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님은 대체 어디에…” 작가들의 최대 고민거리
“영감님은 대체 어디에…” 작가들의 최대 고민거리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4.17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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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제 머릿속에 예쁜 할머니를 꽃단장시켜놓으면 영감님이 오시더라구요.” (악동뮤지션 이찬혁 SBS 인터뷰 中) 영감, 작가의 글쓰기 엔진에 불이 붙기 위해서는 영감이라는 점화(點火)가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머릿속에 예쁜 할머니를 꽃단장시켜놓으면 영감이 올까. 최고의 작가들은 어디서 영감을 얻을까.  

어떤 작가들은 책상을 떠날 때, 편안한 상태에서 영감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가령 작가이자 영문학자 루이즈 디살보는 책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에서 “평소 습관대로 영화관에 일찍 도착했다. 극장 안은 어두침침했고 좌석도 편안했다. 긴장이 풀리자 느긋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내가 쓰고 있던 책의 전체가 마치 다이어그램처럼 떠올랐다”고 소설 『브레드레스』(Breathless)의 영감을 받았던 과정을 설명했다. 

일부 작가들은 영감을 얻기 위해 오랫동안 산책을 한다고 알려졌다. 예를 들어 노벨 문학상과 맨 부커 국제상, 오 헨리 상 등을 받은 앨리스 먼로는 영감을 얻기 위해 매일 약 5km를 걷는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책 『과거의 스케치』(A Sketch of the Past)에서 “어느 날 타비스톡 광장을 걷다가 『등대로』를 구상했다. 때로 다른 책들이 그런 것처럼 나도 모르게 빠르게 만들어졌다. 봇물 터지듯 하나씩 터졌다. 파이프로 물방울을 불듯이 내 머릿속에서 아이디어와 장면의 무리가 빠르게 터져 나오는 느낌이었다”고 적었다. 먼로는 『등대로』의 집필을 마치고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지 않자 다시 산책을 했고 『올랜도』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공통점은 어쩌면 ‘고독’일지도 모르겠다. 소설가 김영하는 “핵심은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반드시 혼자서 고독하게 있어야 된다는 거예요. 휴대폰을 끄고, 인터넷도 안 돼요. 현실과 단절하고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게 멍을 때리다 보면 소설적 영감이란 어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돼요”라고 말했다. 

‘경험’이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하는 작가들도 있다. 소설가 은희경은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작가의 말’에 “소설가의 삶이 소설이 된다”고 적었던 것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상투적일 수 있는데, 열심히 살아요. 자기를 방치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어떤 게 소설이 될지 모르니까요. 새로운 것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있고, 정리 안 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항상 질문을 품고 있고, 되도록 많은 일을 겪어보려고 하고요. 그런 것이 어떤 태도가 돼 있는 것 같아요.” 

영감이 찾아오길 마냥 기다리지 않는 작가들도 있다. 그저 매일 쓰다 보면 그 과정에서 영감을 찾는다는 것이다. 호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뮤즈를 기다리지 말라. 뮤즈는 워낙 고집 센 친구라서 우리가 아무리 안달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중략)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날마다 아홉 시부터 정오까지, 또는 일곱 시부터 세 시까지 반드시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뮤즈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되면 뮤즈는 조만간 우리 앞에 나타나 시가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마술을 펼치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하겠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을 잊을 뻔했다. 영감을 얻는 방법이야 어쨌든 늘 영감을 메모할 준비를 해두자. 지난해 『증언들』로 부커상을 받은 마거릿 애트우드는 “(작가라면) 어디를 가든 소재가 떠오르는 순간에 대비해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런 순간에 아무것도 없어서 칼로 다리에 새기는 수밖에 없다면 얼마나 최악이겠는가.” 루이즈 디살보도 “영감은 작가의 잠재의식이 주는 선물이며 작가는 이를 기록할 의무가 있다. 당시에는 어떻게 사용할지 모를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사용할 날이 온다”고 말했다. 아무리 ‘영감님’이 오시더라도 붙들어놓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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