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독서, 글쓰기, 말하기'보다 '질문'... 문해력 살리는 좋은 질문 무엇? 
[리뷰] '독서, 글쓰기, 말하기'보다 '질문'... 문해력 살리는 좋은 질문 무엇?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4.21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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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내 아이가 지금 제대로 크고 있는 걸까?' 이 땅의 모든 부모는 자식 농사를 걱정한다. 문제는 파종 시기도 성장 속도도 제각각인지라 누군가와의 비교를 통해 쉽게 절망을 경험한다는 것. 최대한 많은 영역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게 하기 위해 좋은 씨앗을 심고 성능 좋은 비료를 주지만 그 방법이 잘못되면 제아무리 좋은 씨앗과 비료도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씨앗과 비료는 무엇일까. 글쓰기? 독서? 수많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인문 교육 전문가인 저자는 '질문'을 최우선 순위에 놓는다. 단순히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해서 아이의 삶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혹자는 독서를 통해 아이의 읽고 쓰는 힘, 즉 문해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다"며 "당장 책을 읽고 이해할 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독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응용부터 하면 저절로 공식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허무한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을 건네고 또 유도해야 할까? 저자는 정해진 답을 찾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러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선의 힘'을 강조한다. 자연 속에서 아이의 삶을 바꿀 질문을 찾아낼 수 있다는 주장인 것. 이때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는데, 저자는 자연을 관찰하는 건 지식을 확인하는 데 있지 않다며 식물의 이름을 외우게 하지 말고, 이름이 아닌 자기만의 느낌으로 기억하게 하자고 충고한다. 이어 세밀한 관찰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상의 폭넓은 다양성을 익히는 게 중요한데, 이를테면 백합이나 장미가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가까이서 관찰하면 구조가 전혀 다른 상황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대상의 이름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에 접근하게 되고, 암기가 아닌 연구의 영역에 들어서, 종국에는 지식이 아닌 지혜의 영역에 들어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설명할 수 없는 걸 설명하게 하는 것도 좋은 질문법이다. 이를테면 "죽음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 대개는 "심장이 멈추는 거죠"라고 얘기하기 마련인데, 이와 관련해 다채로운 답변이 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이 "아름다운 모차르트의 음악을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답한 것처럼. 저자는 꼭 과학적으로 답할 필요는 없다며 "죽는다는 것은 (평소에 네가 좋아하는) 뭔가를 더는 못 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을까?"란 식으로 질문의 길목을 열어주면 생각을 더 쉽게 깨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독서는 이런 질문이 어느 정도 이뤄진 상황에서 이뤄지면 좋은데, 저자는 '그레이존'(세상의 양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부분) 독서법을 소개한다. 요약하자면 '빠르게 그러나 천천히 읽게 하라' '사전을 곁에 두지 마라' '암기왕을 만들려고 하지 마라'. 책을 빠르게 읽는다는 건 시야가 넓다는 증거이니 굳이 그걸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속독하는 아이라도 반복해서 읽으면 읽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는데, 그건 아이가 생각을 시작해 이해의 넓이와 깊이가 확장된다는 뜻이라는 것. 또 책 읽을 때 옆에 사전을 두지 말라고 했는데, 그건 사전이 없어야 세상이 정한 의미가 아닌, 스스로의 의미를 추론하는 법을 스스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은 후 주인공 이름이나 사건을 나열하는 단순 정보를 묻는 식의 질문을 피하고 느낌을 묻는 방향으로 질문하라고 충고한다. "안중근 의사가 무엇을 강조했지"란 질문보다는 "안중근 의사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드니?"라는 식. 

뻔한 얘기 이상의 자세한 인문학 교육법을 소개한 읽을 만한 책이다. 

『하루 한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
김종원 지음 | 다산북스 펴냄│360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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