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전 세계를 뒤집었던 희대의 '공룡화석' 밀수 사건 추적기 
[책 속 명문장] 전 세계를 뒤집었던 희대의 '공룡화석' 밀수 사건 추적기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5.04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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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화석이 없다면, 지구의 형성과 역사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화석이 없다면, 46억 년이라는 지구의 나이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시기에 어떤 생물이 살았으며, 언제 죽었으며,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화석이 없다면, 자연사박물관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기후가 더워졌다가 식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지구가 다섯 번의 대규모 멸종을 겪었고, 이제 여섯 번째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몰랐을 수도 있다. 또는 꽃피는 식물이 출현했을 때, 지구의 나이가 이미 수십억 년이 되었다는 것이나 바다 생물은 육지 생물로, 영장류는 도구를 만들고 작물을 재배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생명체로 이행돼갔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지질연대상으로는 동종의 첫 번째 동물보다 인간에 가까웠던 T. 렉스보다 스테고사우루스가 수백만 년쯤 앞선 시대에 살았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화석은 지구의 진화를 이해할 가장 중요한 단서이다. <16쪽>

수집가들에게 투손은 돈으로 살 수 있는 크기의 지구였다. 현재 세계 무역에서 자연사 분야가 차지하는 금전적 비중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투손 없이는 오늘날의 업계가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도시 이름 자체가 그 시장과 동의어가 됐다. 거래상, 수집가, 과학자, 복원 전문가, 예술가, 재밋거리를 찾는 사람들 그리고 위장 근무를 하는 연방 요원들까지, “광물계의 뉴욕 증권거래소”로 묘사되는 그 도시를 찾아간다.
투손이 아니었다면, 화석은 자연사 관련 무역에서 그토록 편안한 안식처를 결코 찾아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거래상이 불법이라고 알고 있는 물건은 일반적으로 눈에 띄지 않게 보관됐는데, 경찰이 그 차이를 알았을 리는 없다. 보통 경찰은 거래상의 거래 허가증을 확인할 가능성이 더 컸지만, 사실상 그런 일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투손 시는 거래되는 모든 뼈가 합법적인지 확인할 생각이 없었다. 2014년까지 이 박람회는 지역 경제에 연간 1억 2,000만 달러 기여했고, 도시의 세금은 1,000만 달러 이상 증수될 것으로 예측됐다. <109~110쪽>

원정대는 1923년 이듬해 여름에 몽골로 돌아와서 곧장 플레이밍 클리프로 향했다. 7월 13일 오후 조지 올슨이라는 보조원이 사냥에서 돌아와 화석 알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올슨이 수색하던 곳으로 따라갔고, 그곳에는 사암 선반 옆에 원통형 물체 세 개가 놓여 있었다. 그때까지는 아무도 공룡이 어떻게 새끼를 낳는지 알지 못했다. 인간처럼 그냥 새끼를 낳았을까? 거북처럼 알을 낳았을까? 놀랍게도 그들은 그 알들 위에서 “작고 이가 없고 종류를 알 수 없는 공룡의 뼛조각”을 발견했다. 그레인저는 그 구역 전체를 발굴하여 뉴욕으로 보냈고 거기서 표본 담당자들은 두 겹의 동심원에 놓인 13개의 알을 찾아냈다. 각 알의 가장 좁은 끄트머리는 중앙을 향해 있었다. 즉 그것은 둥지였다. 그러나 알 위에서 발견된 공룡은 육식동물이었기에, 헨리 오스본은 그것이 둥지를 공격하다가 죽었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그 공룡의 이름을 ‘알 도둑’이라는 의미의 오비랍토르라고 지었다. 한 세기 정도는 바로잡히지 않을 잘못된 정체성의 사례였다(후에 알들이 오비랍토르의 것이며, 알 위의 공룡은 둥지를 보호하다 죽은 것으로 학설이 수정됐다). <195~196쪽> 

『공룡 사냥꾼』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펴냄│480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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