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트라우마’를 잡으면 스토리텔링이 보인다 『트라우마 사전』
[리뷰] ‘트라우마’를 잡으면 스토리텔링이 보인다 『트라우마 사전』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5.21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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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캐릭터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장애물에 대처하는 자세는 그 캐릭터의 과거와 맞닿아 있으며 특히 트라우마는 가장 강력한 기제다. 독자가 여러분의 캐릭터에 완전히 이입해 이야기에 끝까지 몰입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그 기제를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영화평론가이자 SF 소설가 듀나의 추천사처럼, 트라우마는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트라우마의 깊고 풍부한 이해를 돕는다. 두 베스트셀러 작가는 이 책에 ‘사전’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가나다순으로 각종 트라우마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과 해당 트라우마로 인해 훼손당하는 욕구, 생길 수 있는 잘못된 믿음, 가질 수 있는 두려움, 가능한 반응과 결과들, 형성될 수 있는 성격 특성, 상처가 악화할 수 있는 계기, 상처를 직면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정리한다. 

예컨대 자녀가 학대받은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평소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일단 자녀를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지 못할 것이다. 수면 장애와 심한 불안을 겪고, 죄책감 때문에 자녀에게 지나치게 (버릇없어질 정도로) 너그럽고, 많은 것을 허락해 줄지도 모른다.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자신의 능력과 판단력에 대한 믿음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의 모습은 어떨까. 입양 가족과 거리를 두고, 자신의 친가족을 찾으려 할 수 있다. 사람들의 말을 잘 믿지 못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의심할지도 모른다. 자신과 자신을 입양한 가족 사이에 다른 점을 지나치게 부각하거나 입양 가족의 비위를 맞추려고 비굴하게 행동할 가능성도 있다.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모습을 나열했을 뿐인데 독자는 트라우마마다 몇 편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현실 속 누군가의 역사가 그러한 것처럼 한 편의 이야기는 캐릭터와 이야기 속 세계가 상호작용한 결과이며 캐릭터의 중요한 부분은 트라우마가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을 바탕으로 창작한다면 적어도 전보다 더 섬세하고 깊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트라우마 사전』
안젤라 애커만·베카 푸글리시 지음│임상훈 옮김│윌북 펴냄│508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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