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상금 5,000만원 웹툰·웹소설 공모전… “이야기 이렇게 만들어라”
대상상금 5,000만원 웹툰·웹소설 공모전… “이야기 이렇게 만들어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5.18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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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네이버]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네이버웹툰이 국내 최대 규모인 15억원의 총상금을 걸고 웹툰·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한다. 웹툰 부문은 내달 1일부터 14일, 오는 9월 21일부터 10월 4일 두 차례 나눠 공모하며, 웹소설 부문은 내달 15일부터 오는 7월 30일까지 접수를 받는데, 대상 상금이 각각 5,000만원이다. 웹툰·웹소설 작가에게는 꿈의 무대가 열린 것이다.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안에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말고 책을 읽어보자. 

“도작하라.” 
일본의 만화가 오쓰카 에이지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는 책 『이야기 체조』에서 이렇게 말한다. ‘도작’이라는 자극적인 말에 반감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비윤리적이거나 저작권법에 위배되는 도둑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이야기의 구조를 분석해 추상화하고, 그 추상화된 구조를 이야기에 활용하는 것이다.

가령 오쓰카 교수는 자신의 만화 『망량전기 마다라』가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도로로』를 도작했다고 설명한다. 『도로로』는 주인공 햣키마루가 잃어버린 육체를 하나씩 되찾는 내용이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곧 태어날 아들을 48마리의 요괴에게 제물로 바친 아버지 때문에 햣키마루는 48군데 신체 기관이 없는 채 태어나 버려진다. 

일단 『도로로』의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이렇다. ▲햣키마루의 아버지는 영주이다 ▲햣키마루는 몸의 48개 기관이 없는 아기로 태어난다 ▲아버지는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곧 태어날 햣키마루의 신체 48개 부분을 48마리 요괴에게 제물로 바친다 ▲햣키마루는 강가에 버려진다 ▲은둔해 살던 의사가 햣키마루를 데려와 의수와 의족을 만들어 붙여 사람의 모습을 만들어 준다 ▲햣키마루는 의사가 죽기 직전에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된다 ▲햣키마루는 빼앗긴 몸을 되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이제 ‘이야기의 표층’을 제거해 『도로로』를 추상화해보면 이렇다. ▲주인공의 부친은 그 사회나 집단의 권력자이다 ▲주인공은 인간으로서 불완전한 모습으로 태어난다 ▲그 이유는 부친이 자식의 능력을 두려워하거나 혹은 권력에 눈이 멀어, 제3자로 하여금 자식의 능력을 빼앗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버림받는다 ▲주인공이 태어난 장소로부터 먼 곳에 은둔해 살던 사람이 주인공을 키운다 ▲주인공은 성장한 후 자신의 혈통을 알게 된다 ▲빼앗긴 힘을 되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이렇게 추상화한 이야기를 이용해 만든 『망량전기 마다라』는 이렇다. ▲마다라의 아버지는 ‘시작의 대륙’을 지배하는 미륵 황제이다 ▲마다라는 몸 안에 있던 초능력의 원천인 여덟 개의 차크라를 빼앗기고 히루코(일본 신화에서 불구의 몸으로 태어난 신) 같은 몸으로 태어난다 ▲미륵 황제는 자식의 초능력을 두려워해 여덟 개의 차크라를 여덟 마리 요괴에게 봉인한다 ▲그리고 마다라를 강에 흘려보낸다 ▲마다라는 히듀라 인이 사는 마을에 떠내려와, 연금술사인 타타라가 주워 키우게 된다 ▲마다라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히듀라 인의 마을은 공격당하고, 마다라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마다라는 여덟 개의 차크라를 되찾아 미륵 황제를 쓰러뜨리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오쓰카 교수는 프로이트 학파 연구자 오토 랑크(Otto Rank)가 오이디푸스, 모세, 헤라클레스, 지그프리트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서고금의 영웅신화에서 공통적으로 뽑아낸 구조와 『도로로』를 추상화한 이야기가 동일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또한 그는 러시아 민속학자 블라디미르 프로트가 러시아의 몇백 가지 마법민담을 추상화한 결과 전부 한 가지 표준 도식으로 환원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을 지적하며 “(추상화한) 구조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문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며 “도작은 모국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구조를 내면화하는 방법론”이라고 설명했다. 

오쓰카 교수는 “우선 『도로로』를 도작해 영웅신화의 구조를 익힌 다음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도작해보라. 순식간에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된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라며 “이 방법은 아이가 부모의 말을 따라 하면서 언어를 습득하는 것과도 같다. 그러므로 반복 연습으로 ‘이야기 구조’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몸에 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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