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사는 그책] 코로나19 위기 타개할 방법, 이미 나왔을지도 모른다
[니가 사는 그책] 코로나19 위기 타개할 방법, 이미 나왔을지도 모른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5.20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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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다(buy)는 말에 어쩐지 산다(live)는 말이 떠오른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책을 사면서 그 책에 들어가 살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영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존 버거가 “이야기 한 편을 읽을 때 우리는 그것을 살아보는 게 된다”고 말했듯 말이다.
책을 산다는 행위가 그저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선다면 우리는 그 구매 행위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니가 사는 그책. 어느 가수의 유행가 제목을 닮은 이 기획은 최근 몇 주간 유행했던 책과 그 책을 사는 사람들을 더듬어본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코로나19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이 이미 나왔으나, 만약 우리가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면 어떨까. 지난달 발행된 사피 바칼의 베스트셀러 『룬샷』은 그런 걱정을 하게 한다. 

가령 오늘날 거의 모든 암 연구 프로그램의 기초가 된 외과 의사 주다 포크먼(Judah Folkman)의 아이디어는 무려 32년 동안 묵살당한다. 환자를 죽이지 않는 한에서 종양에 최대한 많은 독을 들이붓는 화학요법이 암을 치료하는 유일한 접근법이었던 1971년, 포크먼은 암세포가 주변 세포들에게 보내는 신호를 차단해서 종양을 굶겨 죽이는 약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포크먼의 아이디어는 철저히 외면받고, 사람들은 그를 광대라고 조롱한다. 그가 사망한 후인 2003년에야 그의 아이디어를 기초로 ‘아바스틴’이라는 약이 개발되고 암 치료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꿔놓는다. 32년 동안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어간 것이다. 

비슷한 예들은 숱하다. 대표적으로,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획기적인 방법을 제시한 일본의 생물학자 엔도 아키라의 아이디어는 16년간 세 번의 죽음을 맞이한다. 첫 번째 죽음은 당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방법을 연구한 대부분의 학자들이 실패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개발된 콜레스테롤 저하 약물이 사망률을 높이고 백내장 등 질병을 유발하자 학계에서는 콜레스테롤을 낮춘다는 아이디어 자체를 일축해버린다. 두 번째 죽음은 엔도가 개발한 약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효과가 없자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이다. 마지막 죽음은 엔도의 약이 개에게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또다시 연구가 중단된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엔도의 약이 닭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효과를 보이고, 개에게 유발한 것은 ‘가짜 암’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매년 대략 50만 건의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예방하고 있는 스타틴 계열(엔도의 연구를 기초로 한 약)의 첫 번째 약이 미국 FDA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는 이렇게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야 했다.     

의학계의 사례만이 아니다. 1922년 미군은 아마추어 무선통신 애호가 두 명이 훗날 레이더의 원리가 되는 아이디어를 내자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라고 일축해버린다. 두 엔지니어는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며 계속해서 해당 아이디어를 군에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결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참담한 사태가 벌어졌다. 연합군이 나치 독일의 잠수함인 U보트를 탐지하지 못해 수천만 톤의 배를 잃고, 수만명의 군인이 사망한 것이다. 연합군은 결국 두 사람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고, 레이더를 개발한 지 90일 만에 연합군 선박 피해 규모는 95%가 줄어든다. 두 사람의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은 승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됐을 때 중앙 권력이 거기에 각종 수단과 돈을 쏟아부으며 레드 카펫을 깔고 팡파르를 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획기적 아이디어는 놀랄 만큼 위태로운 처지에 있다. 회의주의와 불확실성이라는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부서지고 방치되기 십상이다.”(22쪽)

책의 제목이기도 한 ‘룬샷’(loon shots)은 “제안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아이디어였지만, 결국 전쟁, 의학, 비즈니스의 판을 바꾼 아이디어”다. 앞서 든 예시들이 바로 룬샷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룬샷을 더 빨리 알아채고 후원한다면 세상은 달라질 테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조직은 룬샷을 육성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 책은 그런 룬샷을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첫째로, 조직은 ‘룬샷’을 보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발명가 그룹과, 조직을 유지하는 운영자 그룹을 별도로 구분하는 것이다. 예컨대 군수회사라면 혁신적인 무기를 설계할 사람들과 비행기를 조립할 사람을 분리한다. 그리고 비행기를 조립하는 이들에게는 엄격한 지표를 바탕으로 빡빡하게 통제하고, 혁신적인 무기를 설계할 이들에게는 느슨한 통제를 한다. 

둘째로, 발명가 그룹과 운영자 그룹 사이의 동적평행을 만들어야 한다. 즉, 발명가와 운영자 어느 한 쪽을 편애하면 안 된다. 양쪽 집단이 똑같이 스스로를 귀하며 인정받는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편애한다면 다른 조직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분리된 그룹을 서로 연결해줄 사람을 임명하고 훈련해 발명가와 운영자 사이의 피드백이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셋째로, 룬샷을 좌절시킬 수 있는 사내 정치의 효과를 줄여야 한다. 보상이나 승진을 위한 로비를 어렵게 만들고, 보상이나 승진을 결정할 때는 관리자의 입김이 아닌 독립적 평가가 늘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발명가 그룹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동료들의 인정, 내적인 동기부여 같은 영향력이 큰 비금전적 보상을 활용한다.        

룬샷, 우리는 위기를 타개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할 준비가 돼있는가. 조직이 룬샷을 일으키고, 보호하고, 육성할 준비가 돼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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