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꽃 시인'으로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은 '그림이 떠오르는 시'를 짓는 것으로 유명하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머릿속에 자연스레 풍경이 그려지기 마련인데, 이 책의 묘미는 나태주 시인의 상상 속 그림과 나의 그림을 맞춰보는 데 있다. 책에는 어릴적 화가를 꿈꿨던 나태주 시인이 직접 그린 연필화 120여 점이 담겨 독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토닥인다.
내가 가진 것을 주었을 때/ 사람들은 좋아한다// 여러 개 가운데 하나를/주었을 대보다/ 하나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 더욱 좋아한다 (생략) 「초라한 고백」
봄날에, 이 봄날에/ 살아만 있다면/ 다시 한번 실연을 당하고/ 밤을 새워/ 머리를 벽에 쥐어박으며/ 운다 해도 나쁘지 않겠다. 「이 봄날에」
참말로의 사랑은/ 그에게 자유를 주는 일입니다/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자유와/ 나를 미워할 수 있는 자유를 한꺼번에/ 주는 일입니다/참말로의 사랑은 역시/ 그에게 자유를 주는 일입니다 「참말로의 사랑은」
얼마나 떠나기 싫었던가!/ 얼마나 돌아오고 싶었던가!// 낡은 옷과 낡은/ 신발이 기다리는 곳// 여기,/ 바로 여기 「집」
『나태주 연필화 시집』
나태주 글·그림 | 푸른길 펴냄│216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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