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전 반드시 배워야 할 것… ‘가치관 정립’
퇴사 전 반드시 배워야 할 것… ‘가치관 정립’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4.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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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프랭클 감독,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틸컷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에서 미란다(메릴 스트립)는 자신의 비서로 일했던 앤디(앤 해서웨이)의 재취업 성공을 위해 그녀의 새로운 일터가 될 곳의 인사 담당자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팩스를 보낸다. “그녀는 내게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준 비서다. 하지만 채용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멍청이다.”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상사의 갑질에도 불구하고 참고 견디면 빛을 보는 날이 온다는 것? 사실 참고 견딤의 태도는 소위 ‘쌍팔년도’에나 먹힐 법한 낡은 미덕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불현듯 퇴사한 ‘전’ 비서를 위해 저런 말을 해줄 상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어 마지막 포인트, 영화 속 앤디처럼 퇴사하는 자는 원래 말이 없다.

지난 13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에 따르면 퇴사한 직장인 절반가량이 퇴사하는 진짜 이유를 숨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숨겨진 퇴사 사유 1위는 직장 내 갑질 등 상사, 동료와의 갈등이었다. 이 밖에 회사의 기업문화와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서, 직급·직책에 대한 불만, 과도한 업무량과 지켜지지 않는 워라밸 등의 순서로 응답 비율이 높았다.

직장인들이 퇴사 이유를 밝히지 않은 이유는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 같아서’가 가장 많았고, 가짜 퇴사 사유로는 ‘일신상의 사유’를 적어냈다. 넷플릭스의 퇴사 문화로 알려진 ‘부검메일’(postmortem e-mail : 퇴사하는 직원이 회사에 대한 분석을 적어 남은 직원에게 전달하는 메일)에 대해서는 5명 중 3명이 정착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퇴사한 경험이 있는 최모씨(31)는 부검메일 문화에 관해 “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떠나는 마당에 회사에 관해 구구절절 말을 늘여놓는 일은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며 “그리고 만약 동종 업계로의 이직이면 소문이나 개인 평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조용히 나오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회사 그만두면 다시 안 볼 사람들인데 뭐. 그동안 꾹꾹 참느라 못 했던 말 다 해버릴 거야. 나가는 마당에 뭘 못 하겠어! 아, 생각만 해도 속이 다 후련하다.” 책 『무작정 퇴사하지 않겠습니다』 中

책 『무작정 퇴사하지 않겠습니다』의 저자 김경진은 “(사람들은) 퇴사할 시점에 상사 및 동료와의 관계를 무 자르듯 정리한다거나, 이제껏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왔음을 속 시원히 털어놓으려고 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럴까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퇴사할 때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중 하나가 바로 상사 및 동료에게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 것”이라며 “사람 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른 분야로 이직했더라도 업무상 미팅에서 마주칠 수 있고, 평판이 돌고 돌아 새로운 상사 및 동료의 귀에 흘러 들어갈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퇴사 전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책 『퇴사학교』의 저자 장수한은 퇴사 전 “나만의 일의 가치관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회사를 다니면서 겪는 업무를 통해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관을 다듬어가야 한다”며 “회사를 다니면서 자신이 1순위로 추구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가치관을 깊게 파고드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이 영화가 적지 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앤디의 깨달음’에 있다. 그녀는 퇴사 전, 미란다의 비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 꼭 지켜야 하는 것을 배우고 깨닫는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퇴사의 ‘진짜 이유’를 숨기거나 밝히는 것 혹은 ‘부검메일’ 같은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라 ‘퇴사 전에 다니고 있는 회사로부터 반드시 배우고 나와야 할 것’들에 있다. 주지하다시피 그 배움의 1순위는 나의 삶,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을 정립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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