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손가정 내 세대 갈등 및 아동의 경제·심리적 결핍 최소화
[독서신문 방은주 기자]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하중)가 4일 부모의 이혼이나 가출, 사망으로 인해 주 양육자가 부모가 아닌 고령의 조부모 손에서 자라는 아동이 전국 6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령의 조부모와 어린 손자녀가 스스로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찾아서 신청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조손가정을 발굴해 복지 서비스 전달 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입법조사처는 ‘조손가정 지원을 위한 미국의 네비게이터 프로그램 운영사례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NARS 현안분석」보고서에서 “고령인 조부모의 경제활동 위축, 근로능력 상실, 건강 악화, 양육·교육 관련 정보 습득의 어려움, 세대차에 따른 손자녀와의 갈등 발생 등의 우려가 높다”며 “조손가정 아동들의 사회적 박탈상태 및 결핍지수가 일반가구 아동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조손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18세 미만의 아동은 59,183명으로 ‘5~9세’가 18,076명으로 가장 많고, ‘10~14세’ 15,715명, ‘0~4세’ 14,216명, ‘15~17세’ 11,176명 순이다.
가구소득 분포는 조손가구의 78.3%가 1,000~5,000만원 미만이다. 가구소득 1,000만원 미만도 6.9%를 차지하고, 그 외 5,000~7,000만원 미만이 8.9%, 7,000~10,000만원 미만이 3.2%다.
입법조사처는 미국의 친족 네비게이터 프로그램(Kinship Navigator Program)을 예로 들며 “미국의 경우 조손가정 등 친족이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가정을 방문, 상담하고 가용한 모든 복지서비스 제도를 안내하고 신청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네비게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2004년 워싱턴주에서 시범운영하며 시작한 미국의 친족 네비게이터 프로그램은 2008년부터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았고, 2018년에는 ‘가족우선예방서비스’ 법률 제정을 통해 아동의 위탁양육을 사전에 예방하고 친족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조치로 확대됐다. 지난해 미국은 관련 예산으로 2천만달러(한화 약 238억원)를 배정한 바 있다.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국내에서는 2010년 이후 조손가정 실태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조손가정 규모 및 수급 현황 이외의 사항이나 부모를 대신하여 아동을 돌보고 있는 친족 양육 가정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파악이 어렵다”며 “‘아동종합실태조사’ 등에서 한부모 및 조손가정 아동들이 일반가구에 비해 열악한 가정환경 및 그와 관련된 정서・심리적 박탈감 및 소외감을 겪고 있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조손가정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정기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조손가정 실태조사를 근거로 조손가정의 필요에 부응하는 정책과 복지 서비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인 조부모의 부양능력 부족, 질병, 장애 등에 의해 아동이 성장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양육 환경일 우려가 크고 사춘기에 접어든 손자녀의 욕구 등을 충족시키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조손가정의 취약성을 충분히 고려한 복지 서비스 안내 및 연계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