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잔소리, 빨리끝내자, 엄청중요해, 숙제해야지, 너무귀찮아, 수학은한약, 수학은노잼, 수학은허들, 수학은좀비, 수학은죽음, 수학은두통." 20년 넘게 수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수학클리닉 수업에서 진행한 '수학을 다섯 글자로 말하면?'이란 질문에 대한 아이들의 답이다. 살펴보면 좋은 말이 하나도 없다. 국(어)포(기)자, 과(학)포(기)자는 드물지만 수(학)포(기)자는 많은 것과 같은 이유에서일까.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수포자들이 있다. 수학이 어렵고 싫어 이과대신 문과를 택했다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소설 『빨강 머리 앤』에서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줬던 주인공 앤을 절망시킨 것도 수학이었다. 그 무시무시한 수학은 어쩌다 이렇게 공포의 대상이 돼버린 걸까?
저자는 "수학은 어렵고 지겹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편견이 강하다"고 말한다. 입시 위주의 정답을 찾는 학습법으로 인해 수학과의 첫만남부터 유쾌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수학이 가능할까? 저자는 무작정 수학 문제집을 반복해서 풀기보다는 보드 게임, 미술 작품 속에서 수학의 개념을 이해하는 교육법을 소개한다.
이를테면 (6~7세의 경우) 몬드리안의 작품에 몇 개의 색깔이 나왔는지 질문하고 주변 환경과 사물에서 색깔 찾기 놀이는 해보는 식. 저자는 "몬드리안 작품은 3학년 때 배우는 평면도형의 기본인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을 익히기에 좋은 작품이다. 크고 작은 정사각형과 직사각형 작품을 걸만한 액자를 만들려면 어느정도의 크기가 필요할지, 액자를 포장하는 리본의 길이로 둘레의 개념까지 익힐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나는 큰 아들이 3살 때부터 사과를 먹을 때 반으로 잘라서 2개가 됐다가 다시 한번 자르면 4개가 되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며 자연스레 분수를 경험하도록 했다. 귤을 먹을 때는 몇 조각인지 세어보고 엄마랑 둘이 먹으려면 몇 개씩 먹을 수 있을지 나눠 보는 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나눗셈과 분수 개념을 익혔다"고 전한다.
특별한 것 없는 뻔한 교육법으로 느낄 수 있지만, 뭐든 적용이 어려운 법. "수학 문제집 풀어"가 아니라 "엄마랑 보드게임 한 판 할까?"라고 말할 때 아이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성과를 내는 20년 경력의 노하우가 책에 담겼다. 수포자를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최소한 편견으로 인해 수학을 멀리하게 되는 참사(?)를 예방할 수 있게하는 예방주사 같은 책이다.
『내 아이만큼은 수포자가 아니었으면』
한아름 지음 | 에이원북스 펴냄│316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