 출퇴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자 ‘직장은 행복을 실현하는 중요한 터전이 돼야한다’는 기조에 따라 복지 차원에서 2015년부터 4.5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서울 시내에 자리한 성인 단행본 사업부를 포함해 기업 전체로 확대 시행 중이다. 상황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절하는 유연 근무도 가능한데 김영사 관계자는 “아이를 하원 시켜야 하는 학부모의 경우 금요일에 정상 근무하고 평일에 5시에 퇴근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근속 일수 3년이 넘으면 1개월의 유급 휴가를 즐길 수 있고, 매년 경영현황과 실적을 전 사원에게 투명하게 공유해 이익의 1/3을 성과급으로 전 임직원에게 지급한다. 조식과 중식은 물론 전 직원에게 매월 통신비와 문화생활비(15만원가량)도 지원한다. 또 주치의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매주 두 차례 전담 의사에게 본인과 가족이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자세교정 치료도 가능하다. 김영사 관계자는 “진료와 자세교정을 위한 도수치료에 대한 직원 호응과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김영사의 주요한 조직 문화는 ‘화합과 협력’이다. 김영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나만 잘해선 안 된다. 나도 이기고 너도 이겨야 한다. 우리 회사도 이기고 거래처도 이기고, 같이 성장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김영사의 일원이 되길 희망한다면 이런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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