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비의 ‘깡 열풍’ 진단, “자신을 깡으로 사랑하자”
월드스타 비의 ‘깡 열풍’ 진단, “자신을 깡으로 사랑하자”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5.2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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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예능 '놀면 뭐하니?' 방송 화면 캡처]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가수 비로 인해 ‘깡’이라는 단어가 주목받고 있다. 사전적으로 깡은 ‘깡다구’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악착같이 버텨 나가는 오기”를 뜻한다. 또한 “‘강철’을 구어적으로 세게 이르는 말”을 뜻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깡은 강하고, 악착스럽고, 끈덕진 느낌을 공통분모로 하는 단어인 셈이다.

깡은 비가 지난 2017년에 발매한 앨범 ‘MY LIFE愛’의 타이틀곡 제목이기도 하다. 당시 비는 유치한 가사와 안무, 의상 콘셉트로 인해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 후 제작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2019)이 누적관객수 17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참패, 평단으로부터 아낌없는(?) 혹평을 받았다. 한국 상업영화의 오랜 위기론에 더욱 박차를 가한 영화가 된 것.

2010년 전만해도 비는 잘나가는 스타였다. 그는 깡의 가사 “수많은 영화제 관계자/날 못 잡아 안달이 나셨지/귀찮아 죽겠네 알다시피/이 몸이 꽤 많이 바빠/섭외 받아 전세계 왔다 갔다/팬들이 하늘을 날아 WHOO!/TV 드라마, 영화 yeah!/I get it all/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앨범은 물론, 주연으로 참여한 드라마와 영화마다 줄줄이 실패하며 대중의 질타와 외면을 받았다.

대중의 질타와 외면은 깡 뮤직비디오에 대한 조롱과 희화화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비에 대한 대중의 조롱과 희화화가 유튜브 상에서 재미있는 ‘놀이문화’가 돼 빠르게 전파된 것이다.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는 비의 안무가 역으로 요즘에는 볼 수 없는 레트로한 감성의 안무로 탈바꿈해 대중의 감성을 자극한 것. 누리꾼들의 깡 열풍은 주로 댓글과 패러디 영상으로 나타났는데, 깡 뮤직비디오의 조회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1일 1깡’(하루에 한 번씩 ‘깡’ 뮤직비디오를 본다)이 ‘밈’(meme :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전파되는 행동 양식이나 즐길 거리) 현상으로 확산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깡 놀이문화에 공공기관인 통계청마저 편승했다. 통계청 유튜브 관리자는 지난 1일 깡 뮤직비디오에 “통계청에서 깡 조사 나왔습니다. 2020년 5월 1일 오전 10시 기준 뮤직비디오 조회 수 685만9,592회. 39.831UBD입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UBD’란 <자전차왕 엄복동>의 주인공 ‘엄복동’을 뜻하는 말로, ‘1UBD=17만’을 뜻한다. 영화의 초라한 흥행성적을 희화화한 표현으로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결국 통계청은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전격적으로 비가 출연하며 화룡정점을 찍었다. 유재석이 깡 열풍에 대해 조심스레 묻자 비는 “평일에 1일 3깡, 주말에는 1일 7깡을 즐긴다”며 자신에 대한 조롱과 희화화를 오히려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해당 방송분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악착같이 버텨 나가는 오기”를 뜻하는 깡이 한물 간 왕년의 스타를 깡으로 건져 올렸다. 문자 그대로 독이 약이 됐다. 전화위복이다.

책 『자존감 수업』의 저자 윤홍균은 “비난은 바이러스 같다. 상대의 입에서 출발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나를 공격하는 바이러스가 집단에 퍼질 때도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비난을 두려워하고, 나에 대해 하는 말들에 예민해진다”고 말한다.

타인으로부터의 비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저자는 ‘공감’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그는 “공감은 상대를 치유하기도 하지만 결국 부정적인 감정을 소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감정의 주파수를 맞춰서 공명 현상을 일으켜 상대의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버린다”고 설명한다.

저자의 말처럼 공감을 말로 표현하면 “그렇구나”가 된다. “그렇구나”는 비가 자신을 향한 대중들의 조롱과 희화화를 대처하는 방법과 맞물린다. 그는 방송에서 “여러분이 지적하신 거 안 하도록 해보겠다. 근데 다른 건 몰라도 ‘화려한 조명’은 포기할 수 없다”며 상대의 비난을 재치 있게 받아치는 여유까지 보였다.

책 『함부로 내 얘기 하지 마』의 저자 유희선은 “상대의 비난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 자신을 열렬히 사랑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깡 뮤직비디오를 보면 알 수 있다. 비가 자기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어쩌면 깡 열풍의 이면에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에 대한 ‘질투’가 깔려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뭐가 어찌됐든 비처럼 자신을 ‘깡’으로 사랑해보자. 험난한 세상을 버티는 하나의 방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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