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독서생활] 임정은·김윤 작가 “중요한 건 재미... 공감받는 보람 커”
[슬기로운 독서생활] 임정은·김윤 작가 “중요한 건 재미... 공감받는 보람 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4.28 1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을 가까이하는 애서가(愛書家)는 타고나는 걸까요? 만들어지는 걸까요? 아마 어떤 계기를 통해 빠르게 혹은 서서히 독서의 재미를 알아가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애서가는 어떻게 책과 인연을 맺고, 관계를 쌓고, 우정을 맺어 왔는지. 그 긴 여정을 책을 쓰는 작가부터, 책을 짓는 출판편집자, 널리 알리는 북튜버, 최종 소비하는 독자까지, 여러 입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 주]
[사진=안경선 PD]
사진 왼쪽부터 김윤, 임정은 작가. [사진=안경선 PD]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글감에 의미를 담아 ‘희로애락’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짓는’ 행위는 ‘창작의 고통’을 수반하는 고된 일이지만 그럼에도 작가(作家)를 꿈꾸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글쓰기 플랫폼마다 사람이 넘쳐나고, 출판사에는 투고가 몰린다. 오죽하면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 무슨 이유에서일까? 작가는 천직(天職)이라던데 타고난 작가가 그렇게 많을 것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렇다. 세계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스티븐 킹은 책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나는 사람들이 환경에 의해, 또는 자기 의지에 의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작가의 자질은 타고나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자질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조금씩은 문필가나 소설가의 재능을 갖고 있으며, 그 재능은 더욱 갈고닦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고 말한다. 누구나 글을 쓰고 작가가 되는 시기가 도래한 것.

다만 작가로 생계를 꾸리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외수 작가는 “우리나라에서는 글이나 그림, 음악을 한다고 하면 다 말린다. 춥고 배고프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이 땅에서 글 밥을 먹는 사람들은 꿈과 현실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을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글쓰기를 계속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프리랜서 작가 두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두 분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안녕하세요. 프리랜서 작가 임정은(31)입니다.

: 안녕하세요. 매일 우울하고 상냥한 이야기(SNS ‘우울한 한 줄’ ‘상냥한 한 줄’ 운영 중)를 쓰는 김윤(28)입니다.

Q. 두 분 모두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계세요. 먼저 업으로까지 삼게 된, 글쓰기의 매력이 궁금해요.

A. :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민이 있으면 블로그에 글을 쓰곤 했어요. 고민하는 이유와 느껴지는 감정, 해결을 위한 선택지를 글로 정리하곤 했는데, 논리정연하게 정리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라고요. 생각이 복잡할수록 글이라는 그릇에 플레이팅을 예쁘게 하는 데 희열을 느꼈던 것 같아요. 잘 썼다고 생각한 글은 SNS에 올리기도 했는데요. 공감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게 글쓰기의 매력인 것 같아요.

: 글을 쓴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쓰는 행위는 생각과 감정을 자신의 언어로 타인과 나누는 거잖아요. 그 과정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그래서 전 작가란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이해받기 위해 밤새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고민의 과정은 고되지만 이해받는 느낌은 그만큼 달콤하거든요.

[사진=안경선 PD]

Q. 그런 매력 때문에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됐나요? 그 계기와 과정이 궁금해요.

A. : 사실 처음에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대학에서 미디어학을 전공했거든요. 근데 생각해보니 제가 직접 만드는 것보다 제 작품을 누군가가 영화로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개인적으로 작가란 주제를 나누고 또 이해받고 싶어 깊이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글로 소통하는 기쁨이 정말 엄청나거든요. 그 기쁨에 푹 빠져 7년째 글을 쓰고 있어요.

: 학창시절부터 글쓰기와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전 ‘위대한 작가가 되겠다’ 뭐 이런 포부는 없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참가한 전국논술경시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면서 글쓰기에 재능을 발견했고, 전국학생기자단에서 글쓰기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문예창작과에 진학했어요. 졸업 후에는 방송 작가를 하게 됐는데 업무 강도가 상상 초월이더라고요. 1년 만에 퇴사를 결심했죠. 다행히 그 짧은 경력이 도움이 돼 지금은 밀리의 서재에서 프리랜서 챗북 작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또 그간의 경험을 살려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집에서 할 수 있는 글쓰기 부업 등에 관한 수업(불광대학교)을 준비하고 있어요. ‘글을 써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하는 문제가 늘 고민이에요.

