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명화로 풀어내는 삶의 불가사의한 이야기 『운명의 그림』
[포토인북] 명화로 풀어내는 삶의 불가사의한 이야기 『운명의 그림』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4.1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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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운명을 이야기하는 그림이 있다. 운명이 된 그림도 있으며 누군가의 운명을 바꾼 그림도 있다. 그야말로 ‘운명의 그림’이다. 이 책은 『무서운 그림』 시리즈로 유명한 나카노 교코의 신작으로, 매번 미술 작품을 소재로 역사와 예술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저자가 이번에는 ‘운명’적인 삶을 담고 있는 그림 이야기로 돌아왔다.

장 레온 제롬(Jean-Léon Gérôme),「아래로 내린 엄지(Pollice Verso)」, 1872년. 캔버스에 유채, 97.5×146.7cm, 피닉스 미술관(미국)

이제 ‘아래로 내린 엄지’를 꼼꼼히 살펴보자. 둘레 52미터, 4층 규모로 5만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아레나(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에 관중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지붕이 없는 건물이라 실제로는 가림막을 쳐 놓았을 테지만 화가는 장막을 그려 넣지 않았다. 대신 장막 틈새로 강한 햇빛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을 몇 줄기 빛을 통해 보여준다.<12쪽>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절규(The Scream)」, 1893년. 판지에 유채, 템페라, 파스텔, 91×73.5cm, 오슬로 국립 미술관(노르웨이)

뭉크는 이 작품에 관해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친구와 산책을 하고 있을 때, 돌연 핏빛으로 붉게 변하는 하늘을 보았다. 두려운 마음에 발걸음을 멈추자 언제 끝날지 모르게 계속되는, 자연을 찢어발기는 듯 날카롭게 절규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필사적으로 두 귀를 틀어막고 있는 주인공의 몸짓은 그 외침을 듣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외부 세계를 거부한다면 눈과 입도 닫아야 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단추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콧구멍도 한껏 벌렸으며,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듣지 않으려고 하지만 자연의 절규에 격렬히 공명하여, 자신도 역시 소리가 나지 않는 비명을 계속 지르고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자연을 꿰뚫는 듯한 그 소리는 공포에 질려 저도 모르게 질러 댄 자신의 외침이었을지도 모른다.<36쪽>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Oedipus and the Sphinx)」, 1864년. 캔버스에 유채, 206×105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미국)

화가는 머리가 다소 큰 듯한 장발의 오이디푸스를 붉은색 창을 들고 있는 나체로 묘사했다. 그의 오른손이 어디로 향해 있고 어떤 동작을 취했는지 이 그림에서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결점은 여기까지다. 오이디푸스가 내뿜는 안광은 날카롭게 생생하며, 가슴께까지 뛰어오른 스핑크스를 두려워하는 기색도 업고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61쪽>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힐라스와 님프(Hylas and the Nymphs)」, 1896년. 캔버스에 유채, 132.1×197.5cm, 맨체스터 미술관(영국)

어슴푸레한 숲속 연못 안에서 벌거벗은 일곱명의 아름다운 소녀들이 물 위로 떠오른다. 아니, 샘솟는다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나뭇잎 그늘에 꽃봉오리를 숨겼던 수련이 일순 꽃망울을 터트리듯, 혹은 반딧불처럼 여기저기서 새하얀 빛을 발하는 소녀들. 무리 지은 꽃과 반딧불이 서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무표정한 소녀들의 얼굴도 기분 나쁠 정도로 서로 닮았다.<175쪽>

『운명의 그림』
나카노 교코 지음│최재혁 옮김│세미콜론 펴냄│232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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