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제야 진짜 시작… ‘네 이웃을 사랑해라’
2020년, 이제야 진짜 시작… ‘네 이웃을 사랑해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5.05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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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코로나19의 확진세가 대폭 줄고 한시적이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완화되면서, 죽어가던 거리가 점차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로 올해 봄은 마냥 화창하지만은 않아서인지, 이제야 비로소 2020년의 시작이라는 말이 나온다. 많은 것이 달라져 버린 오늘, 시작이라면, 그 시작은 어떠해야 할까. 기자가 최근 만난 두 사람이 떠오른다. 

풀꽃 시인 나태주는 코로나19 이후로 공주 거리에 차가 하나도 안 보인다고 우울해했다. 시(詩)가 돌듯이 돈도 돌아야 한다고, 그래서 자신은 택시를 타도 5만원이면 꼭 5만5,000원을 주고 온다고 이야기했다. 또 강연비 50만원을 받으면 그것은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이기 때문에 일부는 사회에 돌려준다고 했다. 세상으로부터 받은 시를 다시 세상에 내놓는 것과 같다고. 그는 그날 코로나19로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출판사 직원들의 밥을 샀다. 

“바람 뒤에 숨었구나/구름 뒤에 숨었구나/아니야/꽃잎 뒤에 숨었네/어떻게 찾지?/어떻게 만나지?/두리번거리는/나를 좀 봐다오.” 시인은 기자를 만나기 몇 시간에 전에 지었다는 시 「제비꽃 연서」를 선물했다. 그는 그렇게 거리에서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으며 서성였을 것이다. 그의 시작(詩作) 비결을 묻자 시인은 “낮아지고, 부드러워지고, 촉촉해지고, 어려지고. 그래야 열려요” “무릎 꿇고, 절하고, 내려앉고, 우러러봐야 해요”라고 말했다. 

“동네 라면가게는 우리가 가줘야 하는 거잖아요.” 세계적인 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제는 밖으로 나가기 시작해야 한다고. 돈이 유통돼야 바이러스가 아니라 가난으로 죽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우리의 방역 시스템을 믿고, 나오되 거리를 유지하면 된다고. 마스크를 안 쓰고 길을 걸어 다니다가 감염될 확률은 지구가 종말 할 확률에 가까울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첫 만남에 악수 대신 주먹을 맞대자고 한 최 교수는 ‘행동 백신’을 장착하면 된다고 했다. ‘사랑의 간격’을 유지하는 것, 사랑하기 때문에 조금은 떨어지는 것. 그것이 백신 개발이 요원한 시점에서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아래를 바라보는 사랑, 낮은 곳으로 향하는 사랑. 나에게 많은 것을 준 세상에 받은 것을 되돌려주는 사랑. 2020년의 진정한 시작에는 그러한 사랑이 필요하다. 실물경제는 계속해서 좋지 않고, 앞으로 더욱 악화할 전망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 3월 생산은 전월 대비 4.4% 줄어들면서 2000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지난 2월 전월보다 6% 감소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전월보다 1% 감소했다. 전체 산업생산은 지난 2월 전월보다 3.4% 줄어든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알 수 있는 492개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총 164만4,868명으로, 지난 1월 말보다 1만844명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유통(-4,080명), 서비스(-1,983명), 식음료(-1,494명)의 감소폭이 1,000명이 넘었고 건설 및 건자재(-631명), 운송(-554명), 조선·기계·설비(-536명), 상사(-465명), 생활용품(-410명) 등도 세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이 급감한 것이다. 500대 기업이 이 모양인데 나머지 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은 어떠랴.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들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3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2월보다 0.6포인트 내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은 2008년 2월(0.6포인트) 이후 12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3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해 2008년 12월(1.2포인트) 이래 11년 3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동향심의관은 “4월에는 주요 수출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 영향과 경제 봉쇄 영향이 제조업 수출과 생산에 크게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래를 바라보는 사랑, 낮은 곳으로 향하는 사랑. 그러고 보니 한 사람이 더 떠오른다. “제가 이렇게 기업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고, 많은 사람 앞에서 강의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 덕분이에요.” 어째서 사회공헌 사업을 오랫동안, 그리고 많이 벌이는지 묻자 스타강사 김미경이 이렇게 답했다. 세상이 없으면 너도, 나도 없다. 올해의 진정한 시작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죽지 말고 살아봐/꽃피워 봐/참 좋아”(나태주 「풀꽃 3」)라는 응원이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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