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을 깨는 힘 ‘독서’… 국립중앙도서관 5월 사서추천도서
단절을 깨는 힘 ‘독서’… 국립중앙도서관 5월 사서추천도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5.07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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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문득 5월이 고요하다//진달래도 목련도 벚꽃도/뚝뚝 무너져 내리고/새 꽃은 피어날 기미도 없는/오월의 침묵, 오월의 단절” (박노해 「오월의 꽃」 中) 시인 박노해는 봄꽃이 다 져버린 오월을 ‘단절’이라고 표현했다. 단절, 그런데 오늘날처럼 이 시가 가깝게 다가오는 때도 없다. 온 국민의 입을 막고 있는 마스크처럼, 우리의 오월은 답답함이 묻어있다.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데, 우리는 결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걸까. 

“사실 우리는 힘을 얻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독서하는 자는 극도로 활기차야 한다. 책은 손안의 한 줄기 빛이어야 한다.” 미국의 시인이자 평론가 에즈라 파운드는 이렇게 말했다. 단절돼 우울한 이 시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힘, 그리고 이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은 무척 가까이에 있다. 국가대표 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하는 5월의 책을 소개한다.

■ 떨리는 손
김창규 외 4인 지음│사계절 펴냄│220쪽│13,000원

과학자가 SF 문학을 쓴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에서 시작한 이 단편집은 천문학자, 물리학자 등 과학자들과 SF 작가들이 협업해 2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폴리아모리 유니베르스타」 「떨리는 손」 「고리」 「동방홍 원정기」 「귀환」 등 개성 넘치는 다섯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폴리아모리 유니베르스타」에서는 ‘폴리아모리(다자간의 사랑)’라는 새로운 공동체 개념 즉, ‘비독점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랑했던 이들의 죽음 이후 그들에 관한 기록을 간직하는 방식에서 작가만의 뛰어난 상상력과 감수성이 돋보인다. 「떨리는 손」에서는 양육 문제로 갈등을 빚는 부부가 등장하는데, 이 부부는 실제 부부가 아닌 외계인들의 시뮬레이션이다. 작가는 시뮬레이션 속에서도 출산과 양육 문제는 여전히 불평등함을 보여줌으로써 현실 속 성차별 문제를 꼬집는다. 
SF 작가와 과학자가 만나 신선하고 놀라운 상상력으로 가득 채운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새로운 판타지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참으로 가련한 종족이로군. 이들 ‘인간’이라는 종족은 말이야.” <78쪽>

■ 만년의 집
강상중 지음│노수경 옮김│사계절 펴냄│248쪽│13,000원

베스트셀러 「고민하는 힘」의 저자인 강상중 교수가 일흔을 앞두고 에세이를 발간했다. 1950년 일본에서 태어난 강상중은 한국 국적자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 자리에 오른 이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적이고 급진적인 발언으로 보수적인 일본에서 ‘강상중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는 인생의 황혼기를 맞아 도심에서의 생활을 접고 일본의 알프스라 불리는 나가노현으로 거처를 옮긴다. 이 책은 속세를 떠나 나가노현 루이자와 고원지대의 작은 집에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일궈 나가는 강상중 교수의 고요한 일상을 담고 있다. 사회적으로 높은 성취를 이루며 성공의 전형과도 같아 보였던 삶의 이면에는 평생을 일본과 한국 사이의 경계인으로 살아야 했던 아픔, 아들의 상실로 비롯된 극단적인 절망,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탱할 수 있게 해준 어머니의 존재가 있었다. 일본에서 발간된 이 책의 원제는 「어머니의 가르침(母の敎え)」이다. 

책 속 한 문장 

“사람은 말이데이, 알몸으로 태어나가 알몸으로 죽는기라. 너거 아부지도 그랬고 나도 그렇데이.”
글자를 읽을 수 없었던 어머니가 남긴 말과 표정은… 아니, 어머니에 관한 기억은 1만권의 책 이상으로ㅡ비유하자면 나쓰메 소세키나 막스 베버 이상으로ㅡ지금의 나를 지탱한다. <9쪽>

■ 나는 열등한 나를 사랑한다
최원호 지음│태인문화사 펴냄│240쪽│14,000원

우리는 일이 잘 알 풀릴 때, 삶이 꼬였다고 느낄 때 스스로를 탓하면서 포기하거나 남들과 비교하며 괴로워한다. 그럴 때면 자존감 뒤에 숨어 있는 열등감이 인생을 좌우한다. 이 책은 내 안에 꽁꽁 숨어 있는 열등감을 드러내놓고 펼침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1부에서는 ▲열등한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행복을 찾는 마음훈련을 통해 행복을 찾는 방법 ▲돈과 학벌, 자기과시용 SNS에서 벗어나 행복을 잡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열등감이 얼마나 중요한 삶의 자원인지, 그리고 열등감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명한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열등감이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로 ‘개인심리학’을 연구한 알프레드 아들러는 열등감 극복을 통한 우월감 추구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삶의 동기라고 말했다.” <18쪽>

