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를 기억하는 게 다 쓸데없는 일처럼 여겨졌어. 기억해 봤자 그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겠어. 죽음을 기억하는 게 두려움을 이기고 용기를 갖게 하는 것 같아. 그 기억의 힘이 흔들리지 않게, 떳떳하게 살아가게 하는 것 같아.”
책으로 연결된 소녀와 소년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모비딕』, 그리고 다양한 책들이 지석이와 새봄이의 죽음과 소멸에 대한 상처를 어루만지고 두 사람이 단단하게 연대하게 한다. 이 소설은 또한 『모비딕』의 해설서처럼 읽히기도 하고, 삶이라는 항해에서 책이 나침반이 돼 준다고 믿는 작가의 책에 대한 예찬으로 보이기도 한다. “진지한 문학 읽기가 사회적 죽음(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숙한 애도로 승화되는 과정이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2019년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은 작품이다.
■ 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
김민경 지음│사계절 펴냄│252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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