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호랑이 힘이 솟아나는' 콘플레이크, 사실은 성욕억제제? 
[포토인북] '호랑이 힘이 솟아나는' 콘플레이크, 사실은 성욕억제제?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5.24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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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어릴 적 계몽사에서 나온 50권짜리 소년소녀문학전집을 끼고 살았던 저자의 주된 관심사는 음식이었다. 책을 보며 인도의 망고, 독일의 소시지, 일본의 경단, 북유럽 자작나무 숲의 열매로 만든 잼의 맛을 상상하는 것을 즐겼다. 직접 가서 먹어보고 싶다는 열망에 지리학자나 탐험가가 되는걸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기자가 됐다. 25년간 기자로 일하며 '음식' 전문 기자가 되길 꿈꿨지만 아쉽게도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마음의 원함을 담아 이 책을 출간했다. '알쓸신잡'의 음식버전이라고 할까. 음식에 관한 해박한 지식에 이욱정 PD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식욕만큼이나 지적 욕구가 솟구친다"는 평을 전했다. 

피시버거.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금요일에 붉은색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가톨릭의 오랜 전통이었다. 1962년 미국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금요일의 매출 하락을 타개하기 위해 개발한 음식이 피시버거의 출발이다. [사진=도서출판 서해문집] 
피시버거.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금요일에 붉은색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가톨릭의 오랜 전통이었다. 1962년 미국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금요일의 매출 하락을 타개하기 위해 개발한 음식이 피시버거의 출발이다. [사진=도서출판 서해문집] 

'금요일의 물고기'라는 말은 서구에서 고유명사처럼 통용되는데, 무슨 뜻일까? 고대 로마에서 기독교가 국교로 공인된 뒤 중세 문화는 기독교가 지배했다. 식생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금요일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성 금요일'로 지켜져 왔다. 로마 교회는 이 때문에 매주 금요일을 속죄와 참회의 날로 엄수하도록 정했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다. 예수의 죽음 전 40일간을 일컫는 사순절 기간도 마찬가지다. 예수가 피 흘리고 죽은 날 고기를 먹지 않도록 한 것은 신학적 타당성을 얻었다. 육욕을 일으키는 고기를 먹는 것은 경건한 삶에 맞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은 붉은색 살코기와 고기의 지방이 사람을 흥분시키고 환각 상태로까지 빠지게 한다고 여겼다. <17쪽> 

인도의 자이나교 사원. 자이나교는 불살생과 극도의 고행을 강조하는데, 땅속의 벌레를 줄일지 모른다는 이유로 감자나 양파 같은 뿌리채소도 먹지 않는다. [사진=도서출판 서해문집] 
인도의 자이나교 사원. 자이나교는 불살생과 극도의 고행을 강조하는데, 땅속의 벌레를 줄일지 모른다는 이유로 감자나 양파 같은 뿌리채소도 먹지 않는다. [사진=도서출판 서해문집] 

채식주의에도 여러 단계가 있겠지만 아마 최고봉은 자이나교도의 경우일 것 같다. 자이나교는 불교와 비슷한 시기인 기원전 6세기에 인도에서 태동한 무신론의 종교다. 자이나교를 일으킨 마하비라는 석가모니와 동시대를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가 오래된 이 종교의 신도는 세계적으로 600만명 정도다. 대부분 인도에 거주한다. 자이나교는 극도의 고행을 강조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불살생'의 원칙이다. 땅속의 벌레를 죽일지 모른다는 이유로 농사도 짓지 않을 정도다. <25쪽> 

루앙 대성당. 프랑스 건축사에서 손꼽히는 이 멋지고 아름다운 성당에는 의외의 별명이 하나 있다. 바로 '버터 타워'다. [사진=도서출판 서해문집]
루앙 대성당. 프랑스 건축사에서 손꼽히는 이 멋지고 아름다운 성당에는 의외의 별명이 하나 있다. 바로 '버터 타워'다. [사진=도서출판 서해문집]

15~16세기 유럽에서 버터는 아주 인기 있는 식품이었다. 그런데 로마 가톨릭교회가 지배하던 당시 사람들은 자유롭게 버터를 먹을 수 없었다. 교회는 사람들이 버터 먹는 것을 제한했다. 사순절이나 금식일에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고기는 물론이고 버터, 치즈, 우유와 같은 유제품이나 달걀도 먹을 수 없었다. 금식 기간에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금지한 것은 독신 서약을 지키는 수행자를 위해서였다. 고기나 유제품이 성욕을 부추긴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세에 이 같은 의무는 신에게 귀의한 수도자분 아니라 일반 신자 역시 지켜야 할 의무로 확대됐다. 짧은 기간동안 특정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상관없지만, 문제는 그 기간이 6개월 가까이나 됐다는 데 있다. <32쪽> 

콘플레이크. 성욕을 억제하기 위해 개발된 '그레이엄 크래커'가 콘플레이크 탄생의 배경이 됐다. 그레이엄 목사의 신봉자였던 존 켈로그는 건강요양원을 운영하면서 금욕을 위한 음식을 고안해냈는데,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것이 오늘날의 콘플레이크다. [사진=도서출판 서해문집] 
콘플레이크. 성욕을 억제하기 위해 개발된 '그레이엄 크래커'가 콘플레이크 탄생의 배경이 됐다. 그레이엄 목사의 신봉자였던 존 켈로그는 건강요양원을 운영하면서 금욕을 위한 음식을 고안해냈는데,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것이 오늘날의 콘플레이크다. [사진=도서출판 서해문집] 

플레이크 형태의 시리얼은 그야말로 우연히 탄생했다. 통밀을 삶기 위해 냄비를 불 위에 올려놓고 오래 방치한 결과물이었다. 건강증진센터(요양원) 원장이었던 존 켈로그와 그의 동생 윌은 망쳐버린 통밀을 버리기가 아까워 얇은 반죽이라도 만들어볼 작정으로 롤러에 통과시켰다. 그런데 물렁하게 익은 통밀이 롤러를 지나면서 바싹 마른 조각이 돼 우수수 떨어졌고, 이것이 센터 이용자들에게 크게 환영받은 것이다. 형인 존 켈로그가 신도를 위한 엄격한 레시피를 고수했다면, 동생 윌의 생각은 달랐다. (중략) 동생인 윌 켈로그는 회사를 창업해 일반인의 입맛에 맞게 가공한 제품을 내놨다. 이때가 1906년이었다. 회사는 급성장했고, 이곳에서 생산한 콘플레이크 제품은 시리얼의 대명사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회사의 이름이 우리도 익히 아는 그 켈로그다. <49쪽> 


『성스러운 한 끼』
박경은 지음 | 서해문집 펴냄│30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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