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정치적 부족주의』
[리뷰]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정치적 부족주의』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4.1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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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미국 역사상 최고로 불명예스러운 패배로 기억되는 베트남 전쟁. 당시 "냉전 이데올로기의 안경을 쓰고 있던 미국은 당시 베트남 사람들이 '공산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민족(국가)의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당시 미국은 인구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베트남 역사 내내 경제적 부의 70~80%를 장악해 온 화교가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 맹렬히 증오를 사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서 "베트남에서 미국이 친자본주의적 조치를 취하는 족족 거의 확실하게 베트남 대중의 분노를 촉발하게 되리라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라크전쟁 역시 마찬가지. 이라크전쟁 직전 워싱턴은 이라크가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분열의 중요성을 줄곧 과소평가했다. 당시 이라크 집권당이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바트당은 수니파였고 인구의 60%는 오랜 시간 수니파에 적대적이었던 시아파였기 때문에 준비 없이 민주적 선거를 치를 경우 수니파를 배척하는 시아파 정부가 들어서 수니파에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사실을 간과했고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에 2017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부족의 역할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실수를 인정한 바 있다. 

저자는 집단에 속해 유대감과 애착을 누리길 희망하는 인간의 '부족 본능'에 주목한다. 인간은 어느 집단이든 일단 속하고 나면 그 집단에 정체성이 단단히 고정되는데, 이로 인해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득을 위해 맹렬하게 나서고, 별다른 이유 없이 외부인에게 징벌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 부족 본능의 이면인 배제 본능을 소개한다. 

배제 본능을 일으키는 집단 정체성은 '국가'별로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집단 정체성은) 인종, 징역, 종교, 분파, 부족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런 분류법에 따라 미국 내 백인을 두 부류로 나누는데, 한쪽은 정치 참여도가 높고 자신을 '세계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도시/연안 지역'의 백인과, 교육 수준이 낮고 인종주의적이며, 애국적인 '농촌/중서부/노동자 계급'의 백인이다. 후자의 백인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연호하는 이들로, 엘리트 계급을 "'진짜 미국인'에 관심도 없으면서 권력을 통제하는 소수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의 차이는 배제 본능을 일으키고 이에 따라 "백인도 흑인도, 라틴계도 아시아계도, 남성도 여성도, 기독교도도 유대교도도 무슬림도, 이성애자도 동성애자도, 진보도 보수도, 다들 자기 집단이 공격받고 괴롭힘을 당하고 학대받고 차별받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 

그렇다면 이런 배제의 상황을 치유하기 위해서 무얼 해야할까? 저자는 '상호 교류'를 강조한다. 교류가 전혀 없기 때문에 상대를 뭉뚱그리고 탈인간화해 '적'으로 규정해왔다는 것. 그는 "이들 한명 한명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생각과 이상을 확인할 때 '부족적 적대'의 발원지를 찾고,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빨갱이'라고 비난받지 않으면서 '복지'를 말할 수 있고, '성차별주의자'라고 비난받지 않으면서 군가산점과 유리 천장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는 그런 사회를 기대하며 이 책을 권한다. 

『정치적 부족주의』
에이미 추아 지음 | 김승진 옮김 | 부키 펴냄│352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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