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 이 시점에 유독 눈에 밟히는 책 세권
총선 끝, 이 시점에 유독 눈에 밟히는 책 세권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4.16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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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총선이 끝났다. 후보자들의 당선소감이 쏟아진다. 선거유세마다 90도로 인사하며 대한민국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던 당선인들. 앞으로 이들은 자신의 초심을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을까. 이 시기, 요즘 서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책 세권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첫 번째 책은 작가 이마무라 나쓰코의 소설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지난해 일본 신인작가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품으로, 근래 일본에서 가장 핫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같은 꾀죄죄한 보라색 치마를 입고, 감지 않은 푸석푸석한 머리를 하고 공원에서 크림빵을 먹는 여자 히노를 스토킹하는 여자 곤도의 이야기. 곤도는 어떻게 하면 히노와 친해질 수 있을지 연구하다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면접을 전전하는 히노를 자신의 직장으로 면접을 보러오게끔 몰래 유도한다. 

그런데 히노가 입사하고선 모든 상황이 급변한다. 동네에서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혔던 히노는 꾀죄죄했던 몰골이 화사해지고, 회사 생활에 완벽히 적응하더니 초고속 승진을 하고, 콧대가 높아지더니 뻔뻔하게 유부남 소장과 불륜을 저지르기까지 한다. 빠르게 변하는 건 히노만이 아니다. 히노를 극찬했던 상사들은 히노가 그들을 무시하기 시작하고, 소장과 바람을 피우자 단체로 히노를 왕따시킨다. 그리고 히노의 우발적인 살인까지 덮어줄 만큼 히노를 사랑했던 곤도조차 히노가 떠나버리자 히노를 팔아 소장에게서 돈을 뜯어낸다. 소설은 변질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러한 빠른 변화들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두 번째 책은 미스터리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 유언을 남기는 이의 생각과 마음, 감정을 통째로 드러내 유언을 받는 이에게 전달하는 마법의 녹나무를 중심으로 세 가지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이 소설 역시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를 드러낸다. 

“그토록 큰 공적을 여러분은 잊어버리려고 하고 있어요. 없었던 일로 하려고 하고 있어요. 물론 세대교체는 어쩔 수 없습니다. 인간은 모두 언젠가는 나이 들어 늙습니다. 하지만 공로자가 남긴 공적까지 지워버리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요? 야나기사와 가의 염원이 후대에 전해지지 않아도 괜찮습니까? 그걸로 야나기사와 그룹이 앞으로도 번창할 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여쭙겠습니다. 정말로 그래도 괜찮습니까?”(521쪽)    

소설의 클라이맥스인 주인공 레이토의 뜨거운 항변은 “그래, 잘 들었어. 수고했네. 이제 만족했나?”라는 싱거운 답으로 묻혀버린다. 권력을 차지하려는 목적이 생긴 이상 창업주가 남긴 순수한 경영이념은 지켜야 할 신념에서 무너뜨려야 할 벽이자 지워내야 할 성가신 것으로 변질한다.

마지막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와 『블링크』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의 『타인의 해석』.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을 해석할 때 크게 세 가지 오류를 저지른다. 첫째로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오류’다. 인간은 타인이 기본적으로 정직하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타인의 거짓말을 판단할 확률은 50%보다 낮다. 두 번째 오류는 투명성의 환상. 인간은 타인의 표정과 행동이 곧 그의 속마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마지막 오류는 인간은 타인의 말과 행동이 그 자신의 내면에 기인한다기보다는 상황이나 맥락에 따른다는 것을 무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타인의 말과 행동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지극히 부족하다는 것이 글래드웰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하는 요점이다.   

총선 전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세권의 책. 그런데 이 책들이 총선이 끝난 지금 이 시점에 유독 더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왜일까. 

“앞으로 주민 모두의 의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더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다.” “선거를 통해 분열과 상처를 받은 아픔은 잊고 오직 국가의 발전만을 생각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한다.” “섬김의 리더십으로 이끌겠다.” “더 악착같이 일하겠다.” 등등. 

선거가 끝나면 늘 변질돼버리는 당선소감들 때문인가. 아니면 후보자들의 진심을 판단하는 우리의 능력이 항상 부족했었기 때문인가. 선거가 끝나면 으레 전복되는 정치인과 국민의 상하관계, ‘좋은 정치’가 그저 진흙탕에서 뒹구는 권력싸움으로 변화하는 행태. 이러한 빠른 변질이 바로 이번 국회에서는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첫 번째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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