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첫 작품의 성공으로 기대와 견제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드라마 작가 천우. 그는 차기작을 타진하기 위해 한 술집에서 방송국 제작국장을 만나고, 보조 작가 수동이 술집 벽에 쓴 질문과 마주한다.
Q. 술집을 성경으로 도배하면?
① 사람들이 불편해하며 오지 않는다.
② 성경을 무시하려고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많이 마신다.
③ 주(酒)님의 영향으로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④ 술집이 교회가 된다.
⑤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20~21쪽>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천우는 아무런 변화도 없을 거라며 코웃음을 치고 차기작의 모티프인 ‘차릉파의 금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나 국장은 드라마2국의 신설에 분노하며 시청률만을 강조하고, 국장의 무관심 속에 천우의 시나리오 작업이 시작된다. 작업실을 찾던 천우는 연을 끊어온 친형 만우를 피해 오랜 친구 우걸에게 연락한다. 우걸은 자신의 밭 옆의 농막을 작업실로 내어줄테니 자신이 살고 있는 청송으로 오라고 제안하고, 천우가 장난삼아 던진 말에 반응하며 천우가 머물 집을 성경으로 도배하기 시작한다.
“사람들과 술 먹으면서 농담 반 진담 반 했던 이야기였어. 성경을 술집 벽에 바르면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내기를 해보자고 했거든. 말이 그렇지, 그런 쓸데없는 내기를 누가 실행에 옮기겠어. 무심코 한 말인데 네가 그런 엄청난 일을 벌여놓았더라고.”
“너는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어?”
“5번.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가 있으면 어쩌려고? 성경 말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아?”<51~52쪽>
『손의 왕관』
김다은 지음│은행나무 펴냄│220쪽│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