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어느 날 뉴욕공공도서관 창고에서 사서가 오래된 질문상자를 발견한다. 그 상자 속에는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뉴욕도서관 이용자들이 사서에게 질문한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질문이 가득하다. 뉴욕도서관 사서들은 당시 시대상과 사람들의 구체적인 관심사를 담고 있는 이 질문들 가운데 106개를 간추려 답변을 달고,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미국 서부를 여행하면서 사막을 건널 때 낙타를 타고 건너나요? (1946)
미국 군대가 그런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최신 미국 서부 백과사전』의 ‘1855’년 항목에 따르면, 당시 미국군이 텍사스 캠프버드에 낙타 75마리를 보유했다고 합니다. 제퍼슨 데이비드 육군 장관이 낙타를 물품수송대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제법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도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한 채 남북전쟁이 시작될 무렵에 이르러 사업 자체가 폐기됐지요. <37쪽>
코끼리에게 쫓기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1947)
이 상황은 꿈이겠지요? 저희 생각이 틀렸다고 정정하시면 모를까, 계속해서 꿈이라고 여겨야 우리보다 30배 큰 몸에 신발 치수 580의 발을 지닌 동물에게 쫓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굳이 심사숙고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코끼리는 힘, 권력, 지력을 상징하는데 실제로 이런 능력이 쫓아오는 상황이라면… 왜 도망을 치시는지? 다음 번 꿈에서는 그냥 권력에 몸을 내주고 지력을 꽉 움켜잡아 내면의 힘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행여 공작에게 쫓기더라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묻지는 말아주십시오. <57쪽>
몇 시가 ‘정오’인가요? (1947)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정오(high noon)는 한낮으로 정의돼 있으니 낮 12시를 말합니다. <65쪽>
로크포르 치즈가 벌레에 의해 발효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고 싶습니다. 사서님도 동의하십니까? (1960)
‘냄새 고약한 치즈맨’(the stinky cheese man)의 의견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치즈는 페니실리움 로크포르티라는 곰팡이균을 이용해 만들어집니다. 아쉽게도 땅속 벌레 친구들은 이 치즈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치즈 맛의 감흥을 느끼고 싶으시면 유튜브 채널 ‘하우잇츠메이드’에서 ‘하우잇츠메이드: 로크포르 치즈’편을 찾아보세요. <85쪽>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뉴욕공공도서관 지음·배리 블리트 그림│이승민 옮김│정은문고 펴냄│188쪽│1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