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부당 꼬집기] 그레이트북스, 갑질 논란... “가족 생계 가지고 갑질 말아라”
[불편부당 꼬집기] 그레이트북스, 갑질 논란... “가족 생계 가지고 갑질 말아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4.14 15:38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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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들여다보면 ‘불편’하고 ‘부당’한 일이 적지 않습니다. 손톱 밑 가시처럼 작은 불편을 초래하는 일부터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처럼 부당하게 느껴지는 일까지 다채로운 사안이 생활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책으로 세상을 비평하다’라는 기치를 내건 <독서신문>은 2020년 창사 50주년을 맞아 ‘책다운 세상 만들기’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작든, 크든 불편하고 부당하게 여겨지는 사안을 ‘불편부당’(不偏不黨/치우침 없이 공정하게)하게 꼬집으려 합니다. <편집자 주>

 

[사진=그레이트북스 홈페이지]
[사진=그레이트북스 홈페이지]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힘의 우위에 따라 갑과 을로 구분되는 사회. 최근에는 사회 여러 분야에서 갑을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로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본의 힘을 쥔 갑이 변하지 않으면 을의 고난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 최근 아동 전집 분야 업계 1위인 그레이트북스의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통상 산업 체인에서 유통업체는 생산업체에 갑으로 자리한다. 제품이 판매돼 이윤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유통업체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2004년 그레이트북스가 새롭게 문을 열었을 당시만 해도 그레이트북스의 위치는 갑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레이트북스가 기반을 잡은 2007년 즈음부터는 관계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그레이트북스 전집이 서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 늘면서 갑을 전환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대구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2004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그레이트북스와 거래해온 A씨에 따르면 2007년 이후부터 그레이트북스의 갑질이 시작됐다. 먼저 부당한 벌금 강요가 이뤄졌다. A씨에 따르면 그레이트북스는 각 서점에 고객으로 위장한 인원을 파견해 전집 가격 흥정을 벌인 후 서점이 할인 요구에 응할 경우 벌금을 부과했다. A씨는 “벌금액은 20~50만원으로 최근에는 100만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사실 서점이 가격을 할인해서 팔았다 해도 서점이 자신의 이윤을 줄여 파는 것이기 때문에 출판사의 손해는 없다. 따라서 출판사가 제재를 가할 이유가 없고, 설령 도서정가제(할인율 최대 15%) 준수 차원에서 제재를 한다 해도 그건 주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이 나서야 할 문제이지 사적 기관이 벌금을 거둘 일은 아니다. 자칫 규정 위반을 빌미로 한 부정 이윤 추구로 처벌될 수 있는 상황. A씨는 “그레이트북스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만 2억원이다. 현재도 받고 있고 지금까지 거둔 벌금을 합하면 수십억원에 달한다.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도 있겠지만, 그레이트북스는 이런 방식으로 말을 잘 듣지 않는 서점을 길들여왔다”며 “서점 전체 매출에서 그레이트북스 판매 비중이 높지 않은 서점들을 대상으로 이런 식의 제재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레이트북스의 갑질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A씨에 따르면 그레이트북스는 2009년 6월 17일부터 2011년 7월 7일까지 거래 서점들에 부당한 정산 방식을 강요했다. 김경택 그레이트북스 사장의 주거래 은행에서 서점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후 해당 계좌의 관리를 김 사장에게 위임하도록 강요한 것. A씨는 “만일 100만원을 팔았다면 일정 기한 후 70만원을 출판사 측에 송금하는 게 일반적인 거래 방식이지 않나. 하지만 김 사장은 그레이트북스 전용 단말기를 지급하고, 이를 통해 위임받은 서점 명의 통장에 돈이 입금되는 족족 출판사 명의의 통장으로 옮겨 회사 자금으로 사용하고 서점에는 40일 이후 판매 수당만 송금했다. 결과적으로 서점 측의 돈을 잡아둬 자금력을 키운 것”이라고 전했다. 위임장을 작성해 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통상 매출의 60%가량이 그레이트북스 서적에서 나온다. 대다수 서점이 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사진=그레이트북스 홈페이지]
[사진=그레이트북스 홈페이지]

