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감소가 당연하게 느껴지는 안타까운 상황들...
기부 감소가 당연하게 느껴지는 안타까운 상황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5.2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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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정의연 인근 골목. [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정의연 인근 골목.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국회의원 당선인 신분인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기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정의연과 더불어 대표적인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로 손꼽히는 ‘나눔의 집’에서까지 기부금 유용 의혹이 일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기부 물결이 그나마 단절되진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윤 당선인과 정의연이 받는 혐의는 기부금의 유용·횡령이다. 기부금 대다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안락한 삶을 위해 사용될 것이란 대중의 기대와 달리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상회하는 금액이 정의연 조직 운영과 활동에 쓰인 정황이 드러난 것. 해당 의혹에 정의연은 오히려 “(우리는) 인도적 지원단체가 아니라 여성운동단체”라며 기부금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취해 논란을 키웠다. 일각에서는 “기부금을 돌려달라”는 반발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이 외에도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안성 쉼터를 시세보다 높게 구매해 7년 후 헐값에 매각한 점, 위안부 피해자들의 조의금을 윤 당선인 (기부금 계좌가 아닌) 개인계좌로 받은 사실이 드러나 횡령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제기된 의혹은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기부금 사용에 관한 대중의 기대와 현실이 크게 어긋났고, 기부금 집행이 체계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2015년 당시 정의연이 안성 쉼터 운영과 관련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경고성 제재(최하위 F등급)를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비단 정의연 뿐이 아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여 사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은 피해자들 사후에 후원금으로 ‘호텔식 요양원’을 건립할 계획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열린 이사회) 녹취록에 따르면 한 스님은 “위안부 할머니 입소자들은 앞으로 더 늘어나 봐야 한두명 정도다. 시설(나눔의 집)을 다 철거하고 호텔식 요양 시설을 지어 80명 정도 어르신들을 모시면 (추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대월 학예실장 등 나눔의 집 직원 일곱명은 “법인이 막대한 후원금을 모집해 60억원이 넘는 부동산과 70억원이 넘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그대로 방치된다면 국민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한 돈은 대한불교조계종의 노인요양사업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이미 1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나눔의 집을) 없애고 요양원을 지을 수 없고, 요양원을 별도로 지을 수는 있는데 이럴 경우 후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며 “(요양시설 건립안은) 일부 이사의 개인 의견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는 곳에 기부금이 몰리고 이 기금의 집행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

이처럼 선한 마음으로 했던 기부가 분노와 실망을 자아내는 상황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7년에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아픈 딸 치료비 명목으로 14억원의 기부금을 모아 호의호식하다 성범죄를 저질러 체포됐고, 2018년에는 ‘새희망씨앗’이란 기관이 결손 아동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기부금 127억원을 모아 그중 2억원만 기부하고 나머지 금액을 단체 대표와 직원이 착복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기부 참여율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부 참여율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년간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 비율은 2011년 36.4%, 2013년 34.6%, 2015년 29.9%, 2017년 26.7%, 2019년 25.6%로 감소했다. 기부가 꺼려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여유 부족’이었지만, 그 비중은 2011년 62.6%에서 2013년 60.9%, 2017년 57.3%, 2019년 51.9%로 점차 줄고 있는 반면, ‘기부단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답변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부단체를 신뢰할 수 없어 기부하지 않는다’(1년간 기부경험 없는 시민 대상)는 답변은 2013년 8.2%, 2017년 8.9%, 2019년 14.9%로 점차 증가했다.

이런 경향은 보건복지부의 나눔실태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2016년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 1위에 ‘단체의 투명성 및 신뢰성 강화’(35.3%)가 꼽혔고, 2019년에도 기부 경험 있는 사람 중 82.8%가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기부 단체의 정보 공개’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앞서 정의연과 윤 당선인은 “어느 NGO(비정부기구)가 활동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느냐.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지만, 1원 단위까지 공개하는 곳(승일희망재단)이 없지 않고, 기부함에 있어 그런 투명함이 주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는 상황.

김웅 전 검사는 책 『검사내전』에서 “정치나 경제 분야가 불공정하더라도 시민사회가 건강하다면 결국은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국고보조금을 마음대로 유용하고서도 시민단체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호도한다면, 시민운동으로 이름을 떨친 후 그 연장선상의 행보라는 경천동지할 궤변을 내세워 정치인으로 변신한다면, 그런 시민운동으로 과연 무엇을 개선할 수 있을까”라고 뼈있는 말을 전했다. 지난 수십년간 정의연과 윤 당선인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해온 점은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사안이다. 다만 그 과정의 부정함이 지적되고, 사실관계 확인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위안부 피해자들과 기부자들이 추가로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기부 불신 증가세를 늦출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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