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의 도서 도매업 진출 논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역할은?
교보문고의 도서 도매업 진출 논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역할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4.30 07: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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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대형 (온라인)서점 ‘교보문고’(교보)가 도서 도매업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출판계에서 찬반 의견이 맞붙고 있다. ‘기존 도서 도매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과 ‘대형 온라인 서점이 도매업에 뛰어들면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결국 도서 생태계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맞붙고 있다.

출판가에 따르면 최근 교보문고는 일부 서점과 도매공급계약을 맺고 정식으로 도서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기존 도서 도매상과의 거래에서 불편을 겪어온 서점들의 필요와 수익 다각화를 꾀하는 교보의 필요가 맞아떨어지면서 벌어졌다. 그간 도매상들은 출판사들과 독점 거래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동네 서점 입장에선 다양한 도서를 공급받기 위해선 여러 도매상과 거래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는데, 교보와 거래하면 그런 수고로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속한 일부 중소서점은 교보와의 거래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기존 도서 도매상들 간의 경쟁으로 인해 동네 서점이 불편을 겪어왔는데, 교보로 단일화하면 그런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종복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은 “(도매상이 출판사와 독점 계약을 맺는 등) 지금의 도매 유통구조로는 중소서점이 판매할 수 없는 도서가 30%가 넘는다. 도매상들은 거래처(출판사) 확보나 경쟁력 있는 공급율 개선에는 관심이 없다”며 “도매상들은 일원화(도매상과 출판사 간의 독점 거래)를 늘려감으로 도매상 거래처가 적은 서점은 팔 수 없는 상황으로 계속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동네 서점이 원활한 도서 공급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교보와의 도매 거래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주장.

반면 기존 도매상들은 교보의 도매시장 진출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동네 서점에 대한 교보 공급가는 ‘교보가 출판사로부터 공급받는 금액(입고가)+5%’로 알려졌는데 이는 기존 도매유통가보다 2~3% 낮은 수치이기 때문에 자칫 교보의 독과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황순록 한국출판협동조합 전무는 “교보문고에서 주장하는 ‘입고가에 + 5%’ 정책은 시장진입용 정책이다. 순수 물류비용만 5%에 달하는 게 현실”이라며 “결국 독과점은 지역 서점과 중소출판사의 피해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교보가 시장을 잠식한 후에는 독과점 횡포를 부려도 견제할 방법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출판유통 전문가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역시 교보의 도매업 진출에 우려를 표한다. 교보가 출판 유통 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주장. 그는 “도매에 진출한 교보문고가 거래하는 소매서점에 자신들의 매대를 설치하고 책을 진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역 서점의 경우 큐레이션한 책을 선보이지만, 교보의 경우 광고 협찬받은 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기존 도매상은 (보관과 배본 업무를 하는) 물류 중심의 유통 기구로 변모해야 한다. 출판사는 스마트폰으로 서점 주문을 확인하고 승인만 하면 배본이 되고 수금이 되는 체계를 만드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다. 출판계 합의가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관련 예산을 관리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이런 시스템 마련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형 출판사들의 입장도 한 소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도매상의 우월적 지위를 해소하기 위해 관계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교보가 한시적으로 기존 도매상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지만, 독과점 상황에서 언제든 불합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 이와 관련해 박옥균 1인출판협동조합 이사장은 “(그간 출판계에서는 도매상이) 소형출판사들에게 어음/낮은 공급율/높은 잔고율 등을 ‘강요’하는 계약 관행이 존재했고 불투명한 정보 제공으로 투명한 도서 유통 현황 확인도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도매상은) 판매율이 낮은 출판사들에게 낮은 공급률과 광고/이벤트를 강요하는 등 유통 파트너가 아닌, 판매 권리를 가진 유통 ‘갑’으로 자리했다. (그런 도매상 역할이 교보로 넘어간 후에는) 독과점 재편으로 갑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기관의 주도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그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 전문인력 없이 외부 업체에 휘둘리며 결과물 없이 세금을 쓰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인쇄소와 창고, 서점을 잇는 통합 유통 플랫폼을 구축해 출판사와 지역 서점의 직거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시대변화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아온 도서 유통 서비스에 변화가 필요한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방법 모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교보의 도서 도매 진출에 찬반 의견이 나뉘고, 구조적 대안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출판/유통 질서 유지를 위한 관리/감독 권한과 예산을 부여받은 관계기관이 좀 더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만큼 출판 산업을 관장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역할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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