이렇듯 그레이트북스 서적이 낳은 압도적 매출에 일선 서점들은 출판사 측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2017년에는 통상 1년마다 새로 계약을 체결하는 기존 관례를 깨고 계약 체결 5개월 만에 새로운 계약 체결을 요구했는데, 계약서에는 “‘지역별 고객 마케팅 홍보 활동 등 행사에 불참할 경우’ ‘판매 실적이 현저하게 떨어진 경우’ ‘신제품 교육에 특별한 사정없이 3회 이상 불참할 경우’ ‘영업 담당자의 경고, 면담을 거쳐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등을 위반할 시 계약 해지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협력업체인 서점을 마치 직영업체처럼 대하며 일방적인 주장을 강요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대목이다.

이 밖에 그레이트북스의 갑질 의혹에는 경쟁 출판사와 거래 금지를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A씨에 따르면 과거 김경택 사장은 점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자리에서 “B출판사(그레이트북스 경쟁업체)의 책을 납품받는 매장에는 그레이트북스 공급은 바로 정지됩니다.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A씨를 비롯해 이를 거부한 서점들은 그레이트북스로부터 거래 중단 통보를 받아야 했는데, 이런 상황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현재 대구/경북 지역에서 A씨와 뜻을 같이한 세 개 서점을 제외하고 30여개 서점이 B출판사와 거래를 중단한 상황이다. A씨는 “이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서점에도 피해를 끼치는 행위다. 그레이트북스 혼자만 이득을 취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까지 A씨와 뜻을 같이한 서점은 전국적으로 십여 곳에 달했다. 다만 대다수 서점이 김 사장의 협박에 못 이겨 뜻을 굽혔다는 게 A씨의 주장. A씨는 “‘A씨를 명예훼손죄로 고발하겠다’는 김 사장의 협박 그리고 회유에 다수의 서점이 뜻을 굽혔다”며 “나 역시 ‘뒷거래’ 제안을 받았다. 뜻을 같이하는 세 곳(그레이트북스와의 거래가 끊겼거나 중단 절차를 밟는 곳)과 다른 출판사 몰래 뒤로 거래하자고 하더라. 솔깃하기도 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고 과거 사례를 봐도 김 사장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과거 사례란 2017년 부산 지역에서 비슷한 사례로 A씨는 “피해(B출판사와의 거래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당함)를 입은 다섯 개 서점의 사연이 보도되자 그레이트북스 측이 피해를 보상하고 재계약을 체결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차라리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는 갑질을 하면 그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이건 옳지 않은 일이다. 가족 생계를 가지고 갑질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매출이 60%가 준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절망적인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그레이트북스 측은 “판매인 사이에 체결된 계약에 따라 적정하게 처리된 사안으로 (A씨가 주장하는)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 사실무근 주장에 대해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접수된 민원이 지난해 12월 사건으로 변경돼 현재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보통 조사에 6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현재 코로나로 인해 대구/경북 지역의 조사가 제한되는 상황”이라며 “빠른 처리를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레이트북스를 회원사로 둔 한국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길 지켜보고 있다. 결과가 발표되면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아 혁신 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7일 A씨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전집 도서를 판매하는 어린이서점들을 대표해 죽고 싶은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란 제목)은 13일 기준으로 521명의 동의를 얻은 상황이다.

김난도 교수는 책 『트렌드 코리아2020』에서 “공평하고 올바른 것에 대한 추구가 강해진다. 구매할 때도 상품 자체뿐만 아니라 그 브랜드의 올바른 ‘선한 영향력’을 중시한다”며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공정을 추구하는 세대가 일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현세대는 아동 전집 업계 1위 그레이트북스의 갑질 의혹을 어떻게 바라볼까? 공정위의 명쾌한 조사 결과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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