■ 탈세의 세계사
오무라 오지로 지음│진효미 옮김│더봄 펴냄│272쪽│17,000원

역사는 정치적인 사건이나 전쟁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세금과 탈세라는 주제로 세계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15세부터 30세까지의 미혼여성에게 5배수의 세액을 징수했고, 17세기 영국에서는 창문이 건물의 크기에 비례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창문의 수에 따라 ‘창문세’를 징수했다. 독일의 히틀러는 지금의 ‘원천징수제도’를 만들어 조세 제도를 개혁했으며, 절세를 위한 대책으로 애플사를 설립한 영국의 세계적인 록 그룹 비틀즈는 결국 세금 문제로 해산하게 됐다. 저자는 이처럼 재미있는 일화들과 더불어 최근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라 불리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탈세로 인해 세계 자금의 흐름이 왜곡되는 현상을 비판하기도 한다. 세계사를 뒤바꾼 중요한 사건들을 세금과 탈세라는 신선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역사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길러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책 속 한 문장

“그런데 왜 선진국들은 조세피난처에 강력한 압력을 가하지 못하는 것일까? 실은 조세피난처의 배후에 대영 제국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피난처의 대표격인 케이만제도, 버진제도는 영국의 해외 영토이다.” <206쪽>

■ 세대 공존의 기술
허두영 지음│넥서스biz 펴냄│280쪽│14,500원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약 8백만명으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여러 세대가 공존하다 보니 사회 곳곳에서 세대 간 갈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등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세대들이 소통의 부재로 인해 겪는 갈등이 사회문제로까지 확산하기도 한다. 
저자는 책에서 세대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개인과 조직을 화합할 수 있는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가치관이 다른 밀레니얼 세대들을 이해하고 옛날 세대와 요즘 세대 사이의 불통의 벽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꼰대가 아닌,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은 사람, 세대 공존에 대해 고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책 속 한 문장

“전통 세대는 후배 세대를 진심으로 격려하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들음으로 마음을 얻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자세로, 말하기보다 경청에 힘쓰고 공정하게 평가하면서도 조직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X세대는 선후배 세대에 안정적인 디딤돌이 되어 솔직하게 상담하고 긍정적 피드백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을 위해 투자하며, 개인의 삶이 중요한 만큼 조직원으로서 협력과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185쪽>

■ 보이는 경제학 안 보이는 경제학
헨리 해즐릿 지음│김동균 옮김│DKJS 펴냄│264쪽│16,000원

저자는 공공사업, 세금, 정부신용, 일자리 창출정책, 정부의 가격통제, 임대료 규제, 최저임금법, 노동조합, 인플레이션 등 총 24가지의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따져본 후 눈앞에 보이는 경제 현상뿐 아니라,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 현상들을 염두에 두고 판단한다면 더욱 현명하게 경제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한 경제학의 오류는 인간의 이기심에 근거하며, 특정 경제정책이 한 집단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미치는 결과를 추적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 경제학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한다. 여러 경제정책의 이면에 감춰진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 어째서 누군가는 경제 원리를 왜곡하고 선의를 가장한 채 국민을 현혹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경제학은 모든 학문 가운데 오류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어떤 연구 분야든 그 주제의 본질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경제학의 연구 주제는 물리학, 수학, 혹은 의학 등 다른 학문에서는 무시해버리는 사소한 요소인 사람의 ‘이기적인 욕심’의 작용으로 인해 그 어려움의 정도가 수천 배 증폭된다.” <21쪽>

■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어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류동수 옮김│애플북스 펴냄│272쪽│16,800원

유독 꽃과 나무에 눈길이 머문다. 계절 탓이리라. 이럴 때 식물에 대해 알아보면 어떨까?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가 선택한 사랑의 대상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그 대상은 더 짜릿한 존재가 되고, 그 대상과 아주 깊은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를 식물과 정원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뿌리는 아래로 뻗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까? 식물에게 말을 걸어주면 더 잘 자랄까? 화학적 식물보호제 사용은 늘 나쁠까? 커피 찌꺼기는 정말 좋은 비료일까? 화분 속의 흙은 왜 시간이 갈수록 점점 줄어들까? 저자는 평소에 궁금했을 법한 식물의 특징과 다양한 지식을 여섯 개의 주제로 나누고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그림을 곁들여 설명한다.  

책 속 한 문장 

“잡초란 특정 장소에서 자라는 식물로, 그 땅의 소유자인 인간이 결코 원하지 않는 존재다. 엄밀히 말하면 아름답기 그지없는 장미도 옥수수밭에서 자라면 잡초다.” <112쪽> 

■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곽재식 지음│김영사 펴냄│380쪽│16,800원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세균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어느새 세균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됐다는 저자는 세균에 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특별히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이 책을 꾸렸다. 책은 마치 박람회장처럼 과거관, 현재관, 미래관, 우주관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지구상에 인류보다 먼저 존재했으며 지금도 공기 중이나 우리의 몸속 그리고 우리가 마시는 음식 등 어디에나 살고 있는 세균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책 속 한 문장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세균의 별 대단찮아 보이는 흔적이 세상 모든 생물과 사람들이 태어나서 살게 만든 그 모든 생명 역사의 시작점에 가장 가까이 있다.”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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