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출입한 첫 안내견 조이가 이뤄냈으면 하는 것들
국회 출입한 첫 안내견 조이가 이뤄냈으면 하는 것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4.2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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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이자 이번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4·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그간 국회의원 외 출입이 금지됐던 본회의장 및 상임위원회 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게 되면서다.

안내견이 국회 본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게 된 건 시각장애인이 국회에 첫 입성한지 16년 만에 이뤄진 성과로 지난 17대 국회의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과 19대 최동익 민주통합당 의원은 안내견 대신 사람의 도움을 받아 본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장애인복지법 40조와 장애인 차별금지법 4조에 따라 김 당선인과 조이는 자유로운 국회 출입이 가능하지만, 그간에는 국회법 제148조(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 회의 진행에 방해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에 따라 안내견 출입이 금지돼 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후보가 당선되면서 그 관례가 허물어지게 됐다. 앞서 김 당선인은 안내견의 국회 출입 건과 관련해 “이미 출입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국회 본회의장 외 장소를 지칭한 것으로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관례에 따라 본회의장 출입이 금지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국회사무처가 관례를 재검토하고 이후 21대 국회가 들어서면 안내견의 출입 허가를 공표하기로 하면서 안내견과 동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와 관련해 김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관례라는 핑계로 이어진 차별이 이제야 바로잡힌 것”이라며 “안내견 ‘조이’ 출입은 시작일 뿐이다. (더 큰)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사실 안내견의 돌발행동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안내견은 생후 7주부터 엄격한 훈련을 통해 선발(합격률 약 30%)되기 때문에 실제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안내견은 평생을 지정된 사료와 제한된 간식만 먹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신체를 단련하는 등 강도 높은 자기절제를 훈련받기 때문에, 이상행동을 보일 가능성은 어쩌면 국회에 있는 사람들보다 낮을 수 있다. 지난번 패스트트랙 사태 당시 상당수 국회의원이 고성과 함께 물건을 집어 던지고, 동료 의원에게 폭행을 가하거나 망치로 문을 부수는 등의 행동이 오히려 안내견에게 이상하게 비쳐질 수 있는 상황인 것.

또한 본인의 욕구를 절제하고 희생하면서까지 주인을 보살핀다는 점에서 어쩌면 안내견은 국회에 잔잔한 감동을 자아낼 수 있다. 때로는 본인이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주인의 안전을 우선하는데, 이런 상황은 김 당선인과 안내견 창조(조이를 만나기 이전의 안내견)를 모델로 한 소설 『하네스』(2012/하다)에서 “예지가 넘어질까 걱정되는 아주 위험한 순간이다. 내 발이 밝히는 것쯤은 이제 흔한 일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예지는 내 발이 밟혀 피가 나도 알아차리기가 힘들다”고 언급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작품 속 예지는 “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을 위해 기꺼이 일을 해주고 있는 안내견 창조를 생각하면,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기분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 밖에도 안내견은 사람 마음을 온화하게 하는 효과도 불러일으킨다. 중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도 순한 안내견 앞에서는 무장해제되기 마련인데, 실제로 일본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귀촉진센터(교도소 소속)에서는 수감자에게 ‘퍼피 워커’(안내견 훈련원) 역할을 부여, 심리 안정을 도모해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 안내견 훈련 자문을 맡았던 오쓰카 아쓰코는 이와 관련해 책 『개가 가르쳐 주었다』(2016/돌베개)에서 “무심코 안고 싶어지는 부드러운 털의 온기. 쳐다보면 지긋이 다시 눈을 맞춰 준다. 물기 어린 커다란 눈동자. 많은 훈련생이 이렇게 말한다. ‘이런 눈으로 쳐다보면, 나쁜 짓을 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서술했다. 책 속에서 한 수감자는 “이곳(형무소)을 나갈 때 내 물건은 모두 버릴 작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오라(안내견 이름)에 관한 추억은 버리고 싶지 않아요. 형무소에 가는 것은 일생 겪지 않아도 좋을 일이지만, 이곳에서 안내견 강아지를 키운 경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으니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툼과 대립이 빈번한 국회에서 안내견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내견은 ‘슬기로운 불복종’의 가르침도 전한다. ‘슬기로운 불복종’은 안내견의 주요한 훈련 과정으로 안내견은 주인의 지시가 잘못된 경우 그 자리에 주저앉는 등의 행동을 뜻한다. 주인을 향한 절대복종을 훈련받지만, 그 복종이 주인을 위험에 처하게 할 경우 ‘NO’를 표해 주인의 안전을 지켜내는 것인데, 이런 개념을 빌려 아이라 샬레프 교수는 책 『똑똑한 불복종』(2018/안티고네)에서 “그저 명령에 따르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똑똑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제를 통한 다당제 시도가 실패해 이후 양당 정파 다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소속당이 강요하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슬기로운 불복종’의 가치가 주목받는 상황이다.

책 『하네스』에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할 수 있는 존재라면 그것이 사람이건 동물이건 무슨 상관일까 싶어. 사람들이 많이 배워야 해. 사랑에는 아무런 조건이 필요 없다는 걸 말이야”란 대목이 나온다. 첫 여성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이 될 김예지 당선인과 최초로 국회에 출입하게 된 안내견 ‘조이’의 등장은 어떤 가르침을 전할까? 어쩌면 국회와 우리 사회에 포용의 가치를 더욱 널리 퍼뜨리는 계기로 작용하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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