Q. 상상 초월적인 방송 작가 업무가 궁금한데요. 어느 정도였나요?

A. : 제가 체력이 약한 편인데, 정말 못 견딜 정도로 밤을 새우며 일하는 날이 많았어요. 한 사람 업무가 늦어지면 뒤로 서너 단계가 늦춰지기 때문에 마감 압박이 정말 심했거든요. 또 업계에 와일드(?) 하신 분들이 많으셔서, 험한 말도 자주 나오고... 육체적/심적으로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그런 압박을 이겨내고 일을 지속하는 방송 작가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Q. 글쓰기와 관련한 여러 활동을 경험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해주세요.

A. : 글을 읽고 쓰고 모으는 다양한 일을 했어요. 방송 작가를 그만두고 유튜브 채널 ‘뇌피셜’ 리서처를 했는데, 주제와 관련한 기사와 에피소드를 모으는 게 일이었어요. 예를 들어 ‘성욕, 식욕, 수면욕’이 주제라고 하면 관련된 자료를 다 끌어모으는 거죠. 딱히 글쓰기 재능이 필요한 일은 아니었어요. 다음으로는 유튜브 채널 ‘지식을 말하다’에서는 에디터로 일했어요. 가장 주목받는 주제와 관련한 책과 기사를 읽고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거였는데요. 스크립트를 전달하면 일러스트 디자이너가 그림을 입히고 성우가 말을 입혔어요. 또 뮤직비디오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어요. 가수 지세희의 ‘아직’ 뮤직비디오였는데요. 원래 뮤직비디오는 연출부가 시나리오를 쓰는데 감독님이 특별히 제게 기회를 준 거죠. 꼬박 이틀을 쓰고 촬영도 도왔는데, 뮤직비디오가 발표된 날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요. 지금은 밀리의 서재에서 비문학 챗북을 담당하고 있어요. 책 내용을 각색해서 대화체로 재구성하는 일이 주업무예요, 비록 작품에 제 이름이 실리는 일은 아니지만 제가 작업한 책이 ‘많이 본 순위’에 오르면 혼자 뿌듯해하고 있어요.(웃음)

: 전 SNS에 글을 많이 썼어요.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문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올렸는데, 그 덕에 팔로워 30만명 정도 되는 ‘긍정의 한 줄’이란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릴 기회도 얻을 수 있었어요. 나름 좋은 경험이었죠. 나중에는 제가 직접 ‘우울한 한 줄’이란 페이지를 만들어 우울하고 힘든 글을 올렸는데, 홍보도 안 하고 글만 올렸을 뿐인데 회원 수가 1만명이 넘었어요. 그때 ‘우리 주변에 우울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밝은 글을 올리는 ‘상냥한 한 줄’이란 페이지도 운영했는데, 확실히 우울한 내용이 호응이 크더라고요. 이 밖에도 영화소개 글 쓰는 일을 하면서 각종 공모전에 끊임없이 도전했어요. 다행히 지난해 말 소설 한 편을 계약했고, 얼마 전에는 교보문고 ‘스토리 크리에이터 3기’에 선정됐어요.

[사진=안경선 PD]

Q. 공모전에 당선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A. : 제가 아직 노하우를 말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웃음) 다만 한해 20~30개의 공모전에 참가해 본 개인적인 느낌을 전하자면, 요즘에는 ‘OSMU’(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상품 창출)가 가능한 재미난 소재가 주목받는 것 같아요. 소재 선정이 중요하죠. 지난해 계약한 소설도 비록 공모전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관계자분들이 재미있다고 하시면서 출판을 제안하신 거거든요. 또 지난해 당선된 밀리의 서재 ‘챗북 소설’ 공모전에서도 대화형 소설 형태에 맞는 색다른 전개가 좋은 평을 받았고요. 문학성,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요즘에는 ‘어떻게 재미를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Q. 글을 쓰는 직업이 지닌 좋은 점이 있겠죠? 개인적으로 어떤 점이 좋으세요?

A. : 글은 모든 콘텐츠의 메인이잖아요. 그게 매력적이에요. 기획 단계에서부터 콘텐츠 제작에 이르기까지 지적 충만감을 가득 채울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의미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껴요. 글에 담은 의미를 독자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공감할 때의 뿌듯함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예요.

: 전 혼자 일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이런 말 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술 먹으며 일하는 것도 좋아요.(웃음) 개인적으로 술의 힘이 글 쓰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것 역시 혼자 일하니까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또 글은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지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자아 성취감을 느끼는 게 좋아요.

