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해결, 국회의원이 최선일까?... “냉정한 이타주의가 필요하다”
위안부 문제 해결, 국회의원이 최선일까?... “냉정한 이타주의가 필요하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5.14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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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옥토버훼스트 종로점에서 열린 정대협 29주년 기념 정의기억연대 후원의 날 행사에서 당시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옥토버훼스트 종로점에서 열린 정대협 29주년 기념 정의기억연대 후원의 날 행사에서 당시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은 어디 쓰는지도 모른다. (정의기억연대에) 현금 들어오는 거 (얼마인지) 알지도 못하지만, 성금·기금 등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 “위안부 문제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의기억연대의 전신) 대표였던 윤미향씨가 와서 해결해야 한다. 윤미향씨는 국회의원 하면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의 기자회견 발언으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와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비례대표 7번)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소재로 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2017)의 실제 모델인 이용수 할머니(전 정대협 공동대표)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정의연 측은 “(이용수) 할머니 기억이 왜곡된 부분이 있다. 할머니에게 성금과 생활용품을 지급해왔고 매번 홈페이지에 재무제표를 공개해 기부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렸고 여러 차례 감사도 받는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후 정의연 측의 회계처리에서 문제점이 발견되고, 기부금 총액에서 실제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전달된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정의연이 밝힌 지난 3년간의 ‘일반 기부’ 수입은 22억1,900만원이지만, 그중 할머니들에게 전달된 돈은 9억1,100만원에 불과해 ‘할머니들에게 전달된 돈이 생각보다 적다’는 여론이 크게 일었다. 이에 정의연은 “(우리는) 인도적 지원단체가 아니라 여성인권운동단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복지만을 목표로 한 단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대중은 ‘기부금 대다수는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사용된다’는 인식을 지녔던 터라, 의심 어린 눈초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의연 측의 미흡한 회계처리도 여러 의혹을 낳고 있다. 2018년 정의연은 한 맥줏집에서 ‘모금 사업’ 명목으로 하룻밤에 3,339만원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 여론을 키웠는데, 한해 할머니 한 분에게 돌아가는 금액의 네 배가량을 술집에서 사용한 것과 관련해 정의연은 “그해 여러 행사 지출 총액을 맥줏집 상호 아래 몰아넣은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다만 국세청은 해당 회계처리를 잘못된 것으로 규정해 관련 공시 자료의 정정 명령을 내리는 한편 유사 사례를 적발하기 위해 공익법인 1만 곳을 대상으로 기부금 사용처 전수조사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런 기부금 논란도 문제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윤미향 당선인이 국회에 진출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애초 ‘(출마 당시) 이용수 할머니가 윤 당선인을 지지하고 덕담을 나눴다’는 윤 당선인의 주장에 이 할머니가 “모두 지어낸 말”이라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윤 당선인은 “국회 가서 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합니다)”라고 밝혔지만, 할머니는 국회의원보다는 시민운동가로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집중해줄 것을 바란 상황. 윤 당선인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이용수 할머니는 제가) 국회로 간다는 걸 갑자기 알게 됐어요. 그리고 ‘이 문제 해결하고 가라, 늙어 죽을 때까지 나하고 함께 손잡고 해결하자’라고 하셨지만 제가 그 말씀을 들어드릴 수가 없었다”며 “국회에 가는 것도 할머니가 원하는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은데, 허영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피해자 아픔과 상처는 그대로인데, 누구는 그 아픔과 함께했다는 이유로 권력과 명예를 얻는 것, 그건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며 “활동가들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때다. 수구 보수 언론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먼저 되돌아 보라”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의 주장처럼 본인의 국회 진출로 위안부 문제에 있어 할머니들의 바람이 실현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정대협 공동대표로 함께했던 이용수 할머니의 반대 등 위안부 할머니들의 뜻을 한데 모으지 못한 점, 국회의원이 된다 해도 정치력만으론 위안부 할머니들의 바람을 관철하기 어렵다는 점 등은 우려되는 대목으로 지목된다. 사실 정의연 관계자의 정관계 진출은 이미 수차례 이뤄져 왔다. 1998년에는 지은희 전 정대협 공동대표가 여성부 장관에 등용됐고, 2015년에는 이미경 전 정대협 홍보위원장이 국회에 입성, 현 정부에서는 신미숙 전 정대협 실행위원이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시도했고, 정치가 유일한 해결책은 아닌 상황에서 ‘곁에서 함께 일해달라’는 위안부 할머니의 바람을 저버리면서까지 국회에 진출한 상황이 각기 다른 평가를 낳고 있다.

윌리엄 맥어스킬은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에서 “흔히들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로 ‘세상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라고 하지만, 그의 보탬은 ‘한계효용’ 측면에서 계산돼야 한다. 어떤 의사가 100명을 구했다 치자. 그(녀)가 의사가 됨으로써 정말 100명이 목숨을 구한 것일까? 아니다. 그(녀)가 의사가 되지 않았더라도 세상엔 이미 충분히 많은 의사가 있다“며 “방치된 분야를 찾아 더 집중적인 노력을 쏟는 것은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널리 알려진 영역에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수확체감의 법칙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자원이 덜 투입된 분야에 집중해야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지난 30년간 위안부 할머니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온 윤 당선인. 정치인으로서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시도가 그릇됐다 할 순 없지만,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 국회의원의 길을 걷는 게 최선의 선택인지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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