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사막을 걸어간 어느 행위예술가의 기록
[포토인북] 사막을 걸어간 어느 행위예술가의 기록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5.20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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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사진작가이자 행위예술가이고 화가인 저자 김미루. 그는 사막에서의 삶을 통해 구현한 자신의 예술세계를 글과 사진으로 펼쳐낸다. 그 무대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몽골의 고비사막, 인도의 타르사막, 요르단의 아라비아사막 등.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행위 과정을 글로 남기는 예가 많지 않은데 이 책은 그 흔치 않은 기록을 담고 있다. 참고로 저자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딸. 제목은 '도를 물어 선적으로 걸어간 기록'이라는 의미. 

팀북투의 사막에서 작품으로 선정할 수 있었던 유일한 작품. 2012년 전시회에 출품된 이 작품의 이름은 '사헬, 말리, 사하라'다. [사진=도서출판 통나무] 
팀북투의 사막에서 작품으로 선정할 수 있었던 유일한 작품. 2012년 전시회에 출품된 이 작품의 이름은 '사헬, 말리, 사하라'다. [사진=도서출판 통나무] 

나는 잽싸게 옷을 벗어버리고, 낙타 옆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낙타 곁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면서 셔터를 누르게 했다. (중략) "옷 입어! 옷 입어! 빨리! 빨리!" 나는 황급히 달려가 옷을 입어야 했다. 이때 오토바이부대가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속옷과 바지를 후다닥 입는 나의 손이 덜덜 떨렸다. (중략) 나중에 알았지만 정체불명의 반란군은 아자와드해방민족전선의 멤버였다. 이들은 리비아 카다피의 용병으로서 훈련을 받은 뚜아렉전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독립국가로서 인정받고자하는 아자와드 지역의 영역 속에 팀북투도 포함돼 있었다. <67~69쪽> 

[사진=도서출판 통나무] 
[사진=도서출판 통나무] 

이번에는 모래 듄 내부에서 흰 낙타를 데리고 찍었다. 그날 아침에는 눈이 휘날렸다. 그러나 이 시점으로부터 내가 찍은 모든 사진들은 내가 바랄 수 있는 가장 이상적 효과를 낸 작품들이었다. 구름이 낀 것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다. 구름이 모래언덕들의 기묘한 선율에 좀 음울한 라이팅효과를 내줬던 것이다. 결국 요번 몽골여행은 나의 작품활동의 시각에서 볼 때에도 가장 생산적인 여정이 됐다. <151~152쪽>

구 화이트 데저트에서 찍은 사진. [사진=도서출판 통나무] 
구 화이트 데저트에서 찍은 사진. [사진=도서출판 통나무] 

혹자는 내가 왜 이렇게 구차스러운 작업을 계속하는지, 돈이 들더라도 손발이 맞는 조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왜 그렇게 모든 위험성이 내재하는 순간들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하는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금전적 문제를 떠나서도, 조수와 같이 다닌다는 문제가 결코 쉽지가 않다. 그리고 여행은 혼자 다닐 때, 그 느낌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리고 나는 나의 삶을 작품에 예속시키고 싶지 않다. 나는 작품을 위해 전문인으로서 사는 것이 아니다. 사는 과정에서 작품을 낼 뿐이다. 나의 작품은 나의 삶 그 자체다. 나의 삶은 모험의 여정일 뿐이다. <262쪽> 

와디 럼 깊은 곳. [사진=도서출판 통나무] 
와디 럼 깊은 곳. [사진=도서출판 통나무] 

도시에서 느끼는 고독은 존재를 빈곤하게 만드는 고독이다. 고립·왕따에서 생겨나는 불안감이다. 도시의 고독은 주변에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찾아내는 여러 루트가 있다. 그렇지만 나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도 없고 또 나의 안부를 묻는 사람도 없다. 그냥 무관심한 것이다. 아파트에 혼자 앉아 있으면 때때로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저조하고 우울해진다. 그러나 사막에서의 고독이란 매우 대조적이다. 나는 물리적으로 단독자이다. 사람들이 나를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차단돼 있다. 사막에서 내가 느끼는 고독은 멜랑콜리아가 아니다. 오히려 사막의 고독은 나 자신과 편하게 지내는 지혜를 가르쳐준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이든 타 생명체이든 내 주변의 다른 생명체의 현존을 흠상하게 만든다. <529~530쪽> 


『문도선행록』
김미루 지음 | 통나무 펴냄│658쪽│3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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