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새로운 시선으로 읽어내는 주기율표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책 속 명문장] 새로운 시선으로 읽어내는 주기율표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5.2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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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주기율표는 마냥 어렵기만 하고 매력 없는 대상일까? 천문학과 물리학은 신비한 미지의 우주를 탐구하고 자연의 기원과 작동 원리를 알려주며 인류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한다. 생물학은 생명체와 물질의 상호작용을 알려주며 우리의 생로병사를 고민하게 한다. 그리고 지구과학은 우리의 터전인 지구가 단순한 행성이 아니라 공생해야 하는 환경이며,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화학은 무엇을 알려주고, 과학이라는 큰 분야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까?

나는 여기에서 고민 없이 주기율표를 꺼낸다. 그리고 주기율표를 관통하는 맥락으로 전자의 존재를 책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화학은 전자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우주에도 있고 우리 몸과 주변의 모든 물질에도 존재한다. 전자의 상호작용이 세상을 만들고 움직인다. 우리의 모든 일상이 화학이고 세상을 지배하는 학문이 화학인 셈이다. 

화학의 영역은 실로 광범위하지만, 굳이 지리적 위치를 말하자면 물리학과 생물학이나 지구과학 사이 정도 되겠다. 물리학은 입자 외에는 큰 관심이 없다. 대신 미시세계의 정체와 운동을 밝혀내고 있다. 그리고 생물학과 지구과학은 복잡한 생태계를 다루며 세상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화학은 미시세계와 그 메커니즘 사이를 메우고 있다. 그래서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세상이 왜 그렇게 작동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려준다. 그 중심에 118개의 원소가 있고, 이 원소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의 중심에 전자가 있다. 그러니까 주기율표는 세상을 만든 118개의 재료와 전자의 정보를 정리한 표인 것이다. 

광활한 우주에 우리가 존재하게 된 것은 수많은 우연의 결과이지만, 거기에는 특별한 조건이 있었다. 이 필연적 우연을 완성한 것이 바로 전자다. 인류는 수많은 우연의 충돌로 인해 탄생했고 긴 시간에서 보면 공룡처럼 소멸할지도 모르는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존재 이유를 필연으로 해석하고, 우리 자신을 우주의 중심으로 여긴다. 주기율표를 시작으로 지금의 인류는 어떤 물질이라도 만들 수 있게 됐다. 화학의 도움으로 자연의 거대한 힘을 흉내 낼 수 있게 된 인류는 그 욕망에 날개를 달았고, 그 결과 각종 부작용이 부메랑이 돼 돌아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에게 암울한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미래로 가기 위한 이정표의 시작 또한 주기율표이지 않을까. 

세상이 만들어진 원리를 알려주는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을 통해 화학이 매혹적이고 중요한 학문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시간이 인류가 얼마나 위대한지 혹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사유하는 시간이길 바라며, 동시에 거대한 자연의 겸손을 배우는 소중한 나눔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4~5쪽>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김병민 지음│장홍제 감수│동아시아 펴냄│340쪽│2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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