Q. 반대로 좋지 않은 점도 있을 것 같아요.

A. : 내가 쓴 글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힘들죠. 때때로 독자의 비평과 마주해야 하거나 글을 검수하는 과정에서 방향이 완전히 바뀌거나 흠집 잡힌 느낌이 들 때 무척 속상해요. 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부심만큼 평판에도 어느 정도 신경이 가기 마련인데, 그 점이 힘든 것 같아요.

: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인데 글을 읽는 사람이 많지 않은 현실이 어려운 점이에요. 만일 모든 사람이 한 달에 한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면 작가들의 수입이 이렇게 적지는 않을 거예요. 책이나 작가에 관한 관심이 적으니 수요가 없고, 수요가 없으니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죠. 작가는 가난하다는 통념 때문에 주위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사진=안경선 PD]

Q. 최근에는 글쓰기 양상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글쓰기 플랫폼도 많아졌고, 웹 맞춤형 작품인 웹 소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런 상황은 작가분들에게 위기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할 것 같은데요.

A. :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글이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환영하는 입장이에요. 사실 아직도 문단에서 인정받는 글은 따로 있지만 다양한 글이 인정받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쉽게 접하고, 그럼 사회 전반적으로 글에 관한 흥미가 커질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만큼 글쟁이가 많아져 경쟁이 치열해지겠지만, 글쓰기 시장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위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작가마다 자신만의 강력한 장점을 마련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지금 사진,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있어요.

: 책의 형태가 변하는 시대니까, 당연한 변화라고 봐요. 다만 웹 소설 작가들은 순수문학 작가들을 꺼리고 그 반대의 경우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중요한 건 재미라고 생각해요. 김초엽 작가님의 작품만 해도 순수문학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었고, 추공 작가님의 『나 혼자만 레벨업』이란 웹 소설도 감탄하면서 봤거든요. 글쓰기 플랫폼의 증가와 관련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과 나눌 통로가 늘어나는 건 응원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굳이 ‘등단’이란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이야기를 하고, 들을 기회가 늘어날 테니까요.

Q. 작가 그리고 독서인의 입장에서 출판/독서 시장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변화상이 있을까요.

A. : 독서에 관한 다양성이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속독으로 정보를 축적하는 데 몰두하거나, 정답 맞히기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한데, 독서 자체를 즐기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봐요. 개인적으로 밀리의 서재의 대화형 소설인 ‘챗북’이나 명사가 책을 소개하는 ‘오디오북’이 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다양한 형태의 글을 자유롭게 쓰고 읽는 환경이 마련되면 쉽게 글과 친해질 테니까요. ‘작가여야 글을 쓸 수 있다’가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은 모두 작가다’라는 인식이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아직까지 작가가 되는 주요한 통로가 공모전일 텐데요. 공모전이 좀 더 친절(?)했으면 좋겠어요. 공모전 탈락 소식을 문자로 알려준다든지, 한 문장이더라도 탈락 이유를 알려주는 식으로요. 공모전 심사할 때 보면 심사위원분들이 원고에 뭔가를 적으시더라고요. 굳이 따로 적을 것 없이 그런 내용만이라도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물리적인) 한계가 있겠지만 이런 시도는 좋은 글을 써야 하는 작가에게도 좋은 글을 발굴해야 하는 출판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Q. 읽었던 책 중에 독자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은 책 그리고 글쓰기에 도움이 됐던 책 한권씩 추천 부탁드려요.

A. : 가볍게 읽기로는 박정민 배우의 에세이 『쓸 만한 인간』을 추천해요. 일상 속 소재로 에세이를 재밌게 쓰는 일이 어렵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문학적 감수성과 생각거리를 동시에 얻고 싶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추천하고요. 또 글쓰기 입문자라면 글쓰기 전반에 관한 상식과 마음가짐을 소개하는 강원국 작가의 『대통령의 글쓰기』를 추천해 드려요. 단문 위주로 문장력을 보강하고 싶은 분께는 정유정 작가의 『28』을 필사해볼 것을 권합니다.

: 제 인생 책은 가네시로 가즈키 작가님의 『레볼루션 No.3』예요. 몇 번을 읽어도 재밌더라고요. 처음 글을 쓸 때 ‘글을 쓰려면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한 책이에요. 다음으론 김연수 작가님의 『소설가의 일』을 추천해요.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거의 교과서처럼 밑줄 그으며 읽은 